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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3] 김동식 소설집9 문어: 인류의 미래와 가상의 현실을 만나면
    행간의 접속/문학 2024. 3. 3. 19:04

    책이름: 문어

    지은이: 김동식

    펴낸곳: 요다

    펴낸때: 2021.03.

     

    김동식의 9번째 소설집이다. 인상적인 작품을 뽑아보았다.

     

    「나 대신 출근하는 공치열」은 나를 대신해서 회사에 출근해서 나의 일을 해주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이야기이다. 생긴 것도 똑같고, 말투도 똑같고, 업데이트만 제때 해주면 나보다 더 능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로봇이다. 로봇을 회사에 출근시키고 공치열은 자기가 하기 싫은 안 하고, 하고 싶은 일만 마음껏 한다. 그렇게 석 달을 지내고, 한 번쯤 회사에 가보고 싶어서 직접 출근을 했더니 인간관계가 넓어져 있고, 짝사랑하던 장진주와의 관계도 진전되어 있고,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많이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자신보다 유능한 로봇에게 열등감까지 느낀다. 그리고 장진주와 데이트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유능한 모습을 위해 회사 일도 열심히 하고 직원들로부터 인정도 받는다. 그리고 장진주와 데이트를 하며 고백해서 사귀기로 한다. 그런데, 뉴스에서 로봇과 인간을 구별하기 위해 한쪽 귀에 기계 표식을 하도록 하는 정책이 발표된 후 출근해 보니, 직장 동료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모두 로봇이었던 것이다. 장진주도 마찬가지. 혼란스러운 공치열은 회사에 안 나가고 장진주에 대한 마음을 떨칠 수 없어서 장진주의 집으로 찾아간다. 문을 열어준 장진주는 지적이고 멋진 여성이 아니라 엉겨붙은 머리카락, 개기름 흐르는 피부, 육중해진 몸을 가지고 있었고, 서로 당황한 채, 공치열은 집으로 돌아오고 회사에 나가지 않는 것으로 끝난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미래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린 이야기인데, 비현실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비슷한 이야기로 서유미의 「저건 사람도 아니다」와 소재와 전개가 많은 부분 비슷하지만 서유미의 작품이 좀더 무게감이 있고, 진지한 것 같다.

     

    「인생 박물관」은 누군가의 인생을 담아 놓은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이다. 홍혜화는 한 노인으로부터 인생 박물관을 듣고 들어간다. 거기에 종이에 이름을 쓰고, 잠드는 시간을 적으면 그 사람의 인생을 조각상으로 볼 수 있는 박물관에 들어가게 된다. 홍혜화는 자신의 이름을 쓰고 자신의 박물관에 들어가서 자신의 삶을 본다. 어린 시절,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는데, 부모님이 얼마 안 있어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노인을 만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묻고, 그 박물관의 괴물들이 쓰는 리모콘을 훔쳐서 동상을 없애면 그 일은 안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혼자서 이 일을 할 수 없어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친구 김남우의 도움으로 부모님이 죽는 동상은 없앴지만 김남우가 자신의 박물관에 갇히게 된다. 김남우를 구하기 위해 노인을 찾아간 홍혜화는 김남우의 박물관에서 리모콘을 훔쳐서 박물관에 갇힌 김남우 동상을 없애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시도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현실의 김남우는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 있고 자신 때문에 불행해진 김남우를 위해 다시 김남우의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실패하고 자신도 갇히게 된다. 그 안에서 공포와 절망을 느끼다가 김남우를 이해하게 되고, 김남우의 인생을 둘러보던 중 <드디어 홍혜호와 결혼한 김남우>라는 작품을 마주친다. 그리고 그 순간 강력한 힘에 이끌려 박물관을 빠져나온다. 현실의 홍혜화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깨어났고, 현실에서 만난 김남우와 홍혜화는 리모콘 누르는 시늉을 하며 결혼할 운명을 따른다. 어찌 보면 좀 유치하기도 한데, 김남우의 진심과 홍혜화의 진심이 운명을 만들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 같다.

     

    「평범한 사람도 훌륭해지는 행성」은 도덕이 무너진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 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평범한 남자 김남우에게 도덕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하는 이야기이다. 너무 이상했지만 김남우는 받아들이고 외계인의 별에 가서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올바르게 살라는 내용으로 강의를 한다. 그리고 그 강의는 강제로 외계인들에게 주입되어 그들은 도덕성을 함양하게 된다. 그리고 김남우에게 댓가로 보상을 해주는데 그것은 그의 말을 듣는 사람들은 그의 말대로 행동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 보상을 활용해서 김남우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외계인들의 대화가 나온다.

    [어디서 그렇게 정직한 인간을 데려왔습니까?]
    [200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우리 별이 지구라 불리던 시절 말입니다. 그때는 그래도 정직한 인간들이 많았죠.]
    [아하, 최초로 지구를 통일한 황제가 변질되기 직전에 말이죠.]

     

    결국 김남우가 대통령이 되고, 자기 마음대로 통치하다 지구의 도덕성이 모두 사라지고, 지구가 변질되었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마지막 반전이 재미있다. 

     

    「역행 인류」는 시간이 역행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간이 역행하자 죽은 사람도 다시 살아나고, 병에 걸린 사람들도 낫게 되어 병원이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고, 숨겨졌던 진실이 밝혀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아이는 점점 어려져서 뱃속으로 들어가고 성장이라는 것은 없어지고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되었고, 어렵게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다시 불안정한 수험생활을 해야 했다. 결국 인류의 모든 영역에서 새로움이란 것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거꾸로 사람들이 사라져갔고, 수십 년이 흘렀다. 그리고 시간 역행의 진실도 밝혔다.

    우리는 인간이 아닙니다. 우리는 시뮬레이션입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문명은 2020년까지였습니다. 2020년까지 문명을 발전시킨 우리는 지금, 데이터를 거슬러 '검토'당하는 중입니다.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저 바깥, '진짜' 인류는 혹시라도 모를 우연의 산물을 찾고 있는 겁니다. 그들에게는 전혀 시간 낭비가 아닐 겁니다. 실제로 우리의 수백 년이 그들에게는 불과 몇 분의 시뮬레이션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진실은 시뮬레이션이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가상의 인물들이었고, 이들을 조종하는 거대한 진짜 인류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잠깐 시뮬레이션을 가상으로 돌려볼 때의 그 시뮬레이션 안의 대상들은 이런 상황을 만나고,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대처할 수도 있겠다는 작가의 발상이 기발하다고 생각되었다. 정말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지?

     

    인류의 문제를 좀더 미래와 가상의 관점에서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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