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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32] 땀 흘리는 소설: 취업과 노동의 문제
    행간의 접속/문학 2021. 6. 18. 23:04

    책이름: 땀 흘리는 소설

    지은이: 김혜진 외

    엮은이: 김동현 외

    펴낸곳: 창비교육

    펴낸때: 2019.03.

     

    국어 선생님들이 엮은 소설집이다. 엮은 계기는 취업과 노동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고,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갔을 때에는 당사자로서 직접 겪게 될 문제인데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거나 가르치더라도 단편적으로 가르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다룬 소설을 엮음으로써 학생들에게 현실에 대한 인식을 정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취업이나 노동의 문제를 다루었다고 해서 30년대나 60년대의 작품을 가져 오면 학생들에게 와닿지 않기 때문에 2000년대 이후의 작품들로 뽑았다고 하는데, 아주 신선한 발상인 것 같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은 일제시대 70년대 소설이나 수필을 읽으면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최근의 소설을 접하면 느낌은 달라질 것이다. 그 중 나에게 인상적인 작품들을 뽑아보았다.

     

    김세희의 「가만한 나날」은 온라인 마케팅 업체라고 해서 취직을 했더니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서 그 사람이 생활한 것처럼 글을 올리고, 사람들에게 물건을 홍보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려하지 못하고 널리 알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던 중 자신이 홍보한 물건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로부터 쪽지를 받고서 충격을 받는다. 그 피해자는 그 물건으로 인해 나도 피해 받지 않도록 알려주기 위해서 쪽지를 보낸 것이었지만 내가 의도하지 않고 했던 일이 다른 사람의 불행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 과연 옳은 일인지 다시 생각한다. 직업 선택에 있어서 도덕성을 생각해야 하는 점을 얘기하고 있다.

     

    서유미의 「저건 사람도 아니다」 워킹맘으로 직장과 가정 일을 모두 잘 하고 싶은 주인공은 로봇 가사도우미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갈등하다 채용한다. 로봇 도우미는 아이에게도 완벽했고, 가사일에도 완벽했다. 그러다 몸이 아파 도저히 출근할 수 없고, 중요한 일이 회사에 있어서 안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로봇을 보냈는데 이번에도 완벽하게 일처리를 했다. 다음에 출근했더니 이렇게 잘 할 수 있으면서 왜 실력 발휘를 하지 않았느냐는 말까지 들었다. 그러다 전남편의 결혼식에 아이를 데려가는 일을 로봇에게 시키고 돌아오는 길에서 자신의 직장에서 완벽하게 일하는 자신의 상사를 보았는데, 그녀는 후줄근한 추리닝 차림에 눈빛도 흔들리고, 시선을 외면하면서 피하고 있는 장면에서 소설은 끝난다. 회사에서 유능한 상사도 로봇에게 일을 맡기고 있었고 초라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숨어다니는 신세였던 것이다. 여성의 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고 있다. 거기다가 미래에 사이보그의 능력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함께 얘기하고 있다.

     

    장강명의 「알바생 자르기」는 별로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 않은 알바생을 자르는 과정이 담긴 소설이다. 단순히 '너 나가'하면 될 것 같지만 알바생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다. 퇴직금은 주었는지, 서면으로 일정 기간의 여유를 두고 해고 통보를 했는지 등... 이런 것에 익숙지 않은 과장은 부랴부랴 요건을 갖추면서 해고를 한다. 이 소설이 만일 알바생의 입장에서 서술되었으면 독자들은 여기에 감정 이입을 하여 악덕 고용주의 해고 만행에 분노하는 감정적인 결과만 유발시켰을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고용주의 입장에서 불성실하다고 여겨지는 알바생을 자르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알바생이 정말 잘려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도록 독자들에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막 자를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왜 서술자를 고용주의 입장에서 등장시켰을까 생각하게 해서 주제를 부각시킨다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취준생, 외국인 노동자, 감정노동자 등의 이야기도 담고 있어서 소설들을 잘 뽑아서 엮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설도 작품마다 뒤에 첨부하여 작가의 의도, 엮은이의 의도도 파악할 수 있었다. 시리즈인 가슴 뛰는 소설과 기억하는 소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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