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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38] 표현의 기술: 표현의 기술은 생각과 마음의 기술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22. 12. 9. 14:28

    책이름: 표현의 기술

    지은이: 유시민, 정훈이

    펴낸곳: 생각의길

    펴낸때: 2016.06.

     

    유시민 작가와 정훈이 만화가가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서 그 방법들을 얘기하고 만화로 풀어낸 책이다. 공저이긴 한데, 무게중심이 유시민 쪽에 몰려 있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영향력이라든가, 말빨이라든가 흡입력이 다르니까.....

     

    유시민의 글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몇 개 있다. 사람들이 그에게 진보적인 원칙을 글쓰기에 어떻게 반영하는가를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한다.

    저에게 진보냐고 묻는 분들, 진보적 원칙을 글쓰기에 어떻게 반영하느냐고 묻는 분들께 솔직하게 대답하겠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습니다. 사실에 부합하는가? 문장이 정확한가? 논리에 결함이 없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인가? 독자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가? 그런 것만 살핍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 보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하면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 근처까지라도 가져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품고 말입니다.

    진영에 있는 사람이라면 진영의 논리를 자신의 글 속에 어떻게 담을지 생각할 것 같고, 자기 스스로 그 안에서만 움직여서 진영의 논리를 공고히 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진영의 논리가 오히려 생각을 가두고, 글을 편협하게 만드는 것 같다. 유시민이 말한 원칙대로 하면 진영이고, 뭐고 필요 없이 독자들은 그냥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악플에 대한 대처 방안이나 마음 가짐도 얘기하는데, 기본적인 것은 '그냥 신경쓰지 않는다'이다. 그러라고 그래라. 뭐 이런거다. 그러면서 악플을 다는 사람이 인격이 비뚤어지거나 사악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것이라고 하면서 악플의 원인을 자기 자신이라고도 말한다. 한 네티즌의, 악플에 대해서 깊이 있는 생각이 담긴 글을 조금 다듬어서 인용한 게 있는데, 그걸 다시 인용한다.

    악플은 근원적으로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내 글이 없으면 답글도 없습니다. 선플을 기대하다가 악플이 올라오니 괴로워하는 것은 과욕 때문입니다. 누구나 선플만 쓰지는 않으며 세상은 내 생각을 온전히 품어 주지 않습니다. 논밭에는 잡초가 생깁니다. 아무리 부지런한 농부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눈, 귀, 코는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제멋대로 반응을 합니다. 악플도 내 맘속에 둥지를 틀면 내쫓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나를 가꾸지 않아서 잡초만 무성하게 키우는 꼴이지요. 우리는 남들이 주는 것을 안 받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물건은 주고받을 때 요리조리 살펴서 받는데 마음은 그냥 덥석 받고 맙니다. 마음도 살펴서 받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마음을 살펴서 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인간 존재의 속성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이것도 인상적이다. 

    저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을 가진 종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도 불신하지도 않습니다. 인간은 이성과 욕망을 다 가진 존재입니다. 욕망은 아름답고 또한 추악합니다. 이성은 고결하지만 때로 나약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빛나는 선과 끔찍한 악을 다 저지릅니다. 저는 인간의 사악함은 어찔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악함은 누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일부여서 악한 살마 자신도 스스로 어떻게 하지 못합니다. 어떤 사회악이 생기면 그 원인을 나쁜 사람한테서 찾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악이 악한 사람 때문에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소수의 사악함보다 다수의 어리석음이 사회악을 부르는 때가 더 많습니다.
    정치적 글쓰기는 사악함과 투쟁하는 일이 아니라 어리석음을 극복하려고 하는 일입니다. 사악함과 어리석음은 모두 인간의 본성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승산이 높은 것은 어리석음과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리석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덜 어리석어질 수는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인간의 속성에서 사악함과 어리석음을 뽑아내고 그 가운데에서 승산이 있는 싸움은 어리석음과의 싸움이라는 통찰이 인상적이다. 이런 생각들을 어떻게 뽑아내는 것일까?

     

    표현의 기술이라고 해서 작문에 대한 기술적인 것을 얘기할 것 같았지만 결국 마음과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결국 표현의 기술은 마음과 생각의 기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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