행간의 접속/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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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6] 눈감지 마라: 가볍게 시작해서 무겁게 끝나는 소설행간의 접속/문학 2022. 12. 6. 15:49
책이름: 눈감지 마라 지은이: 이기호 펴낸곳: 마음산책 펴낸때: 2022.09. 아주 짧은 이야기들로 느슨하게 연결된 연작 소설이다. 전진만과 박정용 지방대 졸업한 청년들의 이야기인데, 하나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한 다음에 그 사건에 대해서 다시 얘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 사건과 연결되지도 않는다. 가령 진만이 교통사고를 목격했고, 진술 부탁을 받고 그러겠다고 했다는 얘기로 에피소드가 끝나지만 그 다음에 실제로 진술을 했는지 안 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얘기가 없다. 그래서 단편적인 일상의 기록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게 오히려 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고.... 다만 마지막에 진만이 실종되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마지막 괘적을 정용이 찾아다니는 에피소드들은 서로 연결이 되어 언급된다. 처음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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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1] 아라의 소설: 청탁받아 썼던 짧은 작품들을 모으니행간의 접속/문학 2022. 10. 21. 11:13
책이름: 아라의 소설 지은이: 정세랑 펴낸곳: 안온 펴낸때: 2022.08. 정세랑의 미니픽션집이다. 단편소설보다도 더 짧은 소설들을 모았다. 원고지 5장에서 50장 정도의 분량이다. 주로 외부에서 자기 단체나 조직의 성격과 연관된 작품들을 청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그런 데에 기고한 작품들을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무겁지 않고, 독특하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많았다. 재미보다는 독특함. 이런 내용으로 소설들을 쓰는 경우가 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작품의 마지막에 이 작품이 어떤 이유로 창작하게 되었고, 창작할 때 어떤 생각으로 했는지에 대해서 작가의 말이 있어서 작품에 대한 이해를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우리의 테라스에서, 끝나가는 세계를 향해 건재」는 작가가 전시회를 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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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0] 여행하는 소설: 일부의 여행행간의 접속/문학 2022. 10. 18. 13:12
책이름: 여행하는 소설 지은이: 장류진, 윤고은, 기준영, 김금희, 이장욱, 김애란, 천선란 엮은이: 백순구, 박대현, 박은영, 제수현 펴낸곳: 창비 펴낸때: 2022.03. 선생님들이 여행을 테마로 한 소설을 엮은 책이다. 여행이라고 하면 새로운 문물, 새로운 환경을 통해서 새롭게 자신을 발견하거나 특정한 사건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과정 등이 비교적 선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읽게 되었는데, 작품들이 생각보다 선명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여행이 전면적으로 그려져서 일상과 다른 환경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인 줄 알았는데, 여행이 전면적이지 않은 작품들도 있었다. 책 뒤표지에 각각의 작품이 어떤 여행을 표방하는지 정리해서 제시했지만 해당 작품을 읽고 이런 의도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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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8] 김동식 소설집1 회색인간: 반전의 미학행간의 접속/문학 2022. 10. 9. 23:52
책이름: 회색인간 지은이: 김동식 펴낸곳: 요다 펴낸때: 2017. 12. 김동식은 성수동 주물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꾸준하게 올린 글들이 사람들의 반응을 얻어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된 작가이다. 그래서 기존 작가들만큼의 무게감은 없지만 그 가벼움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인상적인 작품들을 뽑아보았다. 1. 회색인간 표제작인 「회색인간」은 만 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지저세계에 납치된 이야기이다. 거기서 지저세계의 인류가 살아갈 지하의 땅을 파는 일을 한다. 인간적인 대우는 없다. 분노하고 저항하지만 금세 진압된다. 사람들은 체념하고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자살로, 질병으로, 굶주림으로, 살인으로, 폭력으로..... 그러다 한 여인이 노래를 한다. 사람들은 그런 의미없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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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6] 나인: 외계인의 시각에서 본 인간행간의 접속/문학 2022. 9. 3. 23:52
