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을 봤다.
1. 줄거리
주인공은 세탁소를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큰 돈을 만지는 것은 아니지만 옷을 맡긴 사람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정성을 다해 세탁을 하고, 수선을 하면서 정말로 양심적으로 세탁소를 운영한다. 연극의 전반부는 주인공과 그의 가족들의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중반 이후에는 재산이 많은 치매 노인의 자녀들이 어머니가 세탁물 속에 재산을 모아놓은 곳에 대한 정보를 넣었다고 생각하고 세탁소에 찾아와서 세탁물을 뒤진다. 결국 주인공은 그 세탁물을 찾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빼앗으려고 갈등하는 얘기이다.
2. 서민적 삶의 모습 구현
이 연극의 첫번째 특징은 서민적 삶의 모습을 잘 구현했다는 것이다. 세상이 변해도 사람에 대한 가치는 변하지 않는 세탁소는 당연히 서민적일 수밖에 없다. 영화배우 지망생의 의상 협찬도 해주고, 치매 노인의 똥 묻은 옷도 세탁해주는 모습 등은돈을 보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배운 것 없이시골에서 상경하여 자신의 가게를 차리기 위해 노력하는 염소팔의 모습, 딸에게 어학연수를 시키고 싶지만 학원 보내는 것도 벅차서 한숨만 나오는 아내의 모습 등도 서민적이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허허실실한 사람 좋은 웃음이야말로 서민적인 삶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힘든 일이 있지만, 웃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서민들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3. 주제의 형상화
연극의 시작은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폭행을 당해서 시위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연극은 과연 무슨 일 때문에 사람들이 시위를 하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렇게 연극은 흘러가다가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사람들이 치매 노인의 세탁물을 찾기 위해 세탁소에 들어갔다가 주인공이 그 세탁물을 세탁기에 안에 던져 넣자 사람들이 모두 세탁기에 들어가고, 주인공은 세탁기를 작동시킨다. 연극의 시작과 얘기가 맞으려면 세탁기 문이 열려 사람들이 나오면 모두 부상당한 채로 나와야 하는데, 실제 연극에서는 검은 옷을 입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짐승의 모습으로 세탁기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흰 옷으로 갈아입고, 깨끗한 모습으로 웃으면서, 노래와 앙징맞은 율동으로 나온다. 서민적인 가치가 물질적이고, 비인간적인 가치를 깨끗하게 정화시킨다는 주제를 제대로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
치매 노인이 제 정신일 때 맡겨놓은 세탁물 안에는 어떤 메시지가 들어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단지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서 돈만을 바라보는 자식들을 교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만 나와있을 뿐이다. 작가는 구체적인 실체 없이 관객들에게 일정의 트릭으로 껍데기 뿐인 메시지를 전달했을 수도 있지만, 관객들은 일단 있다고 생각한 이상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뭐... 아무튼 작가의 이런 보물찾기는 효과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