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동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송승훈 선생님이 2학년 독서 시간에 수행평가로 저자 인터뷰를 한 후 보고서를 엮어서 만든 책이다. 학생들은 팀을 만들고, 선생님이 제시한 책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읽고 서평을 쓰고 저자나 관계되는 사람을 섭외해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기자도 아닌데 어떻게 작가를 만나서 물어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지만 작가들이 흔쾌히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에 학생들은 기쁨도 느끼고, 뿌듯함도 느끼고, 감사함도 느낀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힘들지만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지 알아가면서 성장한다. 학생들의 기록 중에서 몇 개를 뽑아보았다.
풍문여고 보건교사인 김성애 선생님과의 인터뷰에서 선생님은 네 가지 성에 대해서 얘기한다.
남성이 보는 남성, 남성이 보는 여성, 여성이 보는 남성, 여성이 보는 여성. 그 네 가지 성이거든. 그럴 때 가장 중요한게, 같은 성 속에서 인정을 받는 게 우선이야. 그런 사람들이 다른 성에서 인정을 받았을 때 참 관계가 튼튼해. 왜냐면 같은 여자가 봤을 때 저 사람 참 괜찮다, 그런 사람 있잖아. 남자들끼리 봤을 때도 같은 남자로서 참 멋있고 매력적이다. 이런 사람들끼리 연애를 했을 때는 잘될 확률이 많아.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관계라고 얘기를 한다. 한편 이혼에 대한 연구를 하고 학교에서 교사로서 재직하는 김혜련을 만났을 때에는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교에 대해서 비판한다.
여러분처럼 의식이 변화하는 사람들을 앞에서 이끌어 줘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지금 학교에는 없다고. 앞으로 학교는 계속 변해야 되고, 학교에서 가르친 대로 살면 여러분들 인생 잘 못 살아요. 의식이 깨어 있는 선생님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교사가 되는 사람들의 성향이 있거든. 굉장히 모범적이고, 기존의 것을 잘 따라가는 사람들이 모범생이잖아. 모범적이라는 건 어떤 면에서 굉장히 보수적인 거거든.
정말 학교가 변화를 선도하지는 못하더라도 뒤쳐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변화가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학교가 사회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업신여기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교사인 나부터 변해야겠다. 그리고, 교사로서 학교를 그만두는 것에 대한 얘기도 한다.
선생 그만두려고 하는 게, 더 이상 아이들하고 눈높이를 잘 못 맞추겠어요. 내가 나이 드니깐 내 관심과 아이들의 관심이 점점 멀어지고 옛날에는 서로 얘기하고 그러면 행복했는데, 더 하면 좋은 선생님이 될 자신이 하나도 없는 거야. 교사로서의 내 모습이 암흑 속에 있고 또 하나는 좀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요. 선생 아닌 제2의 인생. 그래서 올해 선생을 접고 내년 일 년은 좀 놀아야죠.
학생과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고, 관심이 달라지니 이제 교사를 그만두고 자유롭게 논단다. 그렇구나... 교사의 한계는 거기에 있는 것이구나. 나도 연금도 있고 하니 일단 20년은 채우고, 그 후에 학생과의 눈높이를 따져서 그만둘 때를 따져봐야겠다. 그 전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변화하고 노력해야겠지.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자유롭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설레는 일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철없는 생각인가? 그 때면 자식이 10살 좀 넘을 때인데 말이다...
책의 맨 뒤에는 송선생이 책을 엮은 후기를 썼는데, 거기에 나와 있는 그의 생각을 들어보니 나하고는 생각의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사회비판에 대한 얘기이다.
