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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3] 대리사회: 주체적 삶, 주체적 사유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22. 10. 26. 23:40
책이름: 대리사회
곁이름: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지은이: 김민섭
펴낸곳: 와이즈베리
펴낸때: 2016.11.
김민섭 작가가 대학에서의 연구활동을 그만 두고 나와서 대리기사로서 생계를 이어가면서 대리기사의 현실과 만난 사람들, 어려웠던 점,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서 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사는 사회를 대리사회라고 규정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더 이상 온전한 나로서 현상을 바라보고 사유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하는 법을 점차 잊어가고 있다.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러한 통제에 익숙해진 대리인간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틀을 만들고, 스스로 사유해야 한다. 끊임없이 불편해하고,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강요된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이라 믿으며 타인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대리기사를 하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핸들 조작과 엑셀과 브레이크, 기어 변속 뿐이다. 나머지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시트나 미러가 맞지 않아도 차주에게 맞춰져 있는 것을 손대는 것은 쉽지 않다. 차 안에서의 언어도 주도권이 없다. 차주가 말을 걸면 자신의 생각과 달라도 일단 동조해주고 받아준다. 창문을 여는 것도, 에어컨이나 음악을 켜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대리기사는 그렇게 주체성 없이 차주를 대리할 뿐이다. 이러한 대리기사의 모습이 사실은 주체성 없이 주도권 없이, 사유하는 것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지은이는 우리 사회를 대리사회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대리사회의 인간을 대리인간이라고 부른다.
대리사회의 괴물은 개인들의 분노도 교묘하게 다룬다.
대리사회의 괴물은 여전히 개인들이 그 분노를 온전히 발산할 수 없게 만든다. 대신 대리만족의 기제를 계속 내보내면서, 행복하지 않은 개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마취되고 나면 개인의 분노는 자신을 둘러싼 구조, 그 괴물에게 향하지 않는다. 대신 주변의 개인이나 스스로를 혐오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더욱 자극적인 마취/환각제를 원하게 되고, 그에 따라 점점 더 강한 쾌락의 기제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아주 잠시 즐겁고, 오래 외롭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람들의 혐오는 자신보다 약한 자를 향한다. 그러면서 지은이는 이러한 괴물과의 싸움을 대리기사라는 현실에서 진행한다. 가령 경기도 일산 외곽으로 대리운전을 하고 돌아와야 하는 경우다. 돌아갈 수 있는 대중교통은 없고, 무조건 합정 방향으로 걷다가 카카오 드라이브 맵을 보니 주변에 다른 대리기사가 발견되고, 이들과 합류하고, 정보를 교류하고, 서울 가는 택시를 같이 잡고, 그런 식으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하고 용기를 얻고 극복한다.
대리기사로서의 과정과 애환은 《뭐든 다 배달합니다》에서 카카오 대리한 것과 비슷하다. 같은 시스템이니까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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