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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7] 내 생의 중력에 맞서: 과학과 삶
    행간의 접속/자연과학/환경 2022. 4. 21. 12:06

    책이름: 내 생의 중력에 맞서
    곁이름: 과학이 내게 알려준 삶의 가치에 대하여
    지은이: 정인경
    펴낸곳: 한겨레출판
    펴낸때: 2022. 02.

    과학에 관련된 책들에서 과학적 지식 외에, 삶의 가치를 돌아보는 내용들을 찾아서 부각시키는 책이다. 그래서 과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자존, 사랑, 행복, 건강과 노화, 생명과 죽음 등 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 자존에서 존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모두가 존엄하다고 할 수 없어요.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 인간다움과 존엄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해야 해요. 그래야 자신이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몸으로 겪은 경험이 신경세포의 연결 패턴으로 뇌에 뿌리를 내려야 존엄이라는 내적 표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존엄을 배운다. 존엄을 배워야 자신의 존엄성도 지키고, 타인의 존엄성도 해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몸으로 느끼고 뇌에 뿌리를 박아야 한다. 나 혼자 존엄하다고 외쳐도 소용없다. 관계와 경험 속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감정은 우리 몸 안에 내장되어 있다가 인식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감정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지요. 우리 뇌는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감각을 입력하고,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하고, 신경세포의 배선을 바꿔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감정은 감각 입력과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됩니다. 우리가 우연히 친구를 만나서 행복한 감정을 느꼈다면, 이것은 친구의 모습을 알아보고(지각)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떠올려서 만든 거예요.

    감정은 호르몬하고 관련이 있어서 호르몬 얘기를 할 줄 알았는데, 뇌를 얘기한다. 결론은 감정이 그 자체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감각이 느껴지고 여기에 기억과 경험에 얹어져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감정이 다양하지 않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10대들의 뇌와 감정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청소년의 뇌는 성인보다 자극에 민감합니다. 도파민의 분비가 강화되어 보상을 조절하는 시경 시스템이 예민하게 작동해요. 이렇게 감수성이 뛰어난 말랑말랑한 뇌는 새로운 것을 익히는 학습에 효과적이지만 무엇이든 쉽게 빠져들고 중독되는 함정이 있어요. 10대의 뇌는 술과 담배, 약물, 스트레스에 성인보다 훨씬 취약합니다. 또한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가 미성숙하고, 전두엽과 다른 뇌 영역과의 연결이 느슨해서 인지적인 통제가 어려워요. 그래서 10대 아이들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쉽게 화를 내고, 실수를 반복하고, 무모한 일에 목숨을 겁니다. 방황과 일탈에 황당한 일을 저지르고도 부모 말은 듣지 않고 말대꾸까지 하지요.

    10대들의 이런 감정 상태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기는 하지만 직접 맞부딪치면 나도 감정이 올라오는데, 이 책에서는 해결책으로 열까지 세라고 한다. '그럴 수 있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한다. 우리 애도 조금 있으면 사춘기가 되는데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제2부 사랑에서는 먼저 섹스를 하기 위해 진화했다는 얘기부터 한다.

    우리의 사랑도 수백만 년에 걸쳐 조율된 생물학적 기술공학의 결과입니다. 성적 끌림이나 흥분, 키스나 스킨십에는 단 하나의 목적이 숨어 있어요. 바로 당신이 성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지요. 샤론 모알렘은 "진화와 사랑은 일심동체"라고 말합니다. "왜 섹스를 하는가?" 이것은 가장 중요한 진화론적 질문입니다. 우리는 남성과 여성으로 성분화되어 유성생식하도록 진화했어요. 유성생식이 곧 섹스를 말합니다.

