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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28] 김동식 소설집1 회색인간: 반전의 미학
    행간의 접속/문학 2022. 10. 9. 23:52

    책이름: 회색인간

    지은이: 김동식

    펴낸곳: 요다

    펴낸때: 2017. 12.

     

    김동식은 성수동 주물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꾸준하게 올린 글들이 사람들의 반응을 얻어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된 작가이다. 그래서 기존 작가들만큼의 무게감은 없지만 그 가벼움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인상적인 작품들을 뽑아보았다.

     

    1. 회색인간

    표제작인 「회색인간」은 만 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지저세계에 납치된 이야기이다. 거기서 지저세계의 인류가 살아갈 지하의 땅을 파는 일을 한다. 인간적인 대우는 없다. 분노하고 저항하지만 금세 진압된다. 사람들은 체념하고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자살로, 질병으로, 굶주림으로, 살인으로, 폭력으로.....  그러다 한 여인이 노래를 한다. 사람들은 그런 의미없는 행동에 대해 응징했지만 여인은 노래를 불렀다. 맞으면서도 불렀다. 그러자 누군가가 여인에게 빵을 주었다. 그리고 지상에서 화가였던 사람은 지저세계의 참혹함을 그림으로 그렸고, 또 누군가가 빵을 주었다.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예술이 자리를 잡았고, 사람들은 더이상 회색이 아니었다. 사회에서, 삶에서 절박한 상황, 긴급한 상황일 때 가장 먼저 내쳐지는 것이 예술이지만 그 예술이 그 절박하고 긴급한 상황을 극복하게 하고, 보다 더 인간적이게 하는 요소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달된다.

     

    2. 「무인도의 부자 노인」

    바다에서 배가 침몰했고, 10명의 사람들이 무인도에 살아남았다. 구조대는 오지 않았고, 무인도에는 먹을 것도 별로 없었다. 다행히 생존자 중 한명이 식품연구원이라서 그의 짐에 통조림이 많이 있었다. 처음에는 같이 나누어 먹었지만 얼마 남지 않게 되자 그는 나이든 사람에게는 통조림을 배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노인이 자신은 큰 기업의 회장이라고 하면서 우리가 구조되어 나가면 통조림 하나에 천 만원에 산다고 말한다. 지금 가진 것이 없는데 말로만 그런 것 아니냐고 하자 노인은 '어떻게든 구조될 것 아닌가, 구조되기 위해서 버티고 기다리는 것 아니냐, 구조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왜 이러고 있느냐'고 하면서 설득한다. 그 이후 이들은 집을 짓고, 노인은 그들의 모든 노동에 대해 값을 치뤄주기로 한다. 그러자 사람들은 희망을 갖고 힘든 줄 모르면서 생존해나간다. 사람들은 적응해나갔고, 사람들끼리도 거래를 했고, 그러면서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구조대가 왔고, 구조되었다. 그러자 노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사실은 큰 기업의 회장이 아니라고 살고 싶어서 거짓말을 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했다. 생존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사회 안에서의 질서와 나눔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3. 「낮인간, 밤인간」

    인류는 절대로 열지 말라고 하는 신의 비밀이라는 성스러운 항아리를 열었고, 신의 저주를 받았다. 인류의 절반이 낮에는 좀비, 밤에는 인간이 되고, 나머지 절반은 반대로 낮에는 인간, 밤에는 좀비가 되는 것이다. 결국 낮인간은 낮인간까리, 밤인간은 밤인간끼리 마을 이뤄 살게 되었다. 사회 시스템을 공유하면서 분리되어 살다 보니, 낮인간은 밤인간보다 낮에 일을 더 많이 하니까 불만이었고, 밤인간은 늘 밤에는 사는 처지를 낮인간이 모른다면서 불만이었다. 언론 역시 낮 언론, 밤 언론으로 나뉘어서 서로를 적대시했고, 둘의 충돌은 커져갔다. 둘은 근본적으로 소통할 수 없었다. 둘이 동시에 인간일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전 지구적으로 분열되었고, 둘은 전쟁을 치르기까지 했다. 그러다 신의 저주가 3년만에 풀렸다. 모두가 인간이 된 것이다. 다시 예전으로 평화롭게 돌아가자고 했지만 그동안 그들이 쌓아온 경계선은 지워지지 않았고, 적대심도 사라지지 않았다. 저주가 풀리고 괴물은 사라졌지만 언론과 권력자들은 선동하였고, 인류는 여전했다. 우리나라의 분단된 상황을 얘기하는 것 같다.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고 평화의 목소리는 묻히는.....

