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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삶과 자연을 생각한다는 것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23. 3. 16. 11:33
책이름: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곁이름: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세사을 지어라
지은이: 안도 다다오
옮긴이: 이규원
펴낸곳: 안그라픽스
펴낸때: 2009.11.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자신의 삶과 건축에 대해서 쓴 책이다. 그의 건축 작품을 한국과 일본에서 일부 접한 적이 있고, 건축 관련 유튜브에서도 그과 그의 작품에 대해서 소개를 한 것을 본 적도 있어서 책 속의 이야기들과 그의 건축 작품들이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몰랐던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도 그의 글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1. 인턴과 입사 시스템
그가 건축 사무소를 차리고 운영하면서 대학생 인턴과 신입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얘기한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사무소는 25명 내외인데 평균 연령이 30대라고 한다. 그렇게 젊은 이유는 고참 몇 명을 빼고는 5년에서 10년 주기로 구성원이 바뀐다고 한다.
학생들이 내 사무소에서 일하고 싶다고 찾아오면 우선 서로를 파악하는 준비 기간으로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해 준다. 모형 제작이나 전람회 같은 행사가 있으면 준비 작업을 맡긴다. 이때 꾸준하게 나오는 학생에게는 가능하면 한 가지 업무에 투입하여 건축이 기획되고 완성되어 가는 전 과정에 참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한다.
그리고 스태프들에게도 주의사항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학생을 부를 대 반드시 '씨'를 붙임으로써 오만한 태도를 갖지 않도록 하게 하고, 또 하나는 공부하기 위해 온 학생이므로 배우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먼저 사회에 진출한 선배로서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바빠 죽겠는데 가르치는 것까지 하려고 하면 짜증이 나거나 불편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기회와 자리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안도 다다오는 말한다. 서머스쿨이라는 것도 있는데, 오사카 근처의 건축물들을 탐구하는 주제를 부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이런 활동들을 거친 후 학생에 대한 파악을 다 한 후에 입사를 희망하면 입사를 제안한다고 한다. 포트폴리오나 면접 같은 절차는 없다고 한다. 학생들은 이 인턴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이 할 만한 일인지,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는지 가늠해 보고 입사를 판단한다고 한다. 인턴은 교육 과정이기도 하지만 입사 과정이기도 한 것 같다.
2. 스미요사 나가야
그의 첫 번째 작품은 오사카에 있는 스미요시 나가야라는 2층으로 되니 가정집이다. 특이한 것은 중정이 있는데, 이 중정을 사이에 두고 방과 방이 떨어져 있다. 그래서 비오는 날에는 건넌방으로 가려면 우산을 쓰고 가야 한다. 집은 살기에 편안해야 하는데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집을 지은 의도가 궁금했는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문제는 이 장소에서 생활하는 데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주거란 무엇인가 하는 사상의 문제였다. 이에 대하여 나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야말로 주거의 본질이라고 답을 내놓았다. 제한된 대지이기 때문에 냉혹함과 따뜻함을 두루 가진 자연의 변화를 최대한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시하고 무난한 편리함을 희생시켰다.
한마디로 집은 자연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자연을 느낄 수 있게 중정을 만들었고, 자연을 느끼다보면 자연의 냉혹함도 함께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축주들도 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읽다보면 건축주 부부는 이 불편한 집에서 여전히 자연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철학적으로, 사상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을 살아가는 공간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같으면 못 살 것 같다.
3. 주택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
사무소의 규모가 커지면서 큰 작업들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소규모의 주택을 건축하는 경우가 줄어들게 되는데, 그럼에도 주택 건축을 한 해에 한두 건이라도 꼭 하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사무소 운영에 불리한 줄 알면서도 주택 작업을 계속 맡는 것은 사무소에 새로 들어온 젊은 스태프를 위해서이다. 그들이 건축이 무엇인지를 배우려면 두루 관여해 볼 수 있는 규모의 주택 작업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4. 록코 집합 주택1,2,3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재미있는 작품이다. 록코산의 가파른 경사면에 붙어있는 집합주택인데, 계단식으로 집들이 경사면에 앉아있고, 계단과 골목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집들이 각기 다른 구조를 가지면서 아기자기하면서 다양성이 확보되는 건축물이다.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프로젝트도 했는데 록코 집합주택 1 옆에 4배나 되는 더 큰 규모로 의뢰가 들어와서 하게 된다. 대형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면 어린이 공원, 부채꼴 테라스, 옥외형 프라자, 옥상정원, 수영장 등을 마련했다. 역시 경사면이라서 공간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섰다.
그리고나서 두 번째 프로젝트의 뒤편에 있는 철강회사 기숙사를 주목하고, 재건축을 록코 집합주택 1,2와 조화를 이루는 집합주택 3을 제안하기도 한다. 물론 거절당하기는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그러다가 고베 대지진이 일어났고, 기숙사는 다시 쓸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진짜로 건축 의뢰가 들어와서 구상만 하던 프로젝트는 실행이 된다.
이 세 주택들을 다 둘러본 사람이 블로그에 올린 것을 보니 공간의 아기자기함과 다채로움을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5. 그의 삶
학생 때 공부는 하지 않고 복싱을 해서 프로 라이센스까지 땄지만 진짜 프로 선수의 시합을 보고 그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만 둔다. 동네 목공소에서 간단한 허드렛일을 하다가 헌책방에서 우연히 본 르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보고 건축이 자신의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배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 건축 기행을 한다. 이후 돈을 모아 틈 나는 대로 외국의 건축 기행을 하고, 독학으로 건축을 익혀서 사무소를 차리고 활동을 한다. 간단히 말하니까 쉬운 것 같지만 그 과정에서의 막막함과 두려움과 멸시와 비웃음, 그리고 바닥이 보이는 자신의 능력을 마주했을 때의 좌절감을 다 감내하고 버티고 일어섰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더 특별해 보이기도 한다.
6. 그밖에
물의 교회는 홋카이도의 토마무 리조트에 있는데, 스키장에 있는 건축물이라서 이 리조트 스키장에 가면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5년 전에 나오시마 섬에 갔을 때 안도 다다오의 지중 미술관과 기념관 등을 볼 때에는 신기하다는 생각 정도로 그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매체를 통해 그의 작품을 접하니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그의 일본을 돌아다니면서 건축 작품을 탐방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 대해서 아쉬운 것은 사진이 흑백이라서 건축 작품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연결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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