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칠수와 만수』를 봤다. 86년에 문성근, 강신일 주연으로 무대에 올랐던 연극이고, 88년에는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작품이다. 영화를 봤는데, 88년 사회가 민주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사회 비판적인 영화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용은 미군 기지촌 출신의 칠수와 시골 출신의 만수가 서울에서 사회의 밑바닥 인생인 옥외 광고물 페인트공으로서 겪는 애환과 울분, 그리고 사회의 억압과 편견으로 희생당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연극의 전반부는 칠수와 만수가 어떻게 해서 서울의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후반부는 아무 생각없이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가 사회 불순세력으로 몰려 희생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지배세력과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86년과 2008년, 22년이면 우리의 현실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배층은 서민들을 변두리로 몰아내고, 여전히 그들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또한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그들을 사회 불순세력이라고 몰아세우며 탄압한다. 이 연극이 아직까지 공연된다는 것은 이 사회에서우리가 바꿔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보수적인 정권이 들어서면 비판적 언론과 예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