    그리고 성분화 과정은 매우 복잡한데, 우리가 성을 남과 여로만 가르지만 과학적으로는 예외적인 사례들도 많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성결정 유전자의 발현으로 남녀의 성 차이가 발생하지만 이 유전자의 발현에 따라 성이 유동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즉,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순간 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안의 성을 결정하는 기작이 평생에 걸쳐 작동하면서 성정체성을 빚어낸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여자와 남자, 두 개의 성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과 남성 사이에 천 가지 색조의 스펙트럼이 있어요. 성염색체와 성결정 유전자, 호르몬에 의해 분류되는 제3의 성이 무수히 많습니다. 이들 성소수자를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로 구분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입니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제3의 성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간혹가다 남자 같은 여자, 여자 같은 남자들을 보게 되도 명확한 기준과 경계가 있어서 남자이지만 여성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기준이 아예 없다는 얘기인가 싶다. 그리고 평생에 걸쳐 성을 결정하는 기작이 작동한다고 했는데, 몸 안의 여성성과 남성성이 조금씩 변화되는 것을 얘기하는 것 같다. 남성으로 살다가 어느날 여성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제3부 행복과 예술에서는 먼저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살기 위해 행복한 것이 맞아요. 아리스토텔레스 말대로 인간은 행복을 원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인간이 행복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 뇌에 장착된 행복 프로그램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향해 계속 노력하도록 만드는 장치이지요. 우리는 불행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뭐라도 해서 행복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얘기한다.

    전전두엽을 통해 인간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른 동물들은 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이지요. 사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는 즐거움에 빠져 살아요. 어떤 일은 경험하는 것보다 상상하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여행은 계획 세울 때가 더 좋고 설레잖아요. 우리는 생각 중에 약 12퍼센트 정도를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 채워놓고 있습니다. 하지 말라고 말려도 뇌는 어느덧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어요. 이건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것처럼 뇌의 정상적인 기능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왜 미래를 상상하기 좋아하는지 그 이유도 얘기한다.

    뇌는 불확신한 상황을 못 견뎌요. 미래를 생각하고 예측할수록 불확실성을 줄이고 실수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뇌는 미래를 통제하고 싶어 해요.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설계하면서 즐거움을 찾습니다. 저도 계획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누구나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열심히 계획하는 것은 삶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만족감과 행복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나도 그렇다. 계획 세우기 좋아하고, 그 일이 계획되었을 때에 만족감을 느끼고.... 삶을 통제하는 느낌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성격에 대한 얘기도 하면서 제3의 본성을 얘기한다. 생물학적 요소나 환경적 영향 말고 '자유 특성'이 있다고 한다. 기존에 있던 그 사람의 성격이 아닌 성격이 특정한 상황 속에서는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이라도 특정한 상황에서는 외향적인 성격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어떤 위치에 있게 되면 그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 이전에 보이지 않는 모습들을 보이는 것이 이런 경우인 것 같다. 이런 것을 개인구성개념이라고 한다.

     

    제4부 건강과 노화에서는 직립보행으로 진화한 배경을 얘기한다. 직립보행과 큰 뇌, 통통한 몸의 관계를 얘기한다.

    우리 몸에 지방을 비축하고 있어야 큰 뇌와 장거리 걷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지난 수백 년간 고칼로리 음식을 좋아하고 여분의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는 조상들이 진화적 선택을 받았어요. 이렇게 인간이 살찌기 쉽게 진화한 것은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식력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만약 지방을 비축하지 못하면 수렵채집인 엄마는 뇌가 큰 아기에게 영양가 높은 젖을 먹일 수 없느니까요.

    그런데 환경은 현대적으로 변화하는데 우리의 몸은 구석기 시대에 적응되어 있으니 질병이 생긴다는 얘기이다. 필연적으로 질병에 걸릴 수밖에 없고, 해결책은 건강에 이로운 음식을 먹고 몸을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을 얘기한다.

     

    그 다음으로 의학의 새로운 학문 분야를 얘기한다. 의료인문학과 의료인류학, 서사의학 등이 그것이다. 처음 들었다. 이런 학문들은. 과학이 자연을 다룬다면 의학은 인간의 질병과 고통을 다루므로 의학을 인문학에 더 가깝다고 보는 관점인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인간이 중심에 있는 의학을 추구한다.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과학적으로 얘기한다.

