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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 침묵의 봄: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행간의 접속/자연과학/환경 2023. 3. 29. 21:36
책이름: 침묵의 봄
지은이: 레이첼 카슨
옮긴이: 김은령
펴낸곳: 에코리브르
펴낸때: 2011.12.
이 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환경 관련 책의 고전 중에 고전이라고 해서 집어들게 되었는데, 50년 전에 환경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어렵지 않게,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고 행동할 수 있게 만든 책은 없는 것 같다. 지금이야 살충제나 각종 화학 약품의 위험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이 문제가 문제가 아니었던 시기였고, 그런 시기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얼마나 많은 자료 조사를 했는지는 뒤에 수록된 40쪽이나 되는 참고문헌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참고문헌이 40쪽이라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참고하지는 않았지만 들춰본 자료들은 10배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자료들 가운데에서 의미 있는 자료들을 뽑아내고 분류하고 배열하고 논리를 세우는 집필 과정을 상상해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본문의 내용은 대부분 화학 약품으로 환경이 오염되고, 동식물이 멸종되고, 마침내 인간에게도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얘기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다. 읽다보면 비슷비슷한 얘기라서 '또 이런 얘기야' 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또 그 얘기를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문제의 상황이 많아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 단일 작물만 경작하는 농업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드는 구절도 있었다.
원시 농업 시대에 곤충은 농부들에게 별로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곤충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농업이 본격화하고 대규모 농지에 단일 작품 재배를 선호하게 되면서부터다. 이런 방식으로 농사를 짓게 되면 특정 곤충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단일 작물 경작은 자연의 기본 원칙이라기보다 기술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자연은 자연계에 다양성을 선사했는데 인간은 이를 단순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특정 영역 내의 생물에 대해 자연이 행사하는 내재적 견제와 균형 체계를 흐트러뜨리려 애쓰는 것이다. 자연의 견제로 각각의 생물들은 저마다 적합한 넓이의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일 작물을 재배할 경우에는 다른 작물 때문에 널리 퍼져나갈 수 없던 해충이 급중하게 마련이다.
자연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단순화하는 인간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인간만의 이익을 위해서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인데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런 방안을 위해 인간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도 책의 말미에 언급하고 있다.
새롭고 상상력 풍부하며 창의적인 접근법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들, 그 생명체의 밀고 밀리는 관계, 전진과 후퇴이다. 생물들이 지닌 힘을 고려하고 그 생명력을 호의적인 방향으로 인도해갈 때, 곤충과 인간이 이해할 만한 화해를 이루게 될 것이다.
여전히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생물에 대한 관점과 방향에 대해서는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에 내가 대신 반성문을 쓰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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