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음악 공연을 봤다.
EBS SPACE 공감 에서 하는 공연이었다. EBS SPACE 공감은 EBS의 공연 무대이고, 그 공연 무대의 실황을 방영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공연은 평일에 있고, 주말에는 공연 실황을 방영한다. 공휴일에는 공연이 없다. EBS SPACE 공감 사이트에 관람을 신청하면 추첨하여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해준다. 나도 처음으로 신청해봤는데, 덜컥 선정되어서 관람하게 되었다.
내가 본 공연은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 루키'라는 것이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신인 뮤지션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고, 1월의 헬로 루키로 선정된 '밴드 아름다운'과 '밴드 ZOO'의 공연이었다.
1. 밴드 아름다운: 세련됨
밴드 아름다운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자, 실용음악과 출신들로 구성된 5인조 밴드이고,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소박하고 정갈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이다. 2007년 여름부터 활동을 했다고 해서 덜 채워진 느낌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굉장히 완성도 있는 음악을 보여주었다.
보컬과 코러스도 균형이 잘 맞았고, 편곡도 세련되었다. 특히 악기 구성에서 카혼이라는 타악기와 트럼펫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전자기타를 쓰지 않는 것은 이색적이었다. 카혼이라는 타악기는 나무상자에다 구멍 뚫은 것인데, 연주자가 그 위에 앉아서 두드리는 식으로 연주한다. 그런데, 그 공명이 독특하면서도 친숙했다. 둔탁할 것 같은데도 울림이 있다는 것이 새로운 느낌이었다.
2. 밴드 ZOO: 신선함
2005년 대학 동창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모던 록 밴드란다. 여러무대에서공연을 해왔고, 신나고 설렘이 있는 음악으로 호흡을 하고자 하는 팀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이 팀이 무대에 올라왔을 때 나는 무슨 고등학교 축제 무대인 줄 알았다. 많아봐야 갓 스물을 넘어 보이는 듯한 풋풋한 애들이 올라와서 무대에 올라온 것이 너무 좋다는 티를 내면서 다분히 관객들을 의식한 아마추어식의 오버액션을 펼치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신선했다.
그리고, 무대 매너도 프로다운 성숙된 측면이 아니라 이 무대가 너무 소중하고 좋아서 무대를 다 먹어버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얼굴에 쓰여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공연을 정말 즐겁게 즐긴다는 것이 팍팍 느껴졌다. 모든 멤버들이 한 곡, 한 곡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노래했고, 온몸으로 리듬을 받아안았으며, 그런 것들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물론 음악들도 훌륭했다.
이 친구들은 관객을 의식하지 않았다. 드럼 치는 친구는 앞에서 열심히 멘트하는데, 큰 소리로 웃기도 하고, 자기네들끼리 잡담도 하고... 그런 모습들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특히 멤버들이시종일관 웃으면서 공연을 하는데, 그게 그렇게 보기 좋았다.
앞으로도 EBS SPACE 공감의 공연들에 관심 갖고 좋은 공연들을 접해야겠다. 공짜잖아.
(20080122) 이 공연 후기를 EBS SPACE 공감 홈페이지의 공연 후기 게시판에 올렸더니 우수 후기로 선정되어서 『지식채널e 1,2』가 날아왔다. 이벤트는 2월까지만 한다고 한다. 공연 관람 당첨되기도 쉽지 않은데, 후기까지 당첨되다니 여러가지로 운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