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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4]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인문학과 과학의 동행행간의 접속/자연과학/환경 2023. 7. 28. 11:14
책이름: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곁이름: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지은이: 유시민
펴낸곳: 돌베개
펴낸때:2023.06.
문과 남자인 유시민이 과학 교양서를 읽고 과학에 대해서 알게 되고, 느낀 점들을 잡담처럼 풀어놓은 책이다. 과학이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아주 깊은 내용은 언급할 수 없으니 과학의 전부 아니라 일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책도 많이 읽고 책도 많이 쓴 작가가 과학 분야의 책을 안 읽었다고 하는게 약간 의외이기도 했지만, 과학 교양서들을 주욱 읽고서 이정도로 정리하고 책으로까지 낼 수 있었던 것은 학문과 지식에 대한 기본적인 내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지은이가 획득한 과학 정보나 지식을 나열하는 식이라면 별 의미가 없었들텐데 자신의 전문 분야인 인문학적인 내용과 연관시켜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까 과학과 인문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하면서 둘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 과학과 인문학
인문학은 증거가 과학처럼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영원한 진리는 없다고 말한다. 그 얘기를 하면서 과학과의 차이점을 먼저 얘기한다.
어느 하나 쉬운 질문이 아니었지만 인문학자들은 모른다고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대답하려고 했다. 그게 과학자와 다른 점이다. 과학자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하게 나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 말하고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한다. 인문학자가 잘못한 건 없다. 인문학은 그런 학문이다. 과학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 인문학에는 진리와 진리 아닌 것을 가르는 분명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매우 그럴법하거나 그럴 것 같기도 한 주장과, 별로 그럴듯하지 않거나 아주 말이 안 되는 주장이 있을 뿐이다. 그럴법한 견해끼리 충돌하면 승패를 가리지 못한다. 어느 쪽도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에는 과학과 달리 영원한 진리가 없다. 한때 진리로 통하는 이론다 100년을 견디지 못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변화를 과학과 기술이 주도를 하고 있는데 변화의 원인과 양상,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해야 하는 인문학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인문학은 현실에서 멀어지고 진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따라서 인문학자들도 안주하지 말고 과학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과학이 찾아낸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대학 속에 있는 인문학이 그러해야 한다고.....
2. 뇌과학
뇌과학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지은이가 접한 이 과학적 지식을 갖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인간의 신체는 나이가 들수록 기능이 저하된다. 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학습을 통해서 뇌는 기능 저하를 늦출 수가 있다고 말한다.
뇌과학자들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뉴런은 서로 연결함으로써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내고,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거꾸로 뉴런의 연결 패턴에 영향을 준다.' 자아가 뇌에 그저 깃들어 있는 게 아니라 뇌를 형성하고 바꾼다는 말이다. 물질이 아닌 자아가 물질인 뇌를 바꾼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내 뇌는 매순간 퇴화하고 있다. 내 자아는 날마다 어리석어지는 중이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덜 어리석어지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내 뇌의 뉴런이 순조롭게 다양한 연결망을 혀성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책을 읽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세상과 연대하며 낯선 곳을 여행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뇌에 새로운 데이터를 공급하는 것뿐이다. 어리석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유일한 방법이다.
3. 생물학
생물학에서는 인간은 그리고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를 지속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생존기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럼 유전자는 왜 자신의 DNA를 보존시키려고 하는데? 이유는 없다. 그냥 그런 존재인 것이다. 우리는 그런 유전자에 이용당하는 것이고..... 이렇게 생각하면 참 허무하고 속상하다. 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유전자한테 이용당한다고 생각하니..... 이런 관점에 대해서 지은이는 이렇게 생각한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인문학이 준 이 질문에 오랫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생물학을 들여다보고서야 뻔한 답이 있는데도 모르고 살았음을 알았다. '우리의 삶에 주어진 의미는 없다.'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찾지 못한다. 남한테 찾아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삶의 의미는 각자 만들어야 한다. '내 인생에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어떤 의미로 내 삶을 채울까?'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질문이다. 그러나 과학은 그런 것을 연구하지 않는다. 질문은 과학적으로 하되 답을 찾으려면 인문학을 소환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인문학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그러면서 인간은 유전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지만 의미있다고 여기는 행동을 삶을 채우면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겠다고 말한다.
