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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51] 원더풀 사이언스: 세상은 화학이 중심인 것 같아행간의 접속/자연과학/환경 2023. 11. 14. 11:14
책이름: 원더풀 사이언스
곁이름: 아름다운 기초과학 산책
지은이: 나탈리 앤지어
옮긴이: 김소정
펴낸곳: 지호
펴낸때: 2010.01.
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그렇다고 만만하지는 않다. 여전히 과학적인 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 있어야 하고, 그래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물리, 화학, 지질학, 천문학이었다. 수학, 진화생물학, 분자생물학은 나의 사고와 지식 영역에서 만나는 부분이 별로 없어서 지루했다. 특히 생물학은 왜 그렇게 단백질과 DNA 얘기를 많이 하는지..... 그게 생물학에서 그렇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인지 의아스럽기도 하다.
1. 물리
모든 물질이 일정한 모양을 갖고 있고, 부딪침 속에서 반응하는 것은 모두 화학으로, 원자로, 전자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손으로 탁자를 만질 때, 손가락의 원자와 탁자의 원자가 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대해서 본다면 어떨지에 대해 얘기한다. 이런 상상이 내가 과학에서 원하는 상상이다. 눈에 안 보이지만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아는데 그 벌어지는 곳으로 접근하기까지의 과정을 생략하지 말고 알려주기를 원한다. 내가 중고등학교 때 과학과 거리를 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손가락과 탁자의 원자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길지만 인용해 본다.
"가장 바깥쪽에 있는 전자들이 서로를 밀어내는 전자기력이 생길 겁니다. 무언가를 만지거나 부딪칠 때면 언제나 전자기력이 발생하죠."
브라이언 그린은 "우리의 감각을 지배하는 힘은 전자기력입니다."라고 말한다. 먼저 시각, 우리가 광파라고 부르는 전자기파의 한 종류는 우리 망막에 있는 원자들과 접촉함으로써 자신들의 정보를 전달한다. 그리고 청각, 공기를 이루는 원자들이 우리 귀의 이도를 이루는 원자들을 누를 때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흔들리며 서로 간섭하고 있는 전자를 해독해 지금 바흐의 소나타가 연주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미각과 후각은 어떨까? 음식을 이루는 원자들이 우리 혀의 미뢰와 코의 후각 수용체에 있는 원자에 전자를 밀어 넣어야만 우리 뇌가 지금 훈제 치킨을 먹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의 몸, 발밑에 있는 마룻바닥, 얼룩이 묻은 의자, 이제 막 먹고 남은 음식들 같은 물질들의 압도적인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양성자와 중성자이지만, 우리가 이 세상을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전체 원자 무게의 0.1%도 차지하지 않는, 안절부절 못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전자이다.결국 세상 모든 작용의 많은 부분은 원자, 그 중에서도 전자의 움직임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을 듣고 보니까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다 전자로 보이고,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상상하게 된다.
자석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도대체 자석의 힘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에 대한 설명이다.
자석의 신비한 힘은 자석을 이루는 원자의 전자들이 같은 방향으로 회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모든 전자는 원자 주위를 도는 동시에 축을 중심으로 회전을 한다. 물론 양자적 단위의 회전은 디스코 볼이나 행성이 회전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도 다른 점은 회전을 시작한 전자가 처음 상태로 되돌아오려면 두 번에 걸친 완벽한 회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원자핵을 둘러싸고 있는 전자들은 저마다 활발하게 회전하고 있으며 전자의 회전 때문에 그 주위에는 작은 자기장이 생긴다. 그러나 원자 내부에서 회전하고 있는 전자의 회전 방향이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에 원자 전체로 보면 전자가 서로가 서로의 자기장을 상쇄시켜 밖에서 감지할 만한 자기장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철이나 코발트, 니켈 같은 일부 금속 원자는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들의 회전 방향이 일시적으로 같아지거나 언제나 같은 경우가 있어 각각의 자기장들잉 모두 합쳐져 밖에서 감지할 수 있는 커다란 자기장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바로 그것이 자기장을 만들고, 금속을 끌어당기며, 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석이 된다.
