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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9] 김동식 소설집4 양심 고백: 사회적 문제로 확장하다행간의 접속/문학 2024. 1. 30. 10:21
책이름: 양심 고백
지은이: 김동식
펴낸곳: 요다
펴낸때: 2018.05.
김동식 소설집 4권이다. 이전의 소설집보다 조금 더 사회적인 성격이 강화된 느낌인데, 대략적인 느낌일 뿐이고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그냥 드는 생각이다. 김동식 소설들의 특징 여전하다. 짧고, 기이하고, 욕망을 건드리고, 풍자와 비판이 있고, 반전이 있고..... 인상적인 작품들을 뽑아보았다.
「서울숲 게임」은 서울숲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인데, 사실은 간절함,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비판이다. 김남우 교수는 카리스마 있는 교수다. 원칙을 강조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핑계나 게으름을 용납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의 딸이 납치되었다는 전화를 받았고, 딸을 찾고 싶으면 서울숲으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 서울숲에 도착하자 납치범은 게임을 제안한다. 게임에서 최종 승리하면 딸을 돌려주겠다고. 경쟁자는 2명이 더 있다. 둘다 그보다 젊었고, 게임의 결과 청년이 최종 승리했다. 승리하지 못한 김남우는 신체조건이 다르다며 불공평함을 주장했지만, 납치범 김교수로부터 추천장을 받지 못한 자퇴생이었고, 직접 등장하며 교수가 학생들에게 했던 말들을 고스란히 돌려주며 말한다.
[불공평하다니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면 극복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교수님이 항상 말씀하셨잖아요? 네가 해내지 못한 건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다.]
"너는 간절함이 부족하다! 겉멋 부릴 시간에 진짜 노력을 해라."
"고통 없이는 성과도 없다."
"진심으로 목숨 걸고 해본 적은 있냐!"
"네 일이 밀린 건 다 네 잘못이다.! 정말로 간절하면 못 해낼 일이 없다!"
[어떻습니까? 간절하니까 됩니까? 목숨 걸고 해서 이겼습니까?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더니 되던가요?]
[그런데 교수님은 왜 지셨죠? 정말로 간절했는데 왜 지셨죠? 딸을 위해 목숨 걸고 최선을 다했는데 왜 지셨느냔 말입니다.]
[교수님이 틀리셨습니다. 이제 아셨죠? 사람이 아무리 간절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요. 교수님이 멋대로 판단하셨던 그 시절의 저도 최선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출발선 자체가 달랐을 뿐입니다. 교수님이 느꼈던 불공평함처럼 말입니다]그리고 다른 두 참가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한 명은 게임에서 이기면 100만원 준다는 말에 참가했고, 다른 한 명은 유튜버인데 영상 제작하는 데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참여했다고 한다. 재미로 뛴 사람이 간절한 사람을 이길 수도 있다고 말하며 교수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청년들에게 간절함이 없다, 노력을 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목숨 걸고 하지 않는다는 말로 청년들을 비판하는 기성 세대에 대한 더 날카롭고, 더 통렬한 비판이다. 비꼬지 않고, 똑같이 느끼게 하면서 정면으로 들이박는.....
「세 여배우의 몰락」은 거장 두석규 감독이 세 여배우에게 차기작의 주연이 되기 위해서는 여배우가 몰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주연이 되기 위해서 임여우는 매니저에게 갑질한 영상이 노출되어 비난을 받는다. 이에 공개 사과를 하면서 매니저의 부도덕한 면도 말하면서 동정 여론을 받았지만 다시 매니저와 임여우가 말을 맞춘 것이라는 문자가 공개되자 임여우는 몰락한다. 장진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최면술을 받는데, 거기서 살인을 고백하게 되어 경찰 조사까지 받고 살인마 여배우가 되어 몰락한다. 홍혜화는 섹스 동영상이 유출되어 몰락했다. 그리고 두석규 감독이 등장하여 이 모든 것이 오디션이었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그의 차기작은 제작도 전에 흥행이 보장되었다. 오디션에 탈락한 임여우와 장진주도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되는 기회가 되어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 대상이 되었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배우라고 극찬을 받는다. 반전은 마지막이다. 마지막 장면은 한 달 전으로 돌아가는데, 차기작에서 홍혜화를 주연으로 쓰려고 했던 두석규는 거절을 당한다. 이유는 사귀던 남자가 리벤지 포르노를 제작해서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솔직하게 얘기하는 홍혜화의 모습에 두석규는 마음이 움직여서 이런 이벤트를 열었던 것이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상인지 경계가 애매한 현실에서 이 둘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다시 시작」은 마법사 소년이 자살을 할 아이들을 다시 엄마의 뱃속으로 넣어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한다는 이야기이다. 자살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부모에게 이를 알려주고 다시 시작하도록 해준다고 했을 때 부모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사람들도 자식을 키우는 고생을 다시 해야 한다는 사실에 거부를 했지만 그럼 아이가 죽게 내버려둘 것이냐는 말에 반대하지는 못했따. 그리고 실제로 소년이 자살을 하는 이유를 얘기하자 부모는 이를 확인하고 결국 아이를 다시 뱃속에 넣고 다시 키우는 부모들이 늘어난다. 이런 식으로 자살할 아이들을 다시 시작하게 하고, 부모도 다시 키우면서 지난 날을 반성하고 제대로 키우려고 한다. 그런데 청소년 자살률이 오히려 늘어난다. 그동안 자살할 정도의 고통을 받던 청소년들이 드러내지 못했던 고통의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거기다가 부모가 아이에게 자살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음에는 다시 잘 키워줄테니..... 부모의 욕심으로 고통받는 자식들에 대한 비판이 인상적이다. 다른 작품들이 개인의 욕망과 관련이 있었다면 이 작품은 자식에 대한 욕망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그 비판의 지점이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적이라서 인상적이다.
이번 소설집은 개인의 욕망도 있지만 세대간의 갈등, 부모 자식간의 문제 등 개인적이지 않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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