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책 5] 생명, 인간의 경계를 묻다: 생명 다시 생각하기
    행간의 접속/자연과학/환경 2009. 1. 22. 15:37
    생명 인간의 경계를 묻다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강신익 (웅진지식하우스, 2008년)
    상세보기

    웅진지식하우스에서 하이브리드 지식이라고 하면서 기획물을 냈다. 자신의 영역을 고집하는 이전의 지식과 사고로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영역을 부수고, 새롭게 조합하여 지식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면서 가져온 기획이다. 그러면서 철학, 생명, 예술, 생명을 들고 나왔는데, 이 책은 그 중 2권 생명이다.

    먼저 생명의 개념에는 두 가지 성격이 있음을 말한다.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은 자연계의 법칙을 충실하게 따르는 여느 물질과 다를 바가 없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스스로 '나'라고 부르는 주체 의시기 발현될 수 있는 신비한 성격 또한 가지고 있다. 앞의 주장을 기계론, 뒤의 주장을 생기론이라고 한다. 기계론과 생기론은 대립하지만 사실은 생기론은 기계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유전자 결정론에 대해서 설명한다. 유전자 결정론을 출생 전에 그 사람의 구체적인 특징 하나하나가 이미 정해진 채로 태어나고, 태어난 후부터는 작동을 멈춘 채 결정된 사안들이 하나하나 집행된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유전자는 출생 이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전 인생에 걸쳐서 끊임없이 우리의 삶에 관여한다고 한다.

    건강과 질병에 대해서 얘기한다. 인체의 정상적인 상태를 연구하는 분야를 생리학이라 하고, 인체의 병적인 상태를 연구하는 분야를 병리학이라고 한다. 질병을 보는 한 가지 견해는 모든 질병은 그에 상응하는 정상적인 기능을 가지며, 질병은 혼란되고 과장되고 축소되고 무화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리학이 발달하면 병리학은 따라간다는 말이다. 또 하나의 견해는 반대로 생리학이 병리학에 종속된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생리학이 병리학을 끌고 간다고 하지만 실제 연구 현장에서는 병리학이 생리학을 끌고 간다. 왜냐하면 인체 연구의 대상은 병들거나 죽은 사람이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병리학의 연구를 통해 생리학을 유추하는 것이다. 또한 병리적 상태(비정상)와 생리적 상태(정상)를 규정하는 데에는 가치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순수하게 객관적인 기준으로 그게 병리적(비정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병리적 상태는 유기체 각자가 감내하고 살아내는 '주관적 사태'이기 때문이다.

    고통과 윤리에 대해서 말한다. 고통은 당하는 사람한테는 직접적으로, 보는 사람한테는 간접적으로 그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라는 경고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은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게 무관심하지 않으며 자신이 같이 고통 받지 않는 것에 죄의식을 갖기도 한다. 이것은 고통 당하는 사람에 대한 책임의 윤리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통 당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고통을 상상하는 능력이 부족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관심하게 되고, 이기적으로 되고, 자신의 부도덕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현대에 와서는 진통제, 마취제의 발달로 고통을 직접 접할 기회가 드물어지고, 영상문화의 발달로 고통을 가상으로, 간접적으로만 접함에 따라 고통에 대한 죄의식은 느끼지 않는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가하는 고통은 커지게 된다. 우리는 고통을 접하지 않고, 고통 당하는 모습을 보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면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창조적 통로를 차단하고, 타자에 대한 도덕적 상상력을 메마르게 하고, 자기 반성의 기회도 잃게 된다.

    한의학에서 사람의 몸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 말한다. 한의학에서 몸은 기 덩어리이다. 모든 사물은 기로 뭉쳐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가 흩어지면 그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몸 뿐만 아니라 자연의 모든 것, 동식물, 공기, 흙, 바람, 불 등도 모두 기다. 몸의 기는 자연의 기와 호흡하는 것이다. 몸은 자연에 맞추어 변화하고 환경과 에너지를 교환하면서 자기 동일성을 유지하는데, 이 자기 동일성을 유지되지 않고 깨졌을 때 병이 들었다고 한다.

    이 밖에 무의식, 유전과 환경, 인간 본성, 진화심리학, 생물학적 이타주의, 성선설과 성악설 등의 내용도 있는데 내가 여기에 쓸 만큼 소화하지 못했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쓰다 보니 쉽지 않다. 평소에 어렴풋이 생각했던 문제들에 대해서 조금 앞으로 나아간 느낌이 들어서 좋았고, 다른 하이브리드 지식 기획물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