결국 전자들의 운동으로 자기장이 생긴다는 얘기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전자의 회전은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고 하는데 자석을 구리선으로 감고 자석을 회전시키면 자기장이 형성되고 구리선의 전자가 이동하는데, 양의 전하를 띤 물체를 그쪽에 대면 전자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데, 이게 바로 전류의 이동이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못에다가 코일 감고 뭐 어떻게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현상을 실험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우리가 가정에서 컴퓨터와 같은 전자제품을 쓸 때, 컴퓨터에서의 전류, 전자, 전하들의 움직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써놓은 부분도 있다.
집에 있는 컴퓨터의 전원을 누르는 순간 집 바깥쪽에 있는 전선을 타고 행복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던 전자들이 갑자기 집으로 통하는 전선을 향해 일렬로 들어오면서 컴퓨터 전선의 전자들을 깨운다. 컴퓨터 전선 안으로 들어간 운동에너지는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의 작은 모터를 돌리는 등의 임무를 맡게 된다. 또한 컴퓨터 안으로 들어간 운동에너지는 컴퓨터 배터리의 물질들을 양의 전하와 음의 전하를 띤 물질들로 다시 분리해낼 수도 있다. 이 작업을 우리는 배터리를 충전한다고 표현한다. 운동에너지는 서로 꽉 껴운고 있는 양전하와 음전하를 갈라놓아서 다시 결합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배터리 속에 충분한 양의 위치에너지를 마음대로 저장해 놓으면 하늘에서 거대한 정전기가 전신주를 강타한다고 해도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 전등불은 잠깐 나갈지 모르지만 배터리를 연결해놓은 컴퓨터는 계속 빛나며, 덕분에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자는 항상 움직이면서 어떤 반응들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2. 화학
고체에 열을 가하면 액체가 되고, 더 열을 가하면 기체가 된다. 이는 분자들의 결합이 느슨해져서 이동하기 쉬워졌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계속 가열해도 액체가 되지 않는 고체들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온결합 물질인 광물이나 뼈는 액체가 되거나 기체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이온과 이온이 결합해 있는 단단한 이온결합 물질은 액화 과정의 첫 번째 단계인 결합이 헐거워지거나 떨어지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중략) 금속도 뜨거운 것을 좋아하는 기질이 다분해 아주, 아주 높은 온도에서만 녹는다. 금속의 녹는 온도가 높은 이유는 수많은 원자들이 함께 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금속결합 때문이기도하지만 또 한 가지 이유는 가능한 한 조밀한 3차원 구조를 이루기 위해 서로서로를 겹치게 쌓아 놓는 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물질은 화학적인 원소로 표현이 가능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물질의 질감은 원소 차원의 차이인가, 아니면 다른 차원의 차이인가 궁금하다. 예를 들어 나무는 딱딱하고 불투명하다. 나뭇잎은 딱딱하지 않으면서 불투명하다. 유리는 딱딱하고 투명하다. 양털은 부드럽고 불투명하다. 이와 같은 각기 다른 질감들의 차이는 화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3. 지질학지구의 내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구의 내핵은 철 원자들이 빽빽하게 정렬해 있어서 고체 상태를 유지한다. 외핵은 압력을 덜 받아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서 외핵의 주요 성분인 철은 액체 상태로 출렁거리면서 존재한다. 그런데 이렇게 외핵과 내핵이 철로 구성되어 있어서 좋은 점이 있다고 한다.
외핵을 구성하는 액체 철이 내핵의 고체 철 주위를 도는 동안 지구의 자기장이 생성되는데, 이는 지구의 자기장 방어막이라고 부를 수 있다. 우주로 수천 킬로미터 이상 뻗어 있는 지구의 자기장은 태양의 표면에서 쉴 새 없이 뿜어 나오는 다량의 고에너지 입자로 구성된 태양풍을 대부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만약 지구의 자기장이 보호해주지 않으면 지구의 대기는 말 그대로 바람에 날리듯 벗겨져나가고 말았을 것이다. 지자기는 응석받이 대기와 함께 태양이 뿜어내는 아주 위험한 광선으로부터 지구 표면을 지켜준다. 지구의 자기장은 대기와 힘을 합해 태양이 보내오는 X선, 우주선, 감마선이 지표면에 도달해 우리들의 세포와 유전자를 해치기 전에 이 광선들은 흩어지게 만든다.
