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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26] 나인: 외계인의 시각에서 본 인간
    행간의 접속/문학 2022. 9. 3. 23:52

    책이름: 나인

    지은이: 천선란

    펴낸곳: 창비

    펴낸때: 2021.11.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식물들과 소통하고, 식물들을 잘 자라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우연히 알게 된 주인공이 인간의 부조리와 불의를 보고 이를 바로잡는 이야기이다. 

     

    나인은 식물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자신의 몸에서 푸른 빛이 나오고, 식물을 성장시키는 것에 놀라지만 같은 외계인인 이모와 우연히 만난 승택의 설명으로 이해한다. 한편 같은 학교의 실종된 학생이 사실은 살해되어 암매장되었다는 사실을 사건 현장을 둘러싼 나무들로부터 들은 나인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잡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나서고, 결국 자신의 능력을 노출시키면서 해결한다.  

     

    이야기 속의 외계인인 누브 족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자신의 행성이 파멸될 위기가 오자, 소수의 선택된 존재들만이 탈출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의 배신과 술수 등이 있었지만 이런 과거를 숨기고 지구로 오는 과정의 이야기만 해도 한 편이 나올 것 같다.

     

    그리고 각 인물들의 시간을 평행으로 일직선에 놓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겹치면서, 앞뒤로 재배치를 하여 아까 그 사건이 이 인물에게는 이런 식으로 보였겠구나 하는 다층적인 관점을 갖게 해서 이를 재구성하는 재미도 준다.

     

    어른이 아닌 학생들이 나서서 사건을 접하고, 해결하는 과정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천 개의 파랑"과도 약간 비슷한 느낌이다. 좀 우습게 얘기하면 어린이 영웅물 같은 느낌도 들 수 있는데, 그렇게 유치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사건의 진실을 숨기는 듯 하다가 결국에는 정답을 다 보여줘서 약간은 김빠지는 느낌도 들고, 반전이 없이 예상대로 돌아가는 것이 조금, 아주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그 장면, 식물들이 사건의 진실을 다 보여주기 위해서 진입하는 그 장면은 현실적이지 않아서 결국 환상적으로 보여줄 수 밖에 없는데, 그 때의 장면 묘사는 탁월하다. 

    수만 개의 기억이 한데 뒤섞여 형태가 온전한 것이 없었다. 사람인지, 바위인지, 동물인지 혹은 다른 형태의 괴물인지 모를 형태들이 뒤섞여 있었다. 입자들은 소리가 들릴 때마다 소리의 파동을 따라 흩어졌다가 뭉치기를 반복했다. 그중 뭉치지 않고 물처럼 흘러가는 것은 바람 소리이고, 미러볼처럼 동그랗게 반짝이며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것은 새라는 걸 깨달았다. 식물이 바라보는 세상은 이렇게 해 질 녘 해변의 모래사장처럼 빛났고 강에 뜬 윤슬처럼 잔잔하게 흘러갔다.

    입자들의 이합집산과 자유로운 움직임이 굉장히 역동적이면서 힘이 느껴지는데, 그것이 진실로 가는 힘이라는 느낌이 든다. 

     

    읽으면서 공상과학으로서 고등학생들에게 잘 맞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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