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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4] 땀 흘리는 글: 가릴 수 없는 현실을 가리지 않기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22. 8. 14. 16:13
책이름: 땀 흘리는 글
곁이름: 내일도 일터로 나아갈 당신을 위하여
지은이: 강자경 외
엮은이: 송승훈, 양수정, 유이분, 하명희
펴낸곳: 창비
펴낸때: 2020.05.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이 묻어 있는 글이다. 자신의 노동에 대해 쓴 책들 중에서 그 노동의 현실과 삶을 가장 잘 드러내는 글들을 뽑아서 엮은 책이라서 미화되지 않고 정말 현실적이다. 직업에 대한 책들은 그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으로 현실적인 부분들을 일부 가리거나 수위를 조절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 있는 글들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까지 얘기해도 되나 싶은 부분들도 약간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이 책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 같다. 가릴 수 없는 현실을 가리지 않는 것.....
대표적인 것이 간호사들의 태움이라고 하는 괴롭힘을 얘기하는 글은 나를 놀라게 했다. 뉴스에서 태움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그것이 벌어지는 구체적인 상황들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소설처럼 구체적이라서 오히려 더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교사가 반항을 넘어서, 자신을 적대시 하는 아이 때문에 마음이 피폐해지는 내용을 담은 글도 같은 경우이다. 감추고 싶은 일이고, 완전히 해결된 일도 아니고, 진행되고 있는 일들인데 공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밖에 아르바이트하면서 부당한 대우을 받은 경험, 불법 유흥업소에 취직할 뻔한 이야기, 편의점 아르바이트 하다 사기 당한 경험, 직장에서 여성이라고 차별받은 경험 등도 있는데,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글들이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날 것의 생생함이 들어있다. 그리고 이런 글들의 마무리는 도덕적이지 않고, 무난하지 않다. 그 무난하지 않음이 이 글들의 정체성인 것 같다.
엮은이들도 이런 글들을 책에 담을 후보로 올려놓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을 것 같은데, 결국 책으로 묶은 것은 이것들도 우리가 받아들이고, 겪어야 할,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이 책들의 글들이 다 이렇게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땀의 의미를 담은 글들에서는 주물공장 노동자였다가 소설가가 된 김동식 작가의 글도 있고, 요양보호사가 노인들을 신처럼 모시고 정성을 다하는 내용도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도 작사가 김이나의 글의 마지막 부분에 있다.
나는 간절함과 현실 인식은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이 간절할수록 오래 버텨야 하는데, 현실에 발붙이지 않은 무모함은 금방 지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간절하게 한쪽 눈을 뜨고 걷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 그 기회를 알아보는 것도, 잡는 것도 평소의 간절함과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모든 직업은 현실이다. 그러니 부디 순간 불타고 마는 간절함에 속지 말기를, 그리고 제발, 현실을 버리고 꿈만 꾸는 몽상가가 되지 말기를.
정말 몽상가들이 세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다.
읽으면서 이 책은 철저하게 현실에 입각해서 글을 선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인 것도 현실, 부정적인 것도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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