4. 수학
먼저 수학(자)와 과학(자)의 차이에 대해서 얘기한다.
갈릴레이부터 뉴턴을 거쳐 아인슈타인까지 과학의 역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물리학자는 대부분 수학에 능통했다. 자신의 수학 실력이 신통치 않다고 한 아인슈타인의 말은 '위대한 수학자'들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다. 수학자들은 미분학을 정리한 뉴턴을 위대한 수학자로 인정하지만 뉴턴이 수학 연구 자체를 목적으로 삼았던 같지는 않다. '위대한 물리학자'는 아무리 수학에 능통했어도 수학자가 아니라 과학자로 보는 게 맞다. 과학자는 수학을 우주의 언어로 여기며 물리 세계의 운동을 서술하는 데 필요한 수학을 선호한다. 그러나 수학자는 다르다. 우주와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 연구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
그러니까 수학은 세상을 알아내려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쓸모를 따져 본다면 정말 쓸모 없는 학문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수학을 인간의 언어로 풀어주었던 수학자 하디는 수학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하찮은 수학은 수학은 유용하지만 지루하고, 진정한 수학은 아름답지만 무용하다.'
'물리적 실재를 서술하는 데 사용하는 하찮은 수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진정한 수학의 일부이다. 진정하나 수학자는 현실과 무관하게 수학적 진리를 추구하고,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물리적 실재를 서술하는 데 유용한 수학적 도구를 필요한 방식으로 가져다 쓴다.''하찮은 수학'은 초급수학 또는 응용수학이고, '진정한 수학'은 고등수학 또는 순수수학이다. 수학을 이렇게 나누는지 나도 몰랐고, 수학자들이 이렇게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화학과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나에게 인상적인 부분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문과 전공의 지은이가 문과에 알맞게 화학과 물리학에 대해서 썼어도 여전히 거리감이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후기에 지은이는 책의 구성을 왜 '뇌과학-생물학-화학-물리학-수학'의 순서로 했는지를 설명한다. 보통의 과학교양서는 이 책의 역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것이 과학 스토리텔링의 패턴이라고 말한다. 작은 것부터 큰 것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패턴은 문과한테는 좋지 않다고 말한다.
물리학자도 잘 모른다는 양자역학을 제일 먼저 공부하라는 것은 '문과 학대'일 수 있다. 나는 문과의 고충을 안다. 문과가 과학 책을 읽으려면 방정식이 없어야 한다. 인문학과 관련이 있으면 수월하다. 그래서 과학 공부 이야기를 뇌과학으로 시작했다. 뇌과학을 알면 생물학에 호기심이 생긴다. 생명 현상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싶으면 화학을 들여다보게 된다. 원소 주기율표를 이해하려다 보면 양자역학과 친해진다. 양자역학을 알면 우주론이 덤으로 따라온다. 우주와 수학이 무슨 관계인지 궁금해진다.
이 책이 문과 학대를 범하지 않은 것은 지은이와 편집자의 섬세한 배려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학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고통이 조금은 있긴 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지은이가 접했던 책들이 서문과 각주에는 있었지만 책 뒤에 목록으로 정리했으면 문과생들이 조금 쉽게 그 책들을 접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내가 정리했다.
