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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2]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따뜻함의 깊이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22. 10. 23. 23:19
책이름: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지은이: 김민섭
펴낸곳: 창비교육
펴낸때:2021.06.이전에 읽었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작가가 세상과 세상에 대한 태도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책이다. 그 때에는 필명을 썼는데 이제는 대학을 그만두고 나와서 실명으로 글을 쓰고 있다. 대학을 그만 둔 이후에 책도 더 내고, 여러 가지 프로젝트도 하고, 방송에도 나오고 했다는데 나는 알지 못했다가 이 책을 읽고 다시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네 개의 장으로 되어 있는데 1장은 헌혈이라는 행위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얘기하고 있고, 2장은 사람들한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3장은 아주 작은 접촉사고를 당하고 가해자로부터 받은 모욕에 대해서 취한 행동들, 4장은 달리기를 매개로 연결된 느슨한 연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1장 헌혈
헌혈은 그냥 내 피를 다른 누군가에게 선의로 베푸는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그런 것을 넘어서 피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와 연결을 하게 되고, 자신이 사회적 존재로서 자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한 행동이 사회적으로, 이 사회의 이익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장 김민섭 찾기지은이는 해외여행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꿈도 꾸지 않았는데,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끼리 얘기하는 자리에 있다가 자신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가족들을 두고 여행을 결심한다. 결혼 전에는 여행을 좋아했는데 결혼 후 여행을 하지도 못한 아내한테는 미안해 하면서.... 그렇게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여행을 준비하는데 아이에게서 병이 발견되고, 수술 날짜가 여행 전날 잡히면서 여행이 취소가 될 상황이 되었다. 비행기 환불을 알아보니 10만원이 넘는 항공권이 18,000원만 환불해준다고 하여 망설이던 차에 좋은 마음으로 양도를 생각한다. 조건은 대한민국 남성이면서 영문 이름이 띄어쓰기까지 똑같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아내는 환불받고 치킨이나 먹자고 했지만 지은이는 찾기로 결심하고, SNS에 공지한다. 쉽게 나타나지는 않았는데, 결국 사람들의 응원과 도움으로 조건에 맞는 사람이 나타난다. 대학 휴학생으로 10년 차이가 나는 동명 이인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관심있게 지켜 본 사람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이 대학생의 여행을 후원해준다. 정말 기적같은 이야기인데,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이렇게 관심을 갖고 도와주려고 하는지 생각해 보니 정리되는 한 마디가 나온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당신하고 나하고 아무 관련이 없지만 당신이 잘되면 나도 잘될 것 같고, 그러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선한 사람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서 그의 선함이 상처받지 않고 세상에 뿌리 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너무 감동적이지 않은가.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소박하게 바라는 마음이 아름답다.
3장 소심한 고소
3장은 지은이가 홍대 근처 골목에서 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를 당했는데, 과실 비율이 7:3이나 8:2 정도로 피해자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가해자가 오히려 욕을 하고, 큰 소리 내고 무례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으면 그는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또 그렇게 무례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고소를 결심하고 실행한다. 그 과정에서 목격자에게 증언을 부탁하고, 얘기를 듣는데 자신의 정의를 내세우는 태도가 위험할 수 있음도 깨닫는다. 그리고 중간에 택시나 버스에게는 양보하라는 지은이 아버지 얘기도 나오는데, 이유는 운전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밥벌이를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도 버스나 택시가 난폭하게 운전하면 양보하지 않고 버티는데 앞으로는 생각을 바꿔야겠다.
4장 달리기4장은 헬스를 하면서 달리기도 병행하는데 자신의 달리기에 대한 얘기를 SNS에 올리다보니 사람들도 같이 달리고 싶다고 제안을 해서 그럼 같이 달리자고 해서 사람들이 모여서 달리는 것이다. 그런데 다같이 모여서 하는 것도 없이 달리자고 하고 끝나면 그냥 헤어진다. 모임이라고 할 것도 없는 아주 느슨한 모임 아닌 모임이다. 지은이는 이런 느슨한 연결이 사람들을 더 모이게 한다고 한다. 비오는 날에도 누가 나올까 싶었지만 사람들이 나와있었고, 비오는데 왜 나왔냐고 물으면 똑같이 대답한다. 누군가가 나왔을 때 아무도 없으면 외로울까봐 나왔다고 말한다. 이 마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들을 강력하게 연결하고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지은이는 말한다. 연약의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이 이 세계를 연결해내고 구원해 낼 것을 믿는다고.
읽으면서 소심한 성격으로 앞에 잘 나서지 않는 면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어려서 착해야 한다는 약간은 강박과 같은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도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윗사람이나 다른 사람이 무엇을 요구하면 미련하게 그것을 해내는 점도 비슷했다. 이런 면에서 나도 연약의 시절을 기억하는 한 사람인 것 같다.
선함과 따뜻함에도 깊이가 있다. 그냥 감동이 아니라 내밀하게 깔리는 묵직한 감동이 가슴을 충만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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