    10대와 20대에는 수많은 첫 경험이 시간의 무대를 채웁니다. 젊은 날의 삶은 다채롭고, 기억의 표식도 많습니다. "내가 처음 직장에 들어갔을 때", "누구와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80대 노인에게 자전적 기억을 물어보면 이렇게 20대의 일을 가장 많이 이야기한다고 해요. 과학들은 이것을 '회상 효과'라고 부릅니다. 같은 시간이라도 기억할 만한 사건이 많으면 시간은 길게 느껴져요. 반면에 기억할 만한 일들이 줄어든 중년 이후에는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나이 들어서도 기억할 만한 일들을 많이 만들면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얘기인가? 기억할 만한 일들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 열정적으로, 열심히 생활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 일을 하느라 시간은 더 빨리 갈 것 같은데.....

     

    또다른 이유도 있는데, 나이가 들면 생리적 시계를 관장하는 기능이 떨어져서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5분을 3분으로 예측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24시간을 15시간 정도로 느끼며 살아가게 되고, 몸의 시계가 느리게 가니 실제의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기억에 대한 얘기도 한다. 기억을 우리는 뇌의 소유하고, 어딘가에 저장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한다.

    기억은 사진과 같은 식으로 저장되지 않아요. 기억을 할 때 우리 뇌는 과거에 저장된 것을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듭니다. 기억은 과거의 소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구성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기억은 과거에 일어난 일을 기록하기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기 위해 작동합니다.

    기억에 대한 개념이 새롭고 멋있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였다니.....

     

    그리고 노년기의 태도를 얘기한다. 어렸을 때에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운 것처럼, 어른이 되었다면 이제 노인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인생의 마지막 1/3을 의미있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중년을 지나면서 신체 기능들이 하나둘 예전같지 않다 보니 내 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 방법이 고민이다.

     

    제5부 생명과 죽음에서는 최근의 코로나 상황에서 방역 당국의 정책에 대해서 얘기한다. 한마디로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한다고 하는데, 과학의 관점에서 이에 대해서 설명한다.

    언론에서는 질병관리청의 방역 정책이 오락가락한다고 비난합니다. 뭔가 확고한 답을 기대하는 모양인데, 이것은 과학을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과학은 통계와 확률의 수치로 말하죠. 백 퍼센트의 확실성은 없어요. 또한 언제든지 번복되고, 대체될 수 있습니다. 틀림을 인정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재조정되는 것이 오히려 과학의 강점입니다. 코로나19가 등장한 시점에 우리 의료진이나 과학자들에게는 관련 정보가 하나도 없었어요. 바이러스의 특징, 전파력, 구체적 증상, 증상 발현까지의 시간, 치사율 등을 전혀 몰랐습니다. 무증상 감염이 있는지, 공기를 통한 감염이 가능한지 알 수 없었으나 데이터 분석 결과로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고 방역 정책을 수립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맞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방역 당국은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게 코로나19에 대해 잘 대처했다고 본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결정을 하고, 진행하고, 다시 수정해서 결정하고, 진행하고, 판단하고..... 매 순간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얘기도 한다. 우리가 다양한 경험을 하면 신경세포 시냅스의 연결 강도가 변화하면서 뇌의 지도는 신경세포가 소멸되고 강화되는 선택적 시스템에 의해 점진적으로 완성되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개별적인 정체성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험의 차이가 개인의 정체성을 만든다는 얘기인데, 그 중간인 뇌의 과정을 설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가운데에서는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읽고 싶다. 기후 변화에 대한 얘기인데, 기후 변화의 당위성은 알겠는데, 좀더 자세한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과학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 아니라 삶과 연관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다른 과학 관련 책들과 차별적이라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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