초등학교 때 지구는 커다란 자석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지구가 왜 자석인지에 대한 설명은 못 들었던 것 같다. 지구의 내핵과 외핵의 철이 자기장을 형성하기 때문에 지구가 자석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나침반이 남극과 북극을 가리키는 것이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동물들도 이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해서 이동한다고 한다.
지구의 대류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대류는 지구가 열을 방출하는 방식인데, 지구가 열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구의 판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열을 방출하는 방법은 대류 이외에도 화산 폭발, 온천, 가스 분출 등이 있지만 소량이고, 주요한 방출 수단은 대류이다. 대류의 대략적인 흐름을 인용해 본다.
먼저 철로 된 핵 속에서 발생한 열이 암석으로 이루어진 맨틀 하부로 올라온다. 핵과 맨틀 경계에 있는 암석이 열을 받으면 팽창해 밀도가 낮아지기 시작하고, 뜨거운 기체가 상승하는 것처럼 열을 받아 팽창하기 시작한 암석도 위에 있는 차가운 맨틀 암석을 뚫고 상승하기 시작한다. 이럭저럭 높이 올라가면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점점 더 좋아지고, 그만큼 지각까지 올라가는 길이 수월해진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 도달하면 물리학의 또 다른 작은 원리, 바위를 위로 올려 보내는 원리의 뒷면이 암석의 상승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뜨거운 암석은 상승하는 동안 주변에 자신의 열을 나누어주어 차갑게 식게 되고 그 결과 밀도가 높아지게 된다. 무거워지는 것이다. 주변에 열을 나누어준 암석은 자신이 뚫고 올라가야 하는 물질보다 무거워지고 그 때문에 당연히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가 결국 또 다시 뜨러거운 핵에 도달한 암석은 더 많은 열을 받아 또다시 상승이라는 원대한 꿈에 도전한다. 이것이 바로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는 대류의 기본 원리다.
나는 지구의 대류는 대기권에서 계절풍이나 편서풍만 있는 줄 알았는데, 지구 내부에서도 암석이 대류를 통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움직이 있는 줄은 몰랐다.
지구의 판의 움직임으로 인해 지진이 일어나는 원리도 설명한다.
판이 정면충돌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반대 방향에서 서로를 향해 다가오는 두 판이 완전히 부딪치지 않고 그저 서로를 긁고 지나가거나 거의 스칠 정도로 가깝게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만약 스쳐 지나가는 도중 일부 지역이 만나게 되는 일이 생기면 그 부분은 단단히 들러붙게 되는데, 특히 부서지기 쉬운 윗부분의 지각이 그렇다. 판의 아래쪽 부분은 계속 자기가 가던 길을 가겠다고 고집하지만 끈끈하게 달라붙은 위쪽의 지각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려 한다. 지각은 계속해서 압력을 받아 팽팽하게 잡아당겨지게 되며 온갖 종류의 방법을 동원해 버텨보려 한다. 그러나 압력이 계속해서 작용하면 결국 잡아당겨지던 암석 표면이 끊어지고, 두 판은 서로 어긋나게 빗겨가면서 지진이라는 경련을 일으킨다. 지진을 뜻하는 'Seismic'이라는 단어는 '흔들린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왔으며, 단층선-밑에 있는 지각의 움직임 때문에 암석이 다른 암석을 긁어내며 스텨가는 부분-을 따라 갑작스럽게 지각이 내려가면 오랫동안 압력을 받아 에너지를 억제하고 있던 바위들이 일제히 속박에서 벗어나 파동의 형태로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에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지진이 발생한다.
