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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8] 김동식 소설집3 13일의 김남우: 기이한 현상들을 만나면행간의 접속/문학 2024. 1. 29. 08:01
책이름: 13일의 김남우
지은이: 김동식
펴낸곳: 요다
펴낸때: 2017.12..
김동식 소설집 3권이다. 주로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지는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선택의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 완벽한 복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독자를 끌어들이는 이야기들이 있다. 1,2권과 마찬가지로 길이는 짧고, 인간의 욕망을 건드리고, 풍자와 반전이 있다는 점들은 공통적이다.
인상적인 작품들을 뽑아보았다.
「나비효과」라는 작품이 있다. 어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 행동으로 인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누군가가 죽게 될 경우에 그 행동을 한 사람에게 "너의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 죽는다"고 문자가 온다. 그럼 그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되돌려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이런 현상은 외계인이 20년 전에 지구에 준 선물이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므로 되돌리는 행동을 했지만 누가 언제 어떻게 죽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무뎌져서 되돌리는 행동을 하지 않자 정부가 벌금을 물린 것이다. 그런데 언론에서 나비효과 기관에서 문자를 보내는 레벨을 낮추거나 높일 수 있는데 낮추면 아주 작은 행동에도 문자가 보내지고, 높이면 죽기 바로 직전에 문자를 보내진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정부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현재의 단계로 맞춘 것은 그 레벨이 운명을 되돌리기 가장 쉬운 지점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사람들은 사소한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가 죽게 된다는 문자를 받기가 싫었기 때문에 레벨을 낮추라는 시위를 벌였다. 김남우는 시위대의 대표로 시위를 주도하여 나비효과 기관에 들어갔고, 경찰은 기세에 눌려 그를 막지 못했다. 레벨 조정실까지 들어간 김남우는 현재 레벨이 1단계가 아니라 3단계라는 것을 확인하고, 애초의 목적대로 레벨을 올리지 않고, 더 쉽게 운명을 바꾸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레벨을 1단계로 내린다. 그러자 전 인류에게 문자가 도착한다. 그리고 소설은 아래와 같이 마무리된다.
[당신의 탄생으로 인해, 사람 33명이 죽었습니다.]
[당신의 탄생으로 인해......]
......
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김남우마저도.
그제야 깨달았다. 왜 정부가 레버를 3단계에 맞춰두었는지.
그제야 인류는 깨달았다. 우리는 태어난 것만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전 인류가 서로에게 나비효과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김남우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비관 자살을 했다. 그 숫자는.....인간의 운명, 인류의 운명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사회적 의미를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13일의 김남우」는 13일을 계속 반복하는 김남우의 이야기이다. 김남우는 자고나도 또다시 13일이 되자 너무 힘들어 했고, 여자친구인 홍혜화한테 이 이야기를 말한다. 그러자 14일로 넘어갔다. 그런데 다시 14일 다음에 13일로 넘어왔다. 둘은 2명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이틀이 반복된다는 가설을 설정하고, 홍혜화의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말한다. 그러자 14일에서 15일로 넘어갔다. 김남우는 이렇게 같은 날들이 반복되는 것이 답답했지만 홍혜화의 어머니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고 좋아하면서 주변 지인이나 친척들을 끌어들이자고 한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끌어들이면서 반복되는 날은 13일이 아니라 여러 날로 늘어났고,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즐기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365명까지 알게 해서 1년을 반복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이 내용을 책으로 써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내일을 만날 수 있게 한다.
처음에는 김남우 개인의 문제였지만 모두가 공유하면서 문제가 오히려 행복의 열쇠가 되고, 인류의 행복이 되고, 내일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내일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주체적으로 갖고 온다는 메시지가 능동적이라서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시공간을 넘어, 사람도 죽일 수 있는 마음」은 독자들을 끌어들인 작품이다. 살인을 의뢰하기 위해 소년은 사내를 찾아왔다. 지적 장애 누나를 강간하고 죽인 남자를 죽여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그 남자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대결에서 이겨야지만 그를 죽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사내 편에는 그가 나쁜 사람이지만 그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가족들이 4명이나 있고, 소년에게는 할머니 한 명 밖에 없어서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분노한 소년은 그럼에도 대결의 종을 빼앗아 친다. 그러나 소년은 죽지 않고 사내가 죽었다. 그리고 소년이 어떻게 된 것인지 묻자. 사내가 대답하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마음이란 것은 참 복잡하단다. 만져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지만, 참 복잡한 것이란다......"
"예?"
"그 새끼를 살리고 싶어 한 사람은 다섯 명이었지. 하지만, 그 새끼라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수백 명이 넘었어."
"네?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고요?"
사내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아주 많았단다. 저런 새끼는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아주 많았단다."
"그들이 누군데요?"
"그들은 지금도 보고 있단다. 그래, 보고 있지."
사내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사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사내가 바라본 사람은 나를 포함한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인 것이다. 독자들은 소년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소설 안으로 끌어들여서 작품의 결말을 맺고 있다. 정말 기발하고 감동적인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친절한 아가씨의 운수 좋은 날」은 운수 좋은 날 죽은 홍혜화의 이야기인데, 역설적이지 않고, 행복한 결말이다. 홍혜화는 노인이 화단에서 명패를 찾는 것을 도와준다. 그리고 다음 날 하루 행운들이 찾아온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이벤트가 당첨되고, 소개팅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공기청정기 회사의 테스터 요청을 받아 물건도 받고, 비서실로 승진도 한다. 그런데 횡단보도를 건너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에 치여 죽는다. 그리고 홍혜화의 영혼은 아침의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저승사자였고, 사실은 어제 홍혜화를 데려갈 계획이었으나 너무 친절해서 하루를 더 준 것이었다. 그리고 노인은 홍혜화한테 잘 살았다고 하면서 어떻게 운수 좋은 날이었는지를 보여준다. 홍혜화가 평소에 인사도 잘하고 친절했기 때문에 편의점 점원이 당첨되도록 도와줬고, 소개팅의 남자도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좋은 여자라고 얘기해서 구애를 한 것이고, 공기청정기 직원도 경비원이 추천해주었던 것이고, 비서실 승진도 친절히 전화 받는 모습에 선택된 것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홍혜화의 행운은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저승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데, 뱃사공이 그녀를 알아본다. 학창시절 버스 기사 아저씨였는데, 인사 잘하는 친절한 학생이라서 기억한다면서 그 때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고 이렇게 젊은 나이에 저승에 온 것을 안타까워 하면서 자신이 책임진다면서 홍혜화를 이승으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사고 현장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우리가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우리가 스스로 쌓아서 얻는 것이라는 교훈적인 내용인데, 그 교훈을 따뜻하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교훈이 교훈적이지 않아서 좋다.
그밖에 살인을 당한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살인자에게 진정한 고통을 안겨 주기 위해 그가 고통을 느낄 만한 사람인지 확인하고 복수를 계획하는 「사이코패스 죽이기」,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평범한 가정을 선택한 엄마를 보고 엄마와 같이 살지 않겠다면서 엄마가 꿈을 이룬 다른 삶을 찾아가는 딸의 이야기를 담은 「가족과 꿈의 경계에서」, 눈 감고 '심심풀이 김남우'라고 외치면 김남우라는 남자의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순차적으로 느껴서 김남우의 삶을 엿보게 되면서 사생활을 잃어버린 김남우가 점점 폐인이 되는 것을 즐기는 비정한 대중들을 비판한 「심심풀이 김남우」 등도 재미있었다.
1권과 2권보다 분량이 조금 더 늘어났고, 비슷한 느낌이지만 다르고 더 깊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반전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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