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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5]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체성이 없더라행간의 접속/자연과학/환경 2022. 11. 23. 11:11
책이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곁이름: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지은이: 룰루 밀러
옮긴이: 정지인
펴낸곳: 곰출판
펴낸때: 2021.12.
이 책의 정체성을 찾기 쉽지 않다. 책에 관한 이전의 생각들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의 책이다.
첫 부분은 한 인물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인물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다. 그가 어릴 때부터 어떤 성향인지, 무엇을 즐겼는지, 양육 환경은 어떠했는지 나온다.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도 나온다. 자신도 어릴 때부터의 성향, 즐기는 것, 가정 환경 등이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두 인물의 각자 성장하고 어느 지점에서 서로를 만나 무엇인가를 이루는 것인가 하는 상상을 잠깐 했고, 초점을 어느 인물에게 맞춰야 하는지, 비중을 누구에게 두어야 하는지 정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본격적으로 어류 연구에 몰두하는 내용이 나오고, 지은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비중이 적어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그의 연구 업적이 얼마나 위대하고, 우리의 삶과 생각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 의미를 찾는 것인 줄 알았다. 굉장히 유능하게 나오고, 많은 업적을 쌓았고, 유수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명망도 얻기도 했다.
그리고 전환이 되는 세 번째 부분에서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우생학에 빠지면서 우월한 인간과 열등한 인간으로 나누고 우월한 인간만을 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을 그린다. 이게 뭔가? 앞 부분에서 그렇게 연구를 하여 쌓은 업적과 명성을 이런 부당한 분야에 써먹다니....
마지막 부분에서는 분기학에서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한다. 물고기는 없다고 한 이유는 생물체의 특성들간의 유사성과 거리감 등을 우선시 하지 않고, 서식하는 장소와 외적인 모습을 중심으로 물고기를 다른 포유류나 영장류와 다르다고 하는데, 다른 형질들의 유사성을 따지면 어류가 인간하고 더 가까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럼 왜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분류를 한 것일까?
에모리대학의 유명한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이것이 인간이 항상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상상 속 사다리에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와 다른 동물들 사이의 유사성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것 말이다. 드 발은 과학자들이 나머지 동물들과 인간 사이에 거리를 두기 위해 기술적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가장 큰 죄를 범하는 집단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동물이 인지 과정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면 지능이라고 하지 않고, 본능이라고 하면서 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언어적 수법을 '언어적 거세'라고 드 발은 말한다.
읽으면서도 이게 소설인지 과학 분야 지식 책인지, 인물을 다룬 위인전인지, 자기 생각을 펼친 수필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결론은 그 무엇도 아니고, 그냥 이야기이다. 책에서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이 책도 여러 갈래의 어느 하나로는 존재할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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