지진을 단순히 땅이 갈라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재미있는 것 같다. 정면으로 충돌하는 교통사고가 아니라 스치듯 지나가는 교통사고에서 서로 양보하지 않는 운전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구에 물이 생성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태양계에 있는 혜성들은 얼음과 먼지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혜성들이 길을 잃고 지구로 돌진해 왔고, 지구는 너무 뜨거운 상태라서 혜성이 갖고 온 물은 대부분 우주에 증발되고 만다. 그러나 일부는 지구로 스며들어가서 지구의 물이 저장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지하에 저장된 물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지상으로 수증기 형태로 뿜어져 나왔고, 지구는 식어간다. 거기다 지구 내부의 철은 자기장을 만들어서 방어막을 만들고 화산이 뿜어낸 수증기는 우주로 날아가지 않고 땅 위에 머문다. 마침내 화산이 뿜어낸 수증기는 포화상태가 되어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비가 되어 내린다. 그 기간은 수만 년, 수십만 년 동안 이어지고 이 물들이 지표면의 움푹 들어간 곳부터 채워서 바다가 되었다.
그렇게 지구에 물이 생성되어 바다가 된 것은 알겠는데, 바다는 짜고, 민물은 짜지 않은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요약하다 보니 이런 것도 궁금하다.
그 다음은 지구에 산소는 어떻게 발생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이것도 흥미롭다.
시아노박테리아라는 미생물은 태양에너지와 물과 탄소를 이용해 당분을 만들어내는 광합성을 한다. 태양빛은 늘 있고, 물은 수생생물이니 역시 늘 있고, 문제는 탄소인데, 탄소는 바다가 대기에서 흡수해놓은 이산화탄소 거품에서 얻는다. 시아노박테리아가 광합성을 위해 이산화탄소 거품을 먹으면 탄소는 자기들이 취하고, 산소 원자 두 개를 내놓는다. 산소는 이렇게 발생된다. 그런데 바다에는 철이 많이 녹아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내놓은 산소는 대기로 가기도 전에 철을 산화시키는 데에 소모된다. 그렇게 10억 년 동안 광합성을 하는 세균들도 많이 늘었고, 이들이 만든 산소는 바다의 철을 모두 산화시킨다 결국 산소와 결합하던 철 원자의 활동이 끝나자 이후에 생성된 산소들은 대기 속으로 나오게 된다. 대기로 나온 산소 중 일부는 서로 결합해서 오존을 만들고 오존은 모여서 태양이 보내는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을 만든다. 이 오존층은 여러 생명체들이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고, 대기 속 산소의 양도 늘어나게 된다.
변화의 단위가 거대하다. 10억 년 동안 바다 속의 철을 산화시킨다는 얘기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구의 변화는 정말 거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천문학
태양 수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영원할 것 같은 태양이 수명이 있다고? 하긴 태양이 없던 시기가 있었을 수도 있으니 수명을 다하는 시기도 올 지 모르겠다.
우리의 태양은 아주 훌륭하고 튼튼한 별로 이제 전체 수명의 반 정도만 살았을 뿐이다. 그러나 일단 수소 원료의 양이 고갈되기 시작하면 태양이 자신의 플라스마 화염을 유지하기 위해 택할 수 잇는 방법은 얼마 없다. 앞으로 50억 년쯤 지나면 수소로 가득 차 있던 태양의 핵이 고갈되면서 태양은 상대적으로 얇은 대기 속 수소를 이용해 불타기 시작할 테고 태양의 둘레는 지금보다 30배 정도 커질 것이다. 부피가 팽창한 태양은 지금보다 차가운 별이 되고 방출하는 복사선의 색도 더 붉어진다. 우리의 태양은 적색거성이 되며 불게 부풀어 오르는 그 광경을 지켜보는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극심한 비탄에 잠길 것이다. 그대가 되면 지구의 모든 것이 증발하고 말텐데 왜 안 그렇겠는가! 우리의 먼 후손들은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기 전에 지구를 포기하고 목성이나 토성의 커다란 위성 가운데 하나로 옮겨가는 것이 최선이다. 태양이 팽찰될 무렵이면 목성의 위성인 가니메데나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은 하늘은 청명해지고 얼음은 모두 녹아 대양이나 강을 이루고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을 바뀔 것이다. 게다가 타이탄은 지금은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없지만 그때가 되면 인류가 숨 쉬기 적합한 공기로 바뀔 가능성이 있으며 멋진 토성의 고리까지 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우주 나그네들이 어디에 착륙하건 일단 정착하면 신발을 벗어 던지고 안락한 의자에 앉아 편히 쉬어도 좋다. 왜냐하면 태양은 적색거성인 상태로 20억 년 동안 빛을 발할 테니까.
