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봤다.
정신병원인지 요양원인지 아무튼 거기에 있는 사람들 얘기이다. 빚 때문에 쫓기다가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남자, 사랑의 상처를 안고 있는 콜걸과 치매를 앓는 할머니, 아버지를 찾아 나선 소녀 봉사원, 실연당한 여자 봉사원 등...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뮤지컬에서 볼만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수준급이라는 것이다. 어느 누구 하나 모자람이 없고,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배역들이 순간 순간마다 감정의 기복이 있었지만 관객들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공감할 수 있게끔 소화해내고 있다. 특히 신부 역할의 배우와 자원봉사자 역할의 배우의 연기가 돋보였다. 아울러 노래들도 듣기 좋았다.
그 다음에 꼽을 수 있는 것은 구성 방식이었다. 현재- 과거- 대과거-현재-과거-현재 등 시간을 넘나드는 구성은 관객들로 하여금 심심하지 않게 했다. 즉, 등장인물들이 지금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유를 드러내 보이기 때문에 개연성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최병호가 병원을 나가는 날 밤 병실에서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구성이 주는 재미를 넘어서 뿌듯함까지 안겨주었다.
그 다음은 음악이다. 생음악으로 노래하고 반주를 하는데, 반주는 신디사이저와 바이올린, 클래식 기타만으로 구성되었음에도 빈틈이 없는 풍부한 음색을 들려주었다. 듣기 좋았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것은 결말이었다. 최병호가 병원을 나가서 남은 사람들은 그 빈 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문제를 푸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유쾌하면서도 재치있게 결말을 만든 것이 좋았다. (이것까지 공개하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얘기한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뮤지컬을 보았다. 2006년 한국 뮤지컬 대상 작품상을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