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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38] 모던하트: 계산적인 관계 속의 자리 찾기
    행간의 접속/문학 2021. 7. 13. 21:35

    책이름: 모던하트

    지은이: 정아은

    펴낸곳: 한겨레출판

    펴낸때: 2013.07.

     

    30대 후반의 헤드헌터의 이야기이다. 직장인으로서 헤드헌터의 이야기도 나오고,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로서의 이야기도 나온다. 결혼하지 않은 첫째 딸로서 부모와 여동생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가족 이야기도 나오고, 여고 동창들과의 이야기, 아파트 주민으로서 이웃들과의 관계도 나온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2013년 대한민국의 한 단면이 고스란히 보여진다.

     

    1. 직장인으로서의 헤드헌터

     

    실제로 지은이는 헤드헌터를 하다 작가가 되어서 그런지 업무와 용어에 대한 서술이 상세하다. 헤드헌터는 리서처를 거쳐 컨설턴트가 되어 거래처를 개척하고 거래처가 필요한 인재를 채용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을 성사시키는 데에 2~3달은 기본으로 매달려야 하는데, 변수가 워낙 많아서 쉽지가 않다. 중간에 마음을 바꾸는 후보자나 거래처가 있을 수 있고, 거래처가 채용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추후에 따로 후보자를 접촉해서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정글 같은 무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한다.

     

    주인공은 성공의 욕망이 있으나 전문대를 나오고 사이버대학을 나왔다는 컴플렉스를 갖고 있다. 거래처를 대신해서 후보자와 인터뷰를 할 때에는 자신이 평가자의 입장이 되어서 학력이 떨어지는 후보자에게 전권을 휘두르면서 콤플렉스를 상쇄시키지만 그 때뿐이다.

     

    2. 두 남자 사이에서의 갈등

     

    주인공은 외국계 회사 직원 동호회에서 만난 태환을 마음에 두고, 핸섬한 외모와 좋은 학벌, 훤칠한 키에 좋은 회사에서의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 마음을 주고 받은 적은 없지만 사적으로 8번 정도 만났으니 서로 아주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항상 '~님'이라고 붙이면서 거리를 두고, 먼저 연락을 하는 경우도 없어서 가까이 할 기회가 많지 않다.

     

    다른 한 편에는 흐물이라고 불리는 동호회 친구가 있다. 대전에 있는 공기업에 다니는 남자인데, 심심하다고 불러내면 서울까지 와서 계산 다 해주면서 놀아준다. 그냥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연인으로 몰아가니까 느낌이 이상하다.

     

    그러다 선택의 순간이 왔고, 태환을 선택하고 술김에 자게 되지만 다시 만난 태환의 태도에서 마음이 없음을 확인한다. 자신을 기다렸던 흐물도 동호회 다른 여자를 선택하여 결혼하자 짝을 찾지 못한 외로움을 더 느낀다.

     

    3. 결혼하지 않은 첫째 딸

     

    부모님은 퇴직하고 양평의 전원주택에 계시고, 동생은 중앙일간지 기자를 하면서 결혼해서 아직 아들을 키우고 있고, 제부는 서울대 법대를 나왔지만 고시에 패스하지 못해 백수로 지내고 있다. 그러면서 집안일이나 아이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거기다가 명절과 제삿날에는 시댁에 내려가서 일까지 하고 있다. 그런 제부를 보면서 한 소리하는 것도 한 두번이지 이제는 체념하고 많다. 동생의 이야기를 통해서 워킹맘들의 애환을 얘기하고 있다.

     

    4. 여고 동창들과 이웃집 여자

     

    여고 동창들은 싱글맘으로서 재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도 있고, 역시 워킹맘으로서 애 둘을 키우면서 힘겨워 하는 친구도 있다. 모두 결혼해서 애들을 키우는 입장이라서 대화의 소재가 육아와 교육이 중심인데, 그 소재에 끼지 못하니 불편하다. 그리고 이웃집 여자는 층간 소음으로 올라갔다가 넉살좋은 언변에 말려서 언니로 불리고, 그러다 그 집 아이까지 봐주게 되지만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그 여자의 남편은 대학 때 사귀던 애인이었다. 그동안 궁금했지만 막상 일상에서 만나니 감당이 되지 않는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주인공은 결핍을 느낀다. 학벌과 성공에 대한 결핍, 사랑과 결혼에 대한 결핍, 이러한 결핍들이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상사의 갑작스런 이직, 태환과의 관계 단절, 흐물의 결혼 등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의 일에 더욱 집중하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읽으면서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의 욕망을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 장면, 한 장면이 어디에서 본 것 같은 현실감을 주고 있다. 인물들의 관계들이 따뜻함보다는 계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 현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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