     

    4. 「아웃팅」

    인류는 줄어드는 인구수에 위기감을 느껴 인간과 똑같은 인조인간을 만들었고, 그 인조인간은 자신이 인조인간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인간처럼 살아간다. 인조인간의 특징은 잘 아프지 않고, 잘 죽지 않는다. 그런데 인조인간으로 밝혀지면 사람들로부터 차별을 받는다. 인조인간 아웃팅 전문기자 최기자는 후배기자의 제안으로 비밀군사 구역에 잠입한다. 인류가 완벽한 인조인간을 만든 것은 외계인의 기술력이고, 비밀군사 구역에 외계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잠입에 성공한 최기자는 그 안에서 후배 기자 꽁치가 공격 받았는데, 꽁치는 아프지 않은 것을 확인한다. 꽁치도 인조인간이었다. 그리고 구역의 최중심부에 들어가서 철창 안의 존재를 확인한다. 외계인은 없었고, 철창 안에는 인간이 있었다. 결국 모두가 인조인간이었던 것이다. 모두가 똑같은..... 우리 사회의 차별의 문제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5. 「신의 소원」

    신이 인간 한 명을 찍어서 그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처음으로 사형수가 지정되었다. 사람들은 사형수가 인류에게 해를 끼치는 소원을 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형시켜 버렸다. 그 다음으로 장애인이 지정되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전쟁에 나가서 사람들을 죽이다가 장애인이 된 사람이라고 했고, 결국 또다른 누군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 다음으로 평범한 사내가 지정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신상을 털었고, 음주운전, 개고기 먹기, 악성 댓글 등이 드러났다. 그러자 인성을 문제 삼아서 누군가의 칼에 찔려 죽었다. 네번째는 재벌회장이었다. 그는 인류와는 무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소원을 빌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사람들은 인류의 소원을 왜 혼자서 독차지하냐면서 반발했고, 회장이 인류를 위한 소원을 빌겠다고 하자 믿을 수 없다며 광기에 찬 군중에 의해 살해당했다. 마지막으로 8살 소녀가 지정되었다. 소녀의 가족은 속세를 벗어나 밭을 갈며 살고 있었고, 채식만 했고, 욕심도 없었고, 어떠한 흠도 발견하지 못했다. 소녀는 모두가 평등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사람들은 흡족했고, 마침내 소원을 빌게 되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인간처럼 똑똑해졌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당황했다. 살아 있는 모든 것, 바퀴벌레까지도 인간처럼 똑똑해진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의 이기심, 군중심리 등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이다.

     

    6. 「손가락이 여섯 개인 신인류」

    인간 인공진화 법안이 통과되자 인류는 키보드 노동의 효율성을 위해 여섯 손가락 진화 정책을 추진했다. 사람들은 새로 태어난 여섯 손가락 인간이 차별 받을 것을 염려했지만 받아들였고, 여섯 손가락 인간이 태어났다. 그러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자 여섯 손가락 정책의 비리를 밝혀냈다며 정책을 폐기했다. 여섯 손가락 아이의 부모들은 당황했고, 정부의 보상은 없었지만 사람들은 동정했다. 전 인류가 동의하여 차별에 대한 금지를 맹세했고, 차별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그러자 이전까지 있던 다른 차별도 다시 보았고, 장애인 차별, 인종차별, 성 소수자 차별 등도 반대했다. 작은 차별에도 크게 분노했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언론의 홍보로 차별을 없앴다. 사람들은 깨달았다. 차별을 없애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이게 당연하다는 것을..... 마지막에 반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다이나믹한 반전은 없었다. 약간 김이 빠지는 느낌도 주었다. 그런데 그게 반전이었다. 반전이 없다는 반전. 차별을 없애는 것이 가능하고, 어렵지 않고,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그게 반전이었다.

     

    7.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인류가 멸망하고, 살아남은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성안에서 살고 있었다. 성 밖에 있던 소년과 소녀는 죽을 고비를 넘겨 가며 성문 앞에 함께 도착했다. 성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고, 성 안의 지성인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소녀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준 초코바를 갖고 있었고, 아끼고 아끼던 그 초코바를 소년과 나눠 먹었다. 결정의 순간 지성인의 대표는 소년을 선택했다. 이유는 소녀가 초코바 봉지를 아무렇게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인류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여서 결정한 사항이 이렇게 허무할 수가 없다. 지성인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허위의식과 형식주의를 비판한다.

     

    이 소설집의 작품들을 보면 세상에 대한 풍자, 반전, 인간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고찰 등이 들어있다.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지만 우리의 모습을 큰 시각으로 크게 그리면서 간략하게 제시하는 측면에서 일종의 우화 같은 느낌도 든다. 동물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거기다 우주적 시선이라고 할까? 우주인, 괴물 등의 등장이 인간을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어서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다음 소설집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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