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들은 누구나 남자들의 심리를 귀신같이 알아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여자들이나 주변의 여자들을 보면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의도로 말하는지, 저 말이 진심인지 거짓말인지 다 알아챘던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여자가 그런 것은 아니었나 보다. 여자들도 남자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혼돈스러워한다는 것을 이 영화는 나에게 알려주고 있다.
5명의 여자와 4명의 남자가 등장하는데, 4쌍 혹은 5쌍의 커플이 사랑을 이뤄가고, 이별을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지니퍼 굿윈은 소개팅으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케빈 코넬리를 만나고 그의 연락을 기다리는데, 그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 결국 그가 자주 가는 주점에서 그와 우연히 만날 것을 기대하지만 만나지 못하고, 그의 친구이자 주점의 사장인 저스틴 롱에게 남자의 심리에 대해서 상담을 하고, 그와 친하게 지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지니퍼는 저스틴이 자신에게 관심있다고 판단하고 고백하지만 그는 부인한다. 그러나 저스틴도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둘은 연인이 된다.
한편 지니퍼의 직장 동료인 제니퍼 애니스톤은 벤 애플렉과 7년째 동거를 하는데, 제니퍼는 결혼을 원하지만 벤은 결혼은 사랑에 자신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둘은 헤어지고, 제니퍼는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동생의 결혼식에서 주위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는 자신을 압박하고,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심장발작으로 눕게 되자 집에 머물게 되는데, 결혼한 동생 부부와 삼촌의 모습에서 결혼한 남자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본다. 그런 가운데 벤이 그녀의 집에 찾아와서 설거지도 하고, 아버지를 생각하며 먹을 것도 사오는 모습을 보고, 결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그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둘은 다시 동거를 한다. 이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남자인 내가 봐도 이 남자의 자상함에 감동받는데, 여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한편 벤 애플렉의 친구인 브래들리 쿠퍼는 제니퍼 코넬리와 결혼한 유부남이지만 우연히 수퍼마켓에서 만난 스칼렛 요한슨과 마음이 맞아 사귀게 된다. 브래들리 부부는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부부생활을 한 번도 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맞지 않는다. 결국 브래들리는 자신의 외도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제니퍼도 한 번은 용서했지만 남편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거짓말한 것이 들통이 나서 둘은 이혼하게 된다. 그리고, 브래들리와 스칼렛도 헤어지게 된다. 스칼렛은 감정을 속이지 않기 위해 사귄 것이었지만 브래들리가 아내에게 다시 돌아간다는 말을 듣고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편 스칼렛 요한슨의 친구인 드류 배리모어는 조그만 신문사에서 광고 파트를 맡고 있는데, 인터넷에서 만난 남자들과 잘 하려고 하지만 제대로 되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과 친구 이상의 관계를 원하는 케빈 코넬리는 스칼렛에게 고백을 하지만 스칼렛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때 스칼렛에게는 브래들리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케빈은 그저 친구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드류 배리모어가 케빈에게 연락을 하고, 둘은 서로를 알아가면서 연인이 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드류 배리모어의 이야기가 너무 동떨어져 있고, 비중이 너무 적고, 그래서 이야기가 조금 억지스러웠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분명히 개연성 있는 이야기가 있었을텐데 편집하면서 잘려나간 것이 아닌가 싶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소제목이 있는데, 소제목이 내용과 긴밀하게 연관되지 않고, 점점 전체 이야기에 묻혀가다 보니 거추장스러웠다.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구성과 매력적인 배우들, 감각적인 소재로 재미를 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