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10주년 공연을 보고 왔다. 허클베리 핀에 대해서 아는 것 없다. 노래도 모르고 이름만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표가 손에 들어왔고, 시간이 되어서 갔다.
1. 음악은 느끼는거야
공연은 스탠딩으로 진행되었다. 앉아서 보는 공연과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앉아서 보는 공연에서는 몸을 움직이는 것, 리듬을 타는 것, 하다 못해 박수 치는 것까지 눈치가 보이는데, 스탠딩 공연은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눈치가 보여서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머리를 흔들고, 다리를 흔들고, 손을 들고, 펄쩍펄쩍 뛰고...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온몸을 움직이면서 느끼는 것이었다. 생각이나 이성은 버리고 감성으로, 온몸으로 느끼면 되는것이었다. 일상 생활에서 찌들었던 것들, 쌓였던 것들을 여기서 모두 털어내버리지 못하면 바보다. 소리 지르지 못하면 바보고, 온몸을 쓰지 못하면 바보다. 옆의 사람이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같은 음악을 듣는 같은 사람이라는 것만 느끼면 되는 것이다. 나이, 성별, 학력, 재산 등 우리를 분열시키는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
2. 스탠딩 공연에 필요한 것들
스탠딩 공연을 처음 와서 몰랐는데, 와보니 준비해야 할 것들이 생각났다. 첫째는 편한 신발이다. 2시간 넘게 서있으려면 발이 편해야 한다. 신발이 불편하면 아무리 좋은 공연도 다 꽝이다. 둘째는 물이다. 목이 마르다. 같이 소리 지르고, 같이 땀흘리니 목이 마를 수밖에 없다. 셋째, 부채도 필요하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넷째, 편한 옷차림이 필요하다. 움직임이 많고, 땀을 많이 흘리므로 편한 옷차림이 좋다. 다섯째, 애인이 필요하다. 이성을 내버리는 디오니소스의 세계 속에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여섯째,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혼자여도 상관은 없다. 즐길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3. 음악 자체에 대해서
솔직히 음악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음반으로 이들의 음악을 듣는 것은 오히려 라이브로 느꼈던 느낌들을 복원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을 듣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음악 속의 열정과 폭발력을 느끼는 것이 목적이므로 상관은 없을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다.
그래도 게스트로 나온 이장혁이라는 좋은 아티스트를 알게 되었다. 듣기에 좋은 음악이었다. 찾아서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