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열전 2의 첫번째 작품, 장진 연출의 『서툰 사람들』을 봤다. 혼자 사는 여자와 서툰 도둑이 일상적이지 않게 서로 친해지는 이야기이다.
하룻밤 사이에 서툰 도둑과 주인 여자가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 그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해프닝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곤 "돈 내놔", "저기요, 다 가져가세요" 정도인데, 이렇게 하면 재미가 없고, 연극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도록 이야기를 꾸려가야 하는데, 이게 바로 작가의 능력이다.
장진 감독 스타일의 유머를 보여준다. 어떤 상황 속에서 엉뚱한 생각들과 태도들, 여기서는 도둑의 도둑질이 서툴어서, 손도 제대로 못 묶고, 나중에는 여자한테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까지 트는 친구가 되고.... 웃음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속에서 나온다. 실제로 처음 도둑질하는 사람이 도둑질을 능숙하게 할 리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도둑질하다가 실수로 상황이 뒤바뀐다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어떤 도둑은 도둑질하려고 들어간 집에서 너무 좋은 술이 있어서 그 술을 마시고, 뻗어서 자다가 경찰에 잡힌 일이 있지 않았는가? 그런 면에서 장진의 상상은 충분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우리가 그냥 지나쳐서 그렇지....
"오랜만에 연극을 봐서 그런지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는데, 자꾸 보다 보니까 익숙해지는 느낌이었고, 또 다른 관객들도 잘 웃어주니까 어색하지는 않았다"라고 쓰려고 했는데, 솔직히 나는 그렇게 웃기는 느낌은 들지 않더라. 상황은 재미있는데, 배우들의 개인기는 좀....
동숭아트센터 5층 소극장에서 하는데, 좌석이 정해져 있지 않다. 예매한 순서대로 입장하여 먼저 자리 잡는 방식이다. 늦게 들어가면 자리가 없어서 간이의자나 통로에 앉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먼저 예매하고, 먼저 들어가야하므로, 약속 시간에 잘 늦거나 사정이 많은 친구랑은 같이 가지 않는게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