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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1] 김동식 소설집6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중편 분량의 작품들
    행간의 접속/문학 2024. 2. 9. 07:59

    책이름: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지은이: 김동식

    펴낸곳: 요다

    펴낸때: 2019.03.

     

    김동식 소설집 6권이다. 이전의 시리즈에서 수록된 작품들보다는 좀 길어진 느낌이 든다. 그래서 뒤쪽의 작가의 말을 보았더니 작가도 장편은 안 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서 장편도 시도한다고 한다. 그런데 잘 안 된다고 하면서 그래도 계속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씩 길어지는 느낌이다. 반전과 풍자는 여전하고....

     

    인상적인 작품을 뽑아보았다.

     

    「그녀들을 관찰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는 걸그룹 매니저가 본 걸그룹 멤버들의 갈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것 같지만 걸그룹도 사람들의 모임인지라 그 안에서 시기와 질투, 모함과 배신, 따돌림 등이 존재하며 이를 감추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모습도 보인다. 매니저를 속이고, 사장을 속이고, 같은 멤버를 속이고, 사장은 알면서도 이용하고, 매니저는 카메라가 있다고 사장을 협박하는 등 조선시대 궁중 암투에 버금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로 걸그룹 안에서 갈등이 노출되어 구설수에 오른 경우가 없지 않으니 현실의 걸그룹에서 있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위치 하나로 바뀌는 내 세상」은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핀잔과 욕만 얻어먹는 장진주 앞에 한 사내가 공원 나무에 있는 스위치를 가리키면서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는 스위치라고 말한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은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는 사람은 싫어하게 된다고. 장진주는 이를 받아들고 스위치를 올렸고, 회사 사람들이 모두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대신 자신을 좋아하는 가족인 엄마는 자신을 싫어하게 된다. 그래서 회사에 갈 때는 올리고, 집에 올 때는 내려서 하루종일 언제나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지낸다. 그런데 평소 자신이 짝사랑하던 회사 동료인 정재준이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자 겉으로는 좋았지만 이 사람도 평소에는 자신을 싫어했다는 것을 알고 착잡해 한다. 그러면서도 정재준과 가까이 지내면서 마음을 키워간다. 그러면서 스위치를 내리지 않고 지내는 날이 많아지고 엄마와는 사이가 멀어진다. 그러다 공원 조경 사업으로 나무가 베어지자 스위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엄마와 사이가 나빠진 채로 평생을 지내야 하는 것이 두려워 울고 있을 때 그 사내가 다시 나타나며 딱 한 번만 쓸 수 있는 스위치를 건내준다. 그러면서 이렇게 충고한다.

    "세상 모두가 당신을 좋아할 순 없어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인생을 살다 보면, 나를 싫어하는 백 명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입니다. 깜짝 놀랄 만큼 중요하지 않지요. 그보단, 나를 정말로 사랑해주는 단 한 명이 훨씬 중요하죠."
    "...."
    "이 스위치처럼 간단하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스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당신도 있고, 직장 동료들도 있고, 엄마도 있지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그 스위치를 올리고 내릴 수 있습니다. 당신이 움직여야 할 스위치는 당신 마음속에 있는 스위치입니다. 남들은 중요하지 않아요. 내 자신이 중요하지."

     

    이 충고를 듣고 장진주는 스위치를 내리고 심호흡을 하고, 마음속 스위치를 올리고,활기찬 출근 인사를 하면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끝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재미있으면서도 선명하게 가르쳐 주는 작품이다. 

     

    작강의 말 뒤에 편집자인 김민섭 작가의 말이 있는데, 김동식 작가가 끊임없이 작품을 쏟아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언젠가 그에게 왜 3일에 한 편을 쓰느냐고 물었더니, 게시판에 올린 글에 댓글이 잘 달리지 않게 되는 기간이 대략 3일이어서 그렇게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말이지 그다운 대답이었다고, 나는 기억한다. 그런데도 그는 거침없이 작품을 쏟아낸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소재로 작용하는 모양이다. 예를 들면, 부산으로 가는 KTX에서도 그는 '혹시 이 기차의 특정좌석에 매번 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하고, 흡연자를 보고는 '담배에 아는 사람의 전화번호가 있고 피울 때마다 그가 다치게 된다면 저 사람은 담배를 끊을까.'하고 상상하기도 한다. 그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주변을 살핀다. 그래서 그의 삶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그의 이야기도 소진되지 않고 계속될 것 같다.

     

    주변에 대한 관찰과 상상이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인데, 비슷하지 않고 다 다르게 만들어가는 것이 관건인 것 같다. 솔직히 일부는 좀 비슷하고, 많이 읽다보면 결말이 예상 가능한 것도 있기도 해서 어떻게 다르게 만들어갈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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