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와트를 다녀와서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의 풍경을 사진에 담으면서 내 머리 속에는 이런 사진이 찍혔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보면 기대 이하이고, 그러면서 사진에 대한 욕심이 생기게 된다. 결국 올해 안에 DSLR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환율을 따지고 있다. 사진에 대한 준비의 하나로 온라인 사진 강좌를 볼 생각을 하고, 전시회를 찾아다닐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을 가게 되었다.
원래 이 전시회는1월 15일까지였는데, 2월 1일까지 연장 전시를 한다고 한다. 본전시와 특별전시, 기획 전시가 있었다. 전시 구분은 되어 있었으나 내가 작품을 보면서 각각의 전시 구분을 정확하게 하지는 못했다. 그저 사진이 있으니 있구나 하는 수준이었고,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수준이었다.
사진전을 자주 보지는 않지만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한다. 그림은 어렵지만 사진은 그래도 사실적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사진전을 보니까 사진이 사실적이어서 쉽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일상 사진만을 접해온 일반인인 나로서는 작품 사진을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하고, 여러 가지 연출을 하는 작가의 예술 행위가 만만치 않았다. 좀 쉽게 접하기를 원했는데, 그런 작품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그 가운데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은 특별전시 중에 황숙정 작가의 빗방울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유리인지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빗방울이 앉아있는 모습이 그냥 예뻤다.
(전시장에서 사진 찍는 것은 상관 없는 것 같아 찍어 왔는데, 공개된 웹 상에 올리는 것이 저작권에 문제가 있으면 삭제하겠습니다.)
전시 장소도 특이했다. 옛 서울역사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는데, 옛 서울역사 안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 싶었다. 서울역사의 전시 장소로 꾸미느라 벽지를 찢어지고, 천장이 깨지고, 어디는 타일이 있고, 어디는 시멘트벽이 나오고, 문은 떼어지고, 전기선과 난방 배관들이 보이기도 하고, 예전에 있던 샹드리에도 달려 있으면서 낙서도 있는데, 작품 자체가 일상의 평범함보다는 예술의 창의성을 우선시 하다보니 이런 전시 환경도 나쁘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서울역사의 구서구석을 돌아다니면서 공간을 느끼는 재미도 있었다.
예술이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기보다는 창의적인 생각과 새로운 시도가 의미있는 것이라는 것으로 보면 예술 행위가 이해가 될 수도 있는데, 아직까지 낯선 것은 사실이다. 아무튼 사진전도 좀 찾아다니면서 보는 눈을 키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