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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5] 88만원 세대: 반드시 다시 볼 책
    행간의 접속/사회 2011. 1. 31. 13:44

    88만원세대절망의세대에쓰는희망의경제학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제일반 > 경제학일반
    지은이 우석훈 (레디앙,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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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만원세대는 20대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전체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원에서, 20대의 임금 비율 74%를 대입해서 나온 월급이다. 20대 대부분이 실업이거나 취업을 해도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들은 평균 88만원을 받게 되는 세대라는 얘기이다. 경쟁은 경쟁대로 하지만 그 경쟁에서 이기고 난 후에 얻은 것들은 별로 없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설명하면서 우리 사회를 읽어보자.

    먼저 10대 이야기를 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10대 후반의 세대들이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든다. 첫째, 주택비가 많이 든다. 둘째, 대학 교육비가 많이 든다. 셋째 알바로는 생활비를 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글쓴이는 10대들의 독립을 왜 이야기하는 걸까? 글슨이는 10대의 독립이 늦어지면서 사회적인 지체 현상이 생기는데, 10대 후반에 독립하여 동거하고, 자연스럽게 성인이 된 선진국의 10대들과 비교해 봤을 때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이런 지체로 인해 20대가 되어서도 기반을 잡지 못하고 윗 세대들에게 착취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20대에 대한 얘기를 한다. 특히 승자독식게임에 대한 것이다.

    현재 20대의 승자 독식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점은 경쟁 자체가 아니다. 그보다는 패자부활전과 같은 보완 장치가 거의 없을 뿐더러, 중간에 개입하는 보증자도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20대들이 만나게 된 전면적인 경쟁은 세대 내 경쟁의 양상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경쟁'의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더 치명적이다.
    세대 간 경쟁은 한정된 천연자원의 사용이나 자연환경과 같은 생태자산의 이용과 보존을 둘러싸고 흔히 언급되는 개념이다. 현 세대는 다음 세대의 자산을 미리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에 다음 세대가 사용할 자산을 둘러싸고 세대 간 경쟁이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때로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해서 기금을 부양하는 방식을 놓고 세대 간 경쟁과 같은 개념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금의 20대는 세대 내 경쟁 뿐만 아니라 세대 간 경쟁도 하게 되는데, 세대 간 경쟁의 결과 그들이 승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전 세대들은 자리를 잡고, 기득권을 갖고 있으면서 20대를 주무를 수 있는 위치에 이미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

    세대별 특징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먼저 유신 세대이다.

    73년에서 80년 사이에 자신의 경제적 삶을 시작한 지금의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유신 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박정희 시대에 경제활동을 시작해서 한국경제의 영광의 30녀 동안에 20대에서 40대를 보내게 된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현재 한국경제를 일종의 인구 피라미드로 구성한다면 최상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고, 현재 20대의 부모 세대들인 셈인데, 냉전 세대의 특징인 다양성보다는 획일성을 중심으로 사유하게 된다. 또한 성장에 대한 향수를 통한 결집에 익숙해져 있고, 지역으로 묶이는 것을 대단히 선호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 386세대를 말한다.

    정치적으로는 89년 입학생까지를 잘라서 386으로 구분하지만, 경제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90년대 초반에서 중반 입학생까지를 동일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세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정치적 단결성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그러나 386의 자기 결집은 사회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이 세대가 아이를 낳고 사교육에 매달려 교육의 무한경쟁에 깊이 빠져들었다. 게다가 이 세대는 IMF 이전에 이미 사회 진출을 상당 부분 완료한 연공서열의 마지막 세대이다

    그 다음으로 X세대를 말한다.

    대체로 90년대 초반에서 중반에 걸쳐 있는 5년 정도의 세대를 우리나라 마케팅은 X세대로 규정하고 그들을 새로운 소비 계층으로 만들기 위해서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 세대는 우리나라의 '다양성 1세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불행히도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고자 할 때 한국경제의 영광의 30년이 마감되면서 IMF 경제위기가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카드빚과 함께 30대의 문턱을 넘은 이 신세대는 한국경제의 안전지대로 넘어온 거의 마지막 세대라 할 수 있다. 이전 세대인 386들이 대학 졸업장만 가지고 맘대로 골라서 들어갔던 직장에 신세대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가서 겨우 자리를 잡을 때쯤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비정규직 시장으로 전격 전환하면서 다음 세대들에게는 그나마 남아 있던 안전지대마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각 세대들에 대한 특징이 시대적인 흐름과 연관되어 잘 설명되어 있다. 싸그립 모아서 일반화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전반적인 특징을 추출한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받아들일 만하다.

    아무튼 20대들이 원하지 않는 승자독식게임에 참여하여 희생당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안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안성이란 다양성과 안정성의 합성어로서 다양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균형적 상태를 말한다.

    사교육의 문제를 인질 경제의 현장이라고 말한다. 승자독식 게임의 강화를 과외금지 위헌결정에서 찾는다. 과외가 본격 허용되어 사교육이 광풍을 불자, 중고등학생이 있는 모든 가계는 매달 최소 5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게 되고, 결국 부동산 폭등과 중산층의 붕괴까지 이르게 된다. 즉, 10대를 인질로 인질범의 협박에 시달리게 되는 인질 경제의 모습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인질에게 유괴되었다가 풀려난 10대들이 대학에 들어와서도 주입식 사교육, 경쟁 위주의 교육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창의성,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지금 세대에 제대로 된 인재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두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하나는 사교육을 금지하고, 업종 전환을 하게 하면서, 사교육 종사자를 공교육 체계로 흡수해서 교사 수를 대폭 늘리려 교사 당 학생 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서열화된 현재의 대학을 유럽식으로 국립화하는 것이다. 허황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유럽에서 실행한 것이니까...

    그 다음에 농업 문제에 대한 대안도 내놓는다. 우리 농업은 50대 이상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한데, 웬만한 지원 시스템으로는 젊은 세대의 농업 진출을 유도하기 힘들다. 그래서 농업 공무원 같은 제도를 신설해서 교육 공무원처럼 별정직으로 만들어 운용하는 것이다. 공무원이므로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 안정성을 얻을 수 있고, 농업도 계승할 수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는 공동저자 박권일의 글이 있는데, 그 중에서 희망고문의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승자독식 게임의 사회에서 절망에 빠져 있는 20대들에게 이 사회는 희망을 '판매'한다고 말한다. 서점이나 방송에서 성공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주는데, 사실 20대들이 성공할 확률은 줄어드는 만큼 희망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희망이 고문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이 사회는 너무 자주 희망을 얘기해서 고문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독서능력의 한계를 느꼈다. 글쓴이는 일관되고, 진중한 호흡으로, 풍부한 예시와 비유로, 20대가 처한 문제를 통해서 이 사회의 모순을 통찰하고 있지만, 읽는 나는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나의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저 단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을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에서는 막혔다. 또한 받아들인 내용들을 나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지금의 이 포스팅이 일관된 흐름을 갖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흐른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책을 읽으면서는 분명히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다시 되짚어 보니 그러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나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데 실패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해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읽으면서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고, 배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독서 능력을 더 향상시켜서 다시 읽고, 반드시 나의 언어로 재구성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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