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영화 4] 밤과 낮: 구름 같은 인간의 양면
    느낌의 복원/영화 2009. 2. 3. 07:00
    밤과 낮
    감독 홍상수 (2008 / 한국)
    출연 김영호, 박은혜, 황수정, 기주봉
    상세보기


    비록 흥행은 별로 되지 않았지만 작년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어떤 점이 평론가들한테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던 차에 재개봉한다기에 보게 되었다.

    김영호는 유학생 시절 대마초를 피웠던 것이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 바로 파리로 도망을 간다. 거기서 하는 일 없이 민박집에서 시간만 보낸다. 그러다 다른 유학생들을 만나게 되고, 특히 박은혜를 마음에 두고 관계를 조금씩 발전시켜서 마음을 나누게 된다. 그러다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하지만 그를 빨리 돌아오게 하기 위한 아내의 거짓말이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별 다른 것이 없다.

    그러나 홍상수 감독만의 일상 묘사는 여전했다. 어색한 만남에서 어쩔 줄 모르는 두 사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하는 모습, 잘못인 줄 알면서도 대충 속이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 갑작스런 감정 표현으로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모습, 쓸데없이 집착하는 모습, 어떻게든 같이 자보려고 닭살 애교 작렬하는 남자....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고 피식 웃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우리의 모습이다.

    김영호의 성격을 보면 남자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든다. 경찰이 올 지도 모른다는 말에 바로 파리로 가는 소심함하며, 여자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확실하지 못한 모습도 그렇다. 생각은 많은데 깊지가 못해서 건지는 것 없고.... 그런데, 우스운 것은 그런 영호를 보고 박은혜와 아내는 남자답다고 하는 것이다. 여자들은 그런 영호를 왜 남자답다고 하는 것일까? 좀 의아스러웠다. 여자들이 말하는 남자답다는 표현이 함의하고 있는 다른 어떤 것이 있는 것 같다. 아니면 감독이 우스꽝스러운 일상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든가.

    그리고 김영호가 구름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영호네 집 침실의 구름 벽지를 비추면서 영화가 끝난다. 구름은 허황된 것, 잡히지 않는 것, 자꾸 변하는 것, 움직이는 것,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봤을 때 영호의 이미지하고 딱 맞는 것 같다.

    『밤과 낮』이라는 제목은 인간의 양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영호는 밤에는 아내와 통화하면서 사랑을 얘기하고, 낮에는 박은혜와 사랑을 나눈다. 어느 하나가 그의 모습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의미하다. 두 사람을 사랑하는 두 개의 영호가 다 영호이면서 인간에게는 그런 양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니 괜찮았다. 실없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