책이름: 나인 지은이: 천선란 펴낸곳: 창비 펴낸때: 2021.11.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식물들과 소통하고, 식물들을 잘 자라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우연히 알게 된 주인공이 인간의 부조리와 불의를 보고 이를 바로잡는 이야기이다. 나인은 식물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자신의 몸에서 푸른 빛이 나오고, 식물을 성장시키는 것에 놀라지만 같은 외계인인 이모와 우연히 만난 승택의 설명으로 이해한다. 한편 같은 학교의 실종된 학생이 사실은 살해되어 암매장되었다는 사실을 사건 현장을 둘러싼 나무들로부터 들은 나인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잡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나서고, 결국 자신의 능력을 노출시키면서 해결한다. 이야기 속의 외계인인 누브 족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자신의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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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5] 덧니가 보고 싶어: 무겁지 않으면서 가볍지 않은 존재감행간의 접속/문학 2022. 8. 28. 21:40
책이름: 덧니가 보고 싶어 지은이: 정세랑 펴낸곳: 난다 펴낸때: 2019.11. 정세랑 장편소설인데, 정세랑 답게 평범하지 않다. 일단 구성부터 독특한데, 두 인물인 재화와 용기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이 둘은 서로 사랑하다가 지금은 헤어진 사이인데, 직장을 다니면서 소설을 쓰는 재화의 작품에 용기를 직간접적으로 등장한다. 소설에서 재화 부분의 장에서는 재화가 출판을 앞두고 있는 교정을 하는 소설의 내용이 삽입되어 소설 속 소설을 읽도록 하고 있다. 그 내부 소설들은 대부분 환타지나 SF 소설들이 많아서 소설 밖의 내용과 결을 달리 하고 있다. 한편 용기는 럭비를 하다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 두고 사설 경비 업체 보안 요원으로 일하는데, 재화가 소설을 교정할 때마다 그 작품의 문구가 몸에 문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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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2] 숨 쉬는 소설: 환경 문제를 방치하면 만나게 되는 미래행간의 접속/문학 2022. 7. 17. 20:56
책이름: 숨 쉬는 소설 지은이: 최진영, 김기창, 김중혁, 김애란, 임솔아, 이상욱, 조시현, 배명훈 펴낸곳: 창비 펴낸때: 2021.08. 국어교사가 환경과 생태에 관한 단편소설들을 엮은 책이다. 기후 변화 위기에 학생들에게 지식이 아닌 총체적 삶으로서의 환경과 생태를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약속의 땅」은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면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북극여우(?)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사람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동물의 이야기였다. 특이한 것은 사건의 마지막 죽음을 D-day에 놓고서 그 전에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카운트해 가면서 진행이 되었고, 때로는 시간이 거슬러서 회상을 할 때에는 카운트가 늘어나가기도 해서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북극이라는 곳이 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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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0] 국립존엄보장센터: 청소년용 SF 소설들행간의 접속/문학 2022. 7. 6. 15:04
책이름: 국립존엄보장센터 지은이: 남유하, 원종우, 김이환, 김주영, 김창규 펴낸곳: 서해문집 펴낸때: 2022.04. 중고등학교 국어교사들이 청소년 대상의 SF소설 5편을 추천하여 수록한 책이다. SF가 단순히 미래의 가상 인간, 로봇 얘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들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에서 보여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립존엄보장센터」는 늙었지만 가난해서 생존세를 내지 못하는 노인들은 국립존엄보장센터에 입소를 신청하면 24시간 동안 센터에서 생활하고 안락사를 시켜준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센터가 정말로 존엄하게 생을 마감시켜주느냐 하면 그게 또 아니다. 시설을 안내하는 홍보 영상에는 마음껏 먹고, 즐길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일부 시설들은 이용률이 저조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