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열전 두번째 작품 『앵콜, 늘근 도둑 이야기』를 봤다. 두 명의 늙은 도둑이 도둑질하러 들어간 곳에서 벌이는 해프닝을 담은 이야기이다. 금고를 털러 들어간 곳에서 지분으로 아웅다웅 싸우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추억에 젖기도 하고, 관객들 데리고 장난 치기도 하고, 결국 경찰에 잡혀서 취조 받으면서도 은근히 비협조적으로 수사를 방해하기도 한다.
줄거리라고 할만한 내용이나 깊이는 없고, 배우들의 입담으로 극을 끌어간다. 그런데도 간간히 시사적인 내용들을 비꼬면서 약간의 풍자를 하기도 한다. 변양균, 신정아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BBK 얘기도 나오면서... 그러나 그 풍자가 신랄하지는 않고, 가볍게 건드리는 정도이다.
결국 이 작품에서 건질만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치밀하지 못하고 빈틈이 많은 두 명의 도둑은 없어져야 할 나쁜 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이웃과 같은 귀여운 인물들이다. 이러한 도둑답지 않은 도둑의 캐릭터로 관객들의 호감을 얻은 후에 그 호감을 다양한 방법으로 번식시켜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극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등장도 관객석에서 나오기 때문에 돌발상황도 연출되기도 했고, 상대 배우가 웃음을 참지 못해 살짝 다시 연기하기도 했다. 또 관객들에게 말을 걸거나 행동을 요구하는 식으로 관객을 약간씩 참여시켜 배우들의 순발력이 매우 중요했다.
두 편의 연극열전을 봤는데, 두 편 다 도둑이 나오는 코미디이다 보니 너무 대중적인 것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번째는 『리타 길들이기』인데, 최화정을 내가 별로 안 좋아해서 안 볼 생각이고, 네번째는 추상미가 나오는 『블랙버드』인데 요건 좀 무거운 것 같다. 볼지 안 볼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무튼 연극열전 계속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