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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29] PD수첩 진실의 목격자들: 시대를 품는 열정의 기록
    행간의 접속/사회 2012. 8. 21. 22:11


    PD수첩:진실의목격자들(1990-2010)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PD수첩 제작진 (북폴리오, 2010년)
    상세보기

    2010년은 PD수첩 방송 20주년이었다. PD수첩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면면을 꾸준하게 밝혀온 탐사프로그램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 9명의 PD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여 묶은 책이다. PD수첩을 처음 만들 때 일조를 한 김윤영, 종료문제를 건드렸던 윤길용, 권부를 건드렸던 최진용, 검찰 문제를 건드렸던 최승호, 그리고 황우석 신화를 깬 한학수, 광우병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보슬 등... 한국사회를 들끓게 했던 이슈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이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런 일들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책을 읽어봤을 때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역시 황우석 신화를 무너뜨린 한학수 PD의 인터뷰였다. 당시 상황을 들어보면 황우석 박사는 살아있는 신화였다. 한국의 과학기술을 세계 최정상으로 올려놓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그런 존재였다. 그와 인터뷰하기 위해서 수많은 매체가 그를 주시했고, 그에게 구애를 요청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보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취재로 그에게 물음표를 던진 것이다. 방송 전 처음 생각은 황우석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95%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5%이지만 방송이 나가면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30%는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방송을 했단다. 그러나 방송 후 여론조사에서 황우석을 지지하는 사람이 98%, 그렇지 않은 사람이 2%로 나와서 당혹하다 못해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한다. 황우석의 신화가 그만큼 강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취재 중 PD수첩이 자신을 취재한다는 것을 안 황우석 박사가 PD수첩에게 독점적으로 자신을 취재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겠다고 제안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있다고 느꼈고, 미국 취재를 통해 확인을 한 것이다. 그래서 2차 방송을 하기로 하고, 결국 황우석 박사의 신화를 무너뜨린 것이다.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진실을 외칠 수 있는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인상적인 내용은 광우병 보도로 검찰 수사를 받고 1심에서 무죄를 받은(책이 나오고 2011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됨) 김보슬 PD의 인터뷰였다. 황우석 신화의 한학수PD는 자신의 방송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고 있어서 방송 전에 각오라도 할 수 있었지만 김보슬PD는 평상적인 방송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보도 후 촛불집회가 들불처럼 일어났고, 정권은 위기감을 느꼈고, 그 원인으로 검찰은 PD수첩을 찍은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보슬PD가 있었는데, 본인은 그것을 우연이라고 말한다.

     


     

    제가 중학생이었을 무려부터 시작된 PD수첩의 아이템 리스트는 한국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가장 위까지를 고루 아우르는 방대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 안에 제가 설 자리는 어디일까를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제가 설 자리는 제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만들어주는 우연에 의한 것이더군요. 2005년 황우석 사태를 취재할 때, 하필이면 황우석 사건과 관련한 제보가 한학수 선배의 눈에 띄었고, 하필이면 제가 그 당시 한학수 선배의 조연출이었기 때문에 6개월 동안 참 많이도 괴로웠었던 겁니다. 그리고 2008년, 하필이면 제가 취재하던 아이템이 엎어져버렸고, 하필이면 제가 방송할 때쯤 졸속으로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는 바람에 지금 이날 이때까지도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을 우연이라고 칭하면 너무 무책임한 것일까요.

    PD수첩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 사회가 만들어주는 우연을 피해가지 않고 묵묵히 따라가야만 하는 프로그래, 그것이 PD수첩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보슬 PD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거다. 자신은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능력 있는 사람도 아니고, 남 앞에 나서는 사람도 아닌데, 내가 서있는 위치가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고, 그 위치에 최선을 다한 것 뿐이라고.... 진실과 언론자유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 뿐이라고... 자신이 대단하고, 능력있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훨씬 진실되게 느껴졌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내용은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자 언론 자유가 훼손되는 문제를 많다는 내용이다. 최승호 PD의 얘기이다.

     


     

     지금의 방송 현실은 정부 기관에 대한 비판 보도를 한 번 하면 해당 기관이 법적 대응을 하고, 법적 대응이 심해지면 검사들이 제작진을 잡아갈 수도 있고, 정부 기관이 직접 대응하지 않더라도 친정부 시민단체가 나서서 제소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를 한다. 4대강 건에서 그랬듯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근거로 방송사 내부 경영진은 제작진의 다음 보도를 막는 이런 구조가 완성돼 있다.


    이전 정권인 노무현 정권은 그래도 토론의 대상으로 삼아 대화하고 설득하려고 하는데, 이명박 정권은 법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서 엄중히 처단하겠다고 얘기한다. 개인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고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인데.... 결국 비판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닌가... 일반 시민인 나도 답답한데, 언론종사자들은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현재 PD수첩은 장기 파업 후에 방송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경영진이 작가들을 해고하면서 어제 처음으로 결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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