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목차를 보면 내용을 대충 알 수 있다.
제1장 진리, 방법
과학적 사실은 언제나 가치 중립적인가
과학의 발전은 점진적인가, 혁명적인가
과학의 진보를 위해 모든 연구가 허용될까
완전한 객관적 관찰은 가능한가
제2장 가상, 실재
인간과 로봇이 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
부분의 합은 전체일까
마음은 물질로 환원할 수 있을까
불로장생, 신화일까 과학일까
제3장 환경, 미래
나폴레옹과 박테리아, 누가 힘이 셀까
테크노피아의 세계는 가능할까
여성주의와 과학은 결혼할 수 있는가
자연으로 돌아가면 행복할까
제4장 과학, 현실
연구 부정행위는 막을 수 없을까
근대적인 것은 과학적인 것일까
과학, 전문가와 대중의 소통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동아시아 사람들도 자연법칙을 믿었을까
제목을 보면 흥미있어 보이는데, 막상 내용을 읽어보면 생각한 것보다는 조금 어렵다. 그래도 좀 인상적인 부분은 제3장의 '자연으로 돌아가면 행복할까'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 문명의 비정함과 경쟁, 비인간적인 것, 인위적인 것으로부터 반대되는 자연으로의 복귀를 꿈꾸지만 낭만적인 생각일 수 있다. 자연적인 것이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낭만에 빠져서 놓치는 것들이 무엇일까?
전에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인간이 경쟁을 추구하고, 인위적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들도 결국은 큰 테두리에서는 자연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본다면 자연과 인간은 대립적인 개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심정적으로는 이런 생각이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논리를 찾지 못하겠다.
그리고 제4장의 전문가와 대중의 소통에서는 전문가들이 황우석 박사 논문은 조작이라고 얘기했는데도 비전문가인 대중들이 황우석 박사 편을 계속 들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말한다. 거기다가 대중들은 비전문가인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기까지 한다. 이것은 과학자들이 대중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과 과학자들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제2장의 로봇과 인간의 사랑에 대한 얘기도 재미있었다. 인간과 로봇이 사랑을 하려면 먼저 인간의 정체성을 따져야 하고, 사랑을 계량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결국 사랑의 감정을 그대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남녀가 사랑할 때 나타나는 행동변화 및 신체 생리적 변화 등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아주 많은 남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는지도 정해야 한다. 그럼 이런 것들을 다 이루어낸 다음에는 과연 인간과 로봇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볼 때는 실연당해서 좌절하는 로봇만 늘어날 것 같다. 프로그램에 따라 인간을 사랑하는 로봇을 만들었지만 인간들은 로봇을 사랑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로봇이라는 이유만으로.... 로봇이 정말 인간처럼 된다면 얘기는 다르겠지만....
과학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