0. 과학
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6
통섭: 지식의 대통합,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 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5
원더풀 사이언스, 나탈리 앤지어 지음, 김소정 옮김, 지호, 2010
과학 콘서트, 정재승 지음, 어크로스, 2020
1. 뇌과학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정용, 정재승, 김대수 지음, 사이언스북스, 2014
뇌, 1.4킬로그램의 사용법, 존 레이티 지음, 김소희 옮김, 21세기북스, 2010
뇌 과학의 모든 역사, 매뉴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심심, 2021
뇌와 삶의 의미, 폴 새가드 지음, 김미선 옮김, 필로소픽, 2011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송민령, 동아시아, 2020
2. 생물학
종의 기원, 찰스 다윈 지음, 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9
인간의 기원, 찰스 다윈 지음, 추한호 옮김, 동서문화사, 2018
진화하는 진화론: 종의 기원 강의, 스티브 존스 지음, 김혜원 옮김, 김영사, 2008
다위주의 좌파, 피터 싱어 지음, 최정규 옮김, 이음, 2011
진화: 모든 것을 설명하는 생명의 언저, 칼 짐머 지음, 이창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8
눈먼 시계공,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4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이상임 옮김, 을유문화사, 2018
랩 걸, 호프 자런 지음, 김희정 옮김, 알마, 2017
초파리, 마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갈매나무, 2022
사회생물학 대논쟁, 김동광, 김세균, 최재천 엮음, 이음, 2011
(다윈 에드워드 윌순과) 사회생물학의 승리, 존 올콕 지음, 김산하, 최재천 옮김, 동아시아, 2013
행동생태학, 니콜라스 B. 데이비스 외 지음, 김창희 외 옮김, 자연과 생태, 2014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지음, 사이언스북스, 2014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패트리샤 맥코넬 지음, 신남식, 김소희 옮김, 페티앙북스, 2011
인간 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1
이타적 인간의 출현: 게임이론으로 푸는 인간 본성 진화의 수수께끼, 최정규 지음, 뿌리와이파리, 2009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디플롯, 2022
생명이란 무엇인가, 에르빈 슈뢰딩거 지음, 서인석, 황상익 옮김, 한울, 2001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지음, 효형출판, 2022
3. 화학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에코리브르, 2011
화학 연대기, 장홍제 지음, EBS, 2021
상품의 화학, 존 엠슬리 지음, 고문주 옮김, 이치, 2008
엔드 오브 타임,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와이즈베리, 2021
원소의 왕국, 피터 앳킨스 지음, 김동광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5
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돌베개, 2007
가이아의 복수, 제임스 러브룩 지음, 이한음 옮김, 세종서적, 2008
4. 물리학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리처드 파인만 지음, 박병철 옮김, 승산, 2003
파인만!, 리처드 파인만 지음, 랠프 레이턴 엮음, 김희봉, 홍승우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8
세상을 보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10명의 물리학자, 로드리 에번스, 브라이언 클래그 지음, 김소정 옮김, 푸른지식, 2016
생명의 물리학, 찰스 S. 코켈 지음, 노승영 옮김, 열린책들, 2021
물질의 물리학, 한정훈 지음, 김영사, 2020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 이언 스튜어트 지음, 김지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6
E=mc2,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희봉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4
원자폭탄 만들기1,2, 리처드 로즈 지음, 문신행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3
수소폭탄 만들기, 리처드 로즈 지음, 정병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6
김상욱의 양자 공부, 김상욱 지음, 사이언스북스, 2017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박권 지음, 동아시아, 2021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 양자역학이 묻고 불교가 답하다, 김성구 지음, 불광출판사, 2018
불교와 양자역학, 빅 맨스필드 지음, 이중표 옮김, 불광출판사, 2021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 김범준 지음, 21세기북스, 2021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사회평론, 2005
5. 수학
세상의 모든 수학, 에르베 레닝 지음, 이정은 옮김, 다산사이언스, 2020
어느 수학자의 변명, G.H.하디 지음, 정회성 옮김, 세시, 2016
유클리드의 창: 기하학 이야기,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까치, 2002
교양인을 위한 수학사 강의, 이언 스튜어트 지음, 노태복 옮김, 반니, 2016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짐 홀트 지음, 노태복 옮김, 소소의책, 2020
19세기 수학의 발전에 대한 강의, 펠릭스 클라인 지음, 한경혜 옮김, 나남, 2012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 폴 호프만 지음, 신현용 옮김, 승산, 1999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사이먼 싱 지음, 박병철 옮김, 영림카디널, 2022
정리하고나니까 지은이가 참 많은 책을 섭렵했다고 생각했는데, 또 생각해보니 이 책을 쓰는데 참고한 책만 이만큼이고 읽었지만 참고하지 않은 책까지 합치면 참 많은 책을 읽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마지막에 스무살로 돌아간다면 인문학을 하면서 과학도 공부하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랬으면 더 많은 생각, 더 많은 작업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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