그 다음은 어떻게 하냐고? 그 때야말로 완전히 짐을 꾸리고 태양계를 벗어나야 한다. 우리의 태양에는 폭발할 만한 질량이 없기 때문에 바지직 바지직 마지막 빛을 내기 위해 애쓰다가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무명의 불모의 땅으로 변해갈 것이다. 외곽에 있는 수소까지 다 써버린 태양의 핵은 급속도로 수축하기 시작하고 상부 층은 허물을 벗듯 우주로 날아가버린다. 결국 남는 것은 지구보다 조금 큰 산소와 탄소의 잿불 덩어리이다. 한때는 태양계를 밝히는 등불이었고 한때는 기운 찬 적색거성이었던 우리들의 태양은 결국에는 희미한 백색왜성이 된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핵융합반응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순수한 열기로 나머지 생애 동안 빛을 내는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태양이 모든 것을 그야말로 불태우고 빛을 잃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는데, 웬지 모르게 쓸쓸하다. 정말 우리들의 태양이었는데..... 그런데 이게 앞으로 50억 년 후의 일이라니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우주에 떠다니는 원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생명체와 연결시킨다.
태양 같은 중간 크기의 별들은 빅뱅이 만들어낸 적은 수의 원소를 가지고 생명체 창조에 꼭 필요한 탄소, 산소, 질소 같은 원소들을 만들어낸다. (중략) 폭발하지도 않고 성격도 얌전한 별들은 자신들이 만든 물질을 대부분 자신들이 간직할 뿐 헬륨을 가지고 만들어낸 자신들의 발명품, 즉 질량이 큰 원소들을 극히 소량만 우주로 방출한다. 결국은 지상에서 사라져야 할 우리들 육신이 품고 있는 수많은 원소들-세포를 구성하는 탄소, 뼈를 구성하는 칼슘, 피 속에 들어 있는 철, 심장이 뛰게 해주고 뇌세포를 흥분시키는 전해질을 구성하는 나트륨과 칼륨-은 거의 대부분 우리들의 태양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큰 용광로를 가지고 있던 고대 거성들이 폭발하면서 우주로 뿌려놓은 물질들이다. "우리는 별의 성분이며 우주의 일부입니다." 알렉스 필립펜코의 말이다. "그냥 하는 말이거나 비유가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 몸의 모든 세포들, 당신의 몸과, 내 아들, 당신의 애완용 고양이의 몸을 이루는 모든 세포를 구성하는 원자들은 고대 거성들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저는 이 같은 사실이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누구나 이런 사실을 알기를 바라고요."
우주와 원소와 생명체가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니.... 천문학과 화학과 생명과학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 과학의 영역이 각기 따로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에는 다 연결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새로웠다.
5. 마무리
읽으면서 모든 것을 화학과 연결시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화학은 말 그대로 화학이니까 원소 단위로 생각하고, 물리, 지질학도 물질이나 토양을 쪼개고 쪼개고 들어가면 원소 단위이고, 천문학도 우주의 떠다니는 물질들도 원소 단위로 생각하니 결국 궁극적으로 화학의 원소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잘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아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내가 과학에서 벽을 느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영역에서 눈에 안 보이는 영역으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에 대한 설명에 공백이 있어서인데 이 책을 통해 그 공백을 일부 채운 느낌도 들었다. 화학을 중심으로 지질학, 천문학에 대해서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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