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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82]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 코너에 몰릴 대로 몰린 아이들
    행간의 접속/교육/청소년 2009. 10. 28. 13:49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조혜정 (또하나의문화,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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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년 전에 나온 책을 이제 와서 읽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들이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인식을 하게 된 시초가 바로 13년 전, 이 책이 나올 즈음이라는 것을 봤을 때, 아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으므로 이 책은 2009년은 유효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럼 어떤 면에서 유효할까 그 생각의 단초들을 뽑아보았다.

    먼저 현 시대의 상황을 머리말에서 짚어보았다.
    이제 교육 문제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소비 상업주의라는 배경에서 논의되어야 할 주제로 떠올랐다.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 내고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의 힘, 자유와 개성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뿔뿔이 흩어 놓은 후 다시 보이지 않는 그물망 속으로 모두를 끌어들이고 있는 대중 매체의 흡인력, 그 외 사람들이 '자발적 충성'을 얻어 내는 고도 정보 관리 사회의 세련된 기술과 정보력, 교육은 이제 이들과 맞서야 하는 것이다.
    교육은 교육 내적인 문제만을 위해 해결해서는 안 된다. 교육이 맞서야 하는 문제는 자본과 대중매체, 정보매체 등과도 긴밀하게 얽혀서 그 실마리를 꽁꽁 숨겨놓고 있다. 아이들은 그 가운데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고, 교사와 부모는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 이렇게 교육 외부적인 요소에 의해 나타나는 문제들을 교육으로만 풀려고 있으니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13년이 지난 지금,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교육 주변의 상황에 관심을 가지는 경향은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그럼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보자.
    우선 학생들은 기존의 집단주의적 통제에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반응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자신의 처벌 사항을 적은 종이를 붙이면서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을 통해서 우리는 처벌과 통제를 전적으로 거부하고 항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미있게 만들어 버리는 '탈근대적' 대응법을 보게 된다. 교사에 대한 말투에서나 다른 학생이 가져온 선물을 가져가는 행동 등에서 기존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을 거리낌없이 하는 학생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제 교사나 부모에게 매우 당당하게 '당신들은 몰라도 돼요. 내버려두세요. 안 그러면 어쩔 거야?'라는 식의 표현을 암묵적으로, 또는 드러내 놓고 하기 시작했다. 전혀 문화가 다른 세대가 생기고 있고 기성 세대는 그들을 대하는 어떤 묘안도 갖지 못한 채 매우 당혹해 하는 상황에 있다.
    저항의 방식이 바뀐 것이다.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근대적인 방식으로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탈근대적인 방식으로 저항하는 것이다. 새로운 저항 방식에 기성세대는 당황하고, 어떻게 할지 모르게 된다. 이 책이 의미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적이다. 청소년들의 저항의 방식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학교에서 잘못을 꾸짖어도 못들은 척 하고, 교사에게 대들지는 않지만 비아냥대는 방식이다. 직접적인 저항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저항을 하는 것이다.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이 있는 이상, 그 감정을 어떻게든 풀어야 하고, 결국 이런 새로운 방식으로 터져 나온다. 교사들은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반은 포기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하지만 근본적인 이해는 할 수 없고, 단지 갈등을 더 확대시키지 않으려는 마음 이상은 나가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입시 경쟁에서 낙오되거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고, 그들을 패배자로 낙인찍히거나 다시 성장하거나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방식의 교육은 지양되어야 이 문제들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싶다.
     
    코너에 몰린 아이들이 언제 폭발하지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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