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 퍼포먼스 『마리오네뜨』를 봤다. 비보이 그룹 익스프레션과 뉴이스트가 참가한 작품이다.
내용은 꼭두각시 인형(마리오네뜨) 공연을 하는 인형사의 이야기인데, 내용은 별로 짜임새가 있지는 않다. 처음에는 인형사에게 초점이 맞춰졌다가 중간에는 소녀에 대한 인형의 사랑,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인형사와 인형의 퇴락을 그리고 있다. 이 내용들의 연결이 좀 부자연스러운 측면이 많았다. 이 내용을 형상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춤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으로 처음에는 이해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다양한 춤과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서 이들을 연결시켜주기 위한 간략한 내용을 만든 느낌이었다. 아마 창작할 때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내용이 약간 비극적인 것이라서 전체적인 인상은 어두웠다. 그래서 배우들은 무표정한 인형탈을 쓰고 연기(춤)를 한다(춘다). 이 탈이 그래도 작품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 같다. 슬픔 분위기 속에서 무표정한탈을 썼기 때문에 슬픔이 감추어져 있고, 관객은 배우의 슬픔을 몸짓을 보고 상상함으로써 훨씬 더 절실하게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었던 것 중의 하나는 음악이었다. 하프시코드 계통의 오르간과 현악기가 중심이 되는 음악은 바로크 시대의 바하 분위기를 내면서 비보이의 춤이 어떤 음악에도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자극적인 비트가 아니라서 좋았다.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는 형광탈을 쓰고 나와서 추는 유령 춤이었다. 말로 설명하려는데 설명이 안된다. 이건 직접 봐야 한다. 정말 아낌없이 박수가 나왔다. 이런 것은 본 적이 없다. 정말 준비 많이 했고, 정말 노력 많이 한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나면 뒷풀이 춤판이 벌어지는데, 이 춤판이 완전 난장판이다. 춤을 못 춘다는 것이 아니라 형식의 구애를 받지 않고, 무질서한 것처럼 자유롭게 벌어지는 것이다. 공연이 정해준 룰 안에서 약속된 춤이라면 뒷풀이 춤은 즉석에서 자유롭게즐기는 춤이었다. 이 때에는 무슨 클럽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로 장난도 치고, 얘기도 하고 하면서... 이 무대가 전체의 40%는 차지한 것 같았다. 그런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너무 길었던 것 같다. 뒷풀이 무대가 본 무대에 가깝게 차지하는 것은 본 무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뒷풀이 무대에서 인상적인 것은 비트박스였다. 정말 잘 한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이건 묘기였다.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해내고 있었다. 여러 개의 악기 소리에다가 보컬까지 해내는데 어떻게 하면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불가사의하다.
지금 공연이 두 번째 무대이고, 다음에 좀 더 다듬어서 세 번째 무대도 준비한다고 한다. 내용과 짜임을 잘 다듬어서 더 훌륭한 공연을 만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