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의 독서 목적은 휴식과 지식의 함양인데, 마주치고 싶지 않은 학교의 현실들을 적나라하게 까뒤집어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초임 교사 때 겪었던, 절대 다시 겪고 싶지 않던 경험과 유사한 일들에 대해서 얘기하는 부분은 더욱 불편했다. 그러나 진실은 불편한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꿋꿋하게 읽어냈다.
읽으면서 공감이 가거나 되새길 만한 부분을 뽑아본다.
남자애들은 처음에 상대방을 딱 만나면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센 척을 좀 하지. 머리 안자를 이유가 뭘까? 또 선생님들한테 막 대하는 이유는 뭘까? 자기 힘을 과시하려고 선생님들을 이용하는 거라고. '봐라, 나는 이 정도다'하고 말이야.
남자 아이들은 센 척을 한다. 그건 인정받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한테 인정받기 위해서 그런 것. 우리 반에도 일단 소리부터 지르는 아이, 상대방 한 번 말로 짓누르고 시작하는 아이들이 있다. 외적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여 힘의 피라미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려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역지사지가 잘 되지 않는다. 끝까지 자기 입장과 감정만 중요할 뿐이다. 반성과 배려, 책임 같은 가치를 이해시키려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소설처럼 이야기를 해야 한다. 간접적이지만 '자기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상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때로는 죄책감을 느끼게 해 감정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말로 설명한다. 남의 입장이 되어 보라고. 그러나 아이들은 정말 그게 되지 않는다. "저는 걔가 아닌데요."라는 한마디로 역지사지를 거부하고, 자기 감정을 지키기에 몰두한다. 정말 답답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소설처럼 얘기해서 감정을 이입하면 얼만큼 움직일까? 확률은 반반정도 될 것 같다.
센 아이들은 권력 지향적이고 지배성이 강했다. 다른 곳에서 충족하지 못한 욕구나, 좀 더 많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권력을 가지려고 한다. 내 학창 시절에 기억나는 친구들 중에는 힘으로 다른 사람을 제압하려 했던 녀석들이 꽤 있었다. 선생님들은 우리의 문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래서 선생님이 나가고 없는 교실에서는 그 녀석들이 왕처럼 굴었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그 때는 선생님이 없을 때만 왕인 반면에 지금은 선생님이 있어도 아이들이 왕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교사는 어느 우화에서처럼 고양이를 믿고 생선 가게를 맡긴 주인 꼴이 되어 버렸다. 고양이는 결국 주인마저 쫓아낼 만큼 힘이 커져 버렸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속아 교실에서 외면당하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권력을 잡은 아이가 다른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것을 넘어서 교사 위에 군림하려는 경향도 있다. 수업 시간에 만만한 교사에게 대드는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교사는 교실을 장악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다가 평범한 아이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겉으로 드러난 것들만 다루었던 지금까지의 방식을 개선해야겠다는 것은 일단 확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폭력을 유발하는 환경을 파악하고, 폭력을 역사적, 공간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다.
거시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폭력적인 문화를 평화의 문화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교사의 체벌 금지는 교사들에게 힘들겠지만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잘 보고 배워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