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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30]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행간의 접속/사회 2010. 10. 13. 23:19
    하나의대한민국두개의현실미국의식민지대한민국,10vs90의소통할수없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 각국사회/문화 > 한국사회/문화
    지은이 지승호 (시대의창,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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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어 지승호가 7명의 지식인과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에 대해서 인터뷰한 것을 모은 책이다. 인상적인 얘기들을 뽑아보았다.

    어린이 교양 월간지 『고래가 그랬어』의 발행인인 김규항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 요즘 아이들의 상황에 대한 얘기가 있다.

    모든 사회가 권위주의에서 벗어났고, 민주화되어 있고, 개인의 자유가 늘어났어요. 그런데 아이들만은 반대잖아요. 지금, 지승호 씨 말대로 훨씬 더 많이 통제되고 관리되고 있어요. 그게 경쟁 때문인데, 참 슬픈 일이죠. 부모들은 아이들 때의 인생이라는 것은 나중에 진짜 인생을 위한 준비기로서만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인생은 매순간이 중요하고 매순간 세계와 나의 소통이 있는 것이죠.

    아이의 인생은 준비기의 의미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중요한 순간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현재를 저당잡혀 맞이한 미래가 반드시 행복하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그러지 않으면 낙오한다는 불안감을 조성한다. 행복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가 커서 행복을 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아이들에게 세상의 밝은 면 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도 어느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면서 금지에 대한 다른 생각을 보여준다.

    어른들 스스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자기 삶에 포함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런 게 삶에서 굉장히 중요해요. 감옥에 가면 그런 거 못하잖아요. 그래서 미치는 거라고. 책을 본다거나 생산적인 일을 한다거나 기도를 한다거나 토론을 한다거나 이런 것을 금지시켜서 미치는 게 아니라구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못하게 할 때 미치는 거지. 그게 인간이고 인간의 삶인데, 아이들한테 무작정 금지한다는 건 끔찍한 파시즘이죠. 그리고 금지는 단지 어른들이 자기 마음을 위안하는 일일 뿐 아이들은 결국은 자기 삶에 필요한 걸 합니다. 게임 금지시켜봐요, 아이들이 부모 몰래 PC방에 가게 만드는 것 외에 아무 효과가 없어요. 존중을 기본으로 한 대화만이 유일한 방법이에요. 그걸 포기하면 어른은 아이를 억압하고 아이는 어른을 속이죠. 그건 파탄난 인간관계입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도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김규항은 계급의식에 대한 얘기도 한다.

    파병의 대결론은 국익이었는데,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알 수 있지만 국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죠. FTA만 해도 모든 한국인들에게 다 나쁜 건 아니거든요. 어떤 계급엔 좋고 어떤 계급엔 나쁜 것이죠. 국익이라는 것은 없고 계급의 이익이 있는 겁니다. 그러면 내가 사회에서 어떤 계급인가에 대한 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식이 희박하죠.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기를 바라고 삼성 휴대폰이 세계에서 최고면 내 자랑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내 일이 아니잖아요.

    국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계급의 이익이 있다는 생각은 새롭다. 그동안 우리가 계급의식이 없어서 국가의 이익이 나의 이익이라고 생각했고, 엄밀히 말하면 그건 이익이 있는 계급과 그렇지 않은 계급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자유주의에 대한 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면 "대안이 뭐냐?"고 합니다. 그런 얘기는 힘센 놈한테 잡혀서 두들겨 맞고 있는 사람에 "너, 대안이 뭔데"하는 것과 똑같은 거라구요. 마치 신자유주의가 경제 정책의 하나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우스운 얘기죠. 그리고 지금 어떤 급진적인 사회주의자도 우리 사회가 미국의 영향이나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체제로 재편되어 가는 상황을 손바닥 뒤집듯이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몽상가는 아무도 없어요. 그런데 신자유주의 반대라고 하면 다 그런 줄 알죠. 우리가 말하려는 건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우리가 그 길로 가면 안되기 때문에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거죠. 알고 보면 좌파적 상상력, 진보적인 비전이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게 아니라 정말 현실적인 거예요. 개혁이 진보라는 거야말로 몽상이고 비현실적인 겁니다.

    비판하는 사람에게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안은 없어도 비판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나도 비판할 때 꼭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규항의 책이나 인터뷰를 자주 접하지 않아서 김규항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 새롭게 다가온 것들이 많았다. 한홍구의 인터뷰 중에서도 뽑아보았다.

    국립묘지는 사실 자꾸 전쟁을 일으키는 시스템이거든요. 근대국가가 다음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국립묘지입니다. 근대국가의 발전사를 볼 때 '너희의 죽음이 개죽음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한 거죠.

    정말 그렇다. 국립묘지 같은 곳이 없다면, 군인들이 죽어서 대우받을 수 없다면 누가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는가? 결국 호국 영령들의 뜻을 기린다는 명분으로 국립묘지를 만들어서 다음 세대들도 전쟁에서 기꺼이 목숨을 바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은 어디에서도 안 가르쳐주는 내용이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의 얘기도 있다. 진보의 핵심적 요체 중의 하나는 "사회적 약자를 중심에 두었느냐"하는 문제라고 한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핵심은 사회적 약자, 서민을 중심에 둔 민주주의냐,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부자들의 민주주의냐 하는 것이다. 이제 형식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공고화되었으니 내용의 민주주의로 가야 하는데, 중심은 사회적 약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잣대를 지금 한국사회에 대보면 아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멀었다는 생각이 들고, 이를 완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진보진영의 새로운 대안 싱크탱크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원장인 손석춘 원장의 이야기도 있다.

    제가 새사연에 매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인데요. '비정규직 노동자나 농민들이나 청년 실업자들이 왜 민주노동당에 투표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언론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얘기를 전혀 하지 않고 왜곡해왔기 때문이데요. 사실 그 탓만 해서는 진보정치세력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들, 청년실업자, 영세 자영업자들이 '진보정치세력이 집권을 해서 한국 경제를 관리할 능력이 있을까?'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에 진보세력이 집권을 했다고 했을 때 자칫 '이나마 먹고 살고 있는 생활벌이조차 망가지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있는 거예요. 사실은 진보세력은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못했어요. 이제는 그런 대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희는 그런 대답을 하겠다는 거구요.

    진보세력이 집권해도 한국 경제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들, 청년실업자, 영세 자영업자들이 진보세력에게 투표한다는 것이다. 계급적으로... 자기 계급에 대한 인식도 필요할 것 같다.

    위에 언급한 사람들 위에도 박노자, 홍세화, 진중권 등의 얘기들도 있었는데, 이미 다른 책에서 언급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뽑아보지는 않았다. 이런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한국사회 정말 복잡하고, 치사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생각으로 변화시켜야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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