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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9] 파란하늘 빨간지구: 지구가 언제까지 우리를 기다리지는 않는다
    행간의 접속/자연과학/환경 2022. 5. 11. 16:56

    책이름: 파란하늘 빨간지구

    곁이름: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 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지은이: 조천호

    펴낸곳: 동아시아

    펴낸때: 2019.03.

     

    국립기상과학원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던 연구원이 쓴 책이다. 책의 내용은 석탄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쌓은 우리의 문명으로 인해 지구가 병들고, 다시 우리와 우리의 자손들의 삶에 문제를 일으키게 되니 정책적인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그래야 하는 그 근거들이 과학적으로, 객관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되어 정말 내일부터 나도 생각을 바꿔 먹고 뭔가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글을 썼다. 

     

    맨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현재의 기후의 출현에 대해서 얘기한다. 한마디로 가능성이 없던 우연들이 쌓이고 쌓여서 현재 우리가 살 수 있는 지구가 되었다는 것이다.

    138억 년 전 빅뱅 그 순간 인간이 탄생할 확률은 거의 0이었다. 그동안 우주와 태양계에 변화가 일어났고, 특히 지구는 다른 행성에 비해 극심한 변화를 겪었다. 이 변화 과정에서 인류 생존에 필요한 우연들이 일어났다. 이 우연 가운데 하나라도 없었더라면 인류 탄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생명체의 최정점에 오른 위대한 존잭 아니다. 우연히 적합한 기후가 출현했고, 생명의 나무가 분화되는 과정에서 우연히 우리가 자연선택을 받았을 뿐이다. 

    우리의 시야를 지구를 넘어서 우주로 가져가면 우리의 존재는 정말 미미하다. 그런 미미한 존재가 생존하기 위한 조건들이 우연히 갖추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이 지구 환경에 대해 고마워해야 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마치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 오만함이 결국 우리를 파멸로 몰아갈 수 있음을 경고한다.

     

    기후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하는 것도 있는데, 새롭다.

    고대 그리스인은 지점이 다르면 때에 따라 햇빝이 지구에 비치는 시간과 경사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서양에서 기후climate는 그리스어에서 경사를 의미하는 klinein'에서 유래했다. 동양에서는 1년을 24절기로 구분하고 15일로 이루어진 기를 다시 3등분 한 5일을 1후라고 했다. 그래서 1년이 72후로 이루어지며 이 5일이 자연 변화의 최소 단위이자 삶의 리듬이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닷새 만에 곳곳의 산물을 교환하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오일장이 열리게 되었다.

    기후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5일 단위가 1후라는 것이 특히 새롭다. 

     

    먼지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우리는 먼지를 더럽고, 호흡기에 문제를 일으키고, 답답하게 느끼지만 먼지의 순기능이 있다. 가벼운 먼지가 멀리까지 날아가서 바다에 떨어지면 철분이나 미네랄과 같은 영양분을 공급한다. 그리고 중남미의 열대 우림에는 인산염을 공급하여 아마존을 더욱 푸르게 한다. 그리고 도시의 토양은 대부분 산성화되어 있는데, 황사는 알칼리 성분이라서 토양을 중화시키기도 한다. 또 햇빛을 반사시켜 지구 전체를 냉각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미미한 먼지가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하는 곳에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몰랐다.

     

    국가간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배출 감축 비용은 국가 단위에서 발생하지만, 기후변화 감소로 인한 편익은 세계에 골고루 퍼진다. 근거리 비용과 원거리 편익의 구조는 강력한 무임승차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배출 감축을 위한 세계적인 협약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이 이행한 값비싼 기후변화 대응의 결과에 무임승차할 수 있다. 또한 배춤 감축에 서 비롯된 편익은 본질적으로 지금이 아닌 미래에 발생한다. 그러므로 현세대가 기후변화를 처리하는 비용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김으로써 무임승차하려는 경향도 있다. 이것이 바로 무임승차를 부추기는 국가주의 딜레마다.

    한마디로 눈치만 서로 보다가 아무도 감축을 안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적인 이익을 깎아내면서 내가 먼저 감축하면 그 환경의 이익이 나한테만 오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안 하는 다른 나라에게도 가니 결국 나만 손해보는 꼴이다. 손해는 지금 보는데, 이익은 나중이고, 그것도 다른 나라도 같이 이익을 얻으니 모두들 다른 나라들이 감축하고 그 이익을 나눠 먹으려고 하는 꼴이다. 다들 너무 이기적이다. 

     

    민주주의와 기후 변화에 대해서도 얘기하는데, 이 둘의 관계는 별로 연결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기아가 발생하는 까닭은 식량 부족보다도 식량을 확보하고 통제할 능력이 부족한 데 있다. 20세기 말에 기아를 겪은 북한과 아프리카 수단은 모두 독재국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기근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지만 지배자가 죽는 일은 없다. 만ㅇ리 선거도 없고, 야당도 없고, 검열받지 않은 공개적 비판도 없다면, 권력을 쥔 자들은 기근을 막지 못한 실패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는 이와 달리 기근의 책임을 지도층과 정치 지도자에게 돌린다. 이 때문에 이들은 예상되는 기근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이는 기근뿐 아니라 재난 일반에도 확대되어 적용된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사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민주주의는 좀더 자유롭게 서로 어울리는 정치적 제도라고만 생각했지 기근에 대한 것까지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고, 납득이 된다. 

     

    안보와 기후 변화도 얘기한다. 기후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사회적인 갈등이 증폭되어 전쟁, 침략 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의 정보기관은 안보적 관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막화, 해수면 상승, 기후 난민 등의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전에는 종교나 이념, 국가적 자존심으로 국가간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는 에너지, 식량, 물과 같은 자연 자원의 필요가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과학에 대한 관점을 분명히 하게 하는 말을 한다.

    과학이 실패도 성공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무엇인가?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과학의 힘은 확실성이 아니다. 우리의 무지가 어디까지인지를 날카롭게 인식하는 데서 온다. 과학의 대답들이 확정적이어서 믿을 만한 게 아니다. 지식의 기나긴 역사 가운데 한순간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합리적인 대답이므로 믿을 만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처럼 과학의 결과는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개선될 수 있는 상태에 있다. 과학의 확실성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즉, 자신감을 진실성이라고 착각하는 세상에서, 확신하지 않는 것은 나약한 태도가 아니라 진정으로 강인한 태도일 수 있다. 확신하지 않기에 기존 체계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치열하게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학이 우리의 지식을 넓히고 호기심을 채워주는 것만 생각하면서 그 지식이 완벽하고 최종적인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과학적 지식은 사실 완벽한 것이 아니고, 최종적인 것도 아니라서 여전히 열려 있고,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은 타당했다고 본다. 그 시점까지의 과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경제와 사회에 충격을 가하지 않는 적절한 선을 찾아 정책을 세우고, 환경이 바뀌면 다시 정보를 바탕으로 그에 맞게 변화시키는 방식..... 누구는 일관성이 없다고 하지만 환경이 변하는데 정책이 변하지 않으면서 일관성만 지키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무튼 읽으면서 몰랐던 것들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지구의 기후 변화에 대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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