세상의 모순을 밝혀 비판하는 교육은 뜻깊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제 경험을 돌아보면, 비판 교육은 자칫 잘못하면 세상을 비웃고 말게 합니다. 세상에서 쉬운 일이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일입니다.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게 쉬워진 세상에서 사회 비판은 열정의 불꽃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때때로 비판이 냉소주의와 가까워질 때가 있는데 그런 비판은 사람을 상하게 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어둠을 세 번 이야기하면 한 번은 밝은 구석에 대해 말해준다고 한다. 건강하고 밝은 기운을 받으라고 말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사회의 모순을 보면서 그 모순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모순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 강한 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는 개인적인 해결만 추구해서 이런 수업을 준비했다고 한다.
교과서에는 온갖 세상의 일들이 다 요약되어 있습니다. 논술 학습서에는 그런 사회 모순에 대해 진보적인 해결책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요약 정리 해 놓은 책들을 보고 지식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을 사람답게 만드는 인간성과 열정은 거기서 잘 얻어지지 않습니다. 그 지식을 생산해 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삶의 태도가 학습서에는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 우리 교육에서 부족한 것은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합니다. 학생들이 가슴속에 저렇게 되고 싶다는 긍정적인 인생 모형을 품게 하기 위해 이 수업을 했습니다.
논술 답안지에 아무리 그럴듯한 문제해결능력을 보여도 그 속에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껍데기일 뿐이다. 삶에 대한 태도는 만남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것이 진정한 교육이 될 것 같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라면 논술도 더 잘하지 않을까 싶다.
학생들에게 서평을 쓰게 하기도 했는데, 서평 쓰기를 어려워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서평 쓰기를 지도하는 방법을 설명해놓았다.
서평 쓰기는 책에서 와 닿는 내용을 정리하고, 책과 세상을 연관 지어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책 내용과 관계있는 자기 경험을 적는 방식으로 합니다. 자세히 설명하면, 첫 번째로 책에서 기억할 만한 내용을 다섯 가지 골라서 한 가지마다 세 줄씩 설명을 답니다. 두 번째로 책과 관계있는 세상일을 세 가지 찾아 정리합니다. 세 번째는 책과 연관되는 자기 경험, 자기 주변 이야기를 세 가지 생각해서 씁니다. 이렇게 열한 가지 이야기 조각을 만들어요. 이 가운데에서 한 줄로 늘어놓았을 때 흐름이 좋게 나오도록 이야기조각을 네 개씩 짝 지어 보라고 합니다. 이게 아주 중요하다고 한번 강조해 줍니다. 이야기 조각을 네 개씩 짝 지어놓고 내용 연결이 가장 자연스러운 배열을 고릅니다. 이야기 조각이 네 개 생겼지요. 그 조각 한 개마다 소제목을 달아 한 쪽씩 글을 쓰면 네 쪽짜리 글이 뚝딱하고 나옵니다. 여기에 머리말을 반쪽 쓰고, 맺음말을 반쪽 써서 앞뒤로 붙이면 다섯 쪽짜리 글이 나옵니다.
기존의 개요짜리가 틀에 박혀 있었다면 이 방법은 좀더 융통성이 있는 방법이다. 대신 구성력이 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 조각을 갖고 한쪽씩 쓸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고 말이다. 학생들에게 지도하기 전에 나도 이 방식으로 서평을 써봐야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맨날 인용만 하고 끝마치는 것은 이제 졸업할 때가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보고서를 보고 한 생각도 나와있다.
가볍게 꾸짖거나 때로 벼락 치듯이 혼을 내기도 하지만 그 학생의 가능성을 얕보아서는 안 됩니다.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 모르거든요. 어리게 보고 조종하려 하면 그들은 유치해집니다. 제대로 대우하고 좋은 성장의 계기를 만나게 해 주면 그들은 성숙한 인간으로 나타납니다.
생각해 보면 학생들을 믿고 성장을 도와준 경험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항상 믿지 못하고,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니 학생들은 성숙할 기회를 잃고 계속 어려지고, 유치해지고... 크지를 못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믿고 제대로 대우해줘야겠다.
이 책을 읽고 나도 한 번 학생들에게 이런 과제를 한 번 용감하게 부여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올해는 수행평가 계획이 이미 다 섰으니 내년에 한 번 저질러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