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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40] 기억하는 소설: 재난, 그 이후를 대하는 자세
    행간의 접속/문학 2021. 7. 17. 14:57

    책이름: 기억하는 소설

    지은이: 강영숙 김숨 임성순 최은영 조해진 강화길 박민규 최진영

    엮은이: 이혜연 김형태 김선산 김동현

    펴낸곳: 창비교육

    펴낸때: 2021.05.

     

    소설의 여러 갈등 중에서 인간과 자연의 갈등을 다룬 소설이 자연재해를 다룬 소설이고, 영화로 따지면 블록버스터급 재난 영화들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갈등은 우리나라에는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는 큰 해일, 화산, 지진, 허리케인 같은 것들이 별로 없으니까.....

     

    그러나 재난을 조금만 넓혀보면 그런 자연재해 뿐만 아니라 거대하게, 갑작스럽게 다가온 생존의 위협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우리나라도 사회적 재난을 꽤 겪었고, 그런 것을 다룬 소설도 있었다. 그런 소설 중에서 학생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선생님들이 뽑아본 소설집이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최은영의 「미카엘라」이다. 2014년에 프란시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서울로 상경한 천주교 신자의 이야기이다. 엄마는 교황을 보기 위해 성당 신도들과 상경하고 미사에 참석하고, 신도들에게는 서울에 있는 딸과 함께 잘 것이라고 말하지만 딸의 형편상 자기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낸다. 거기서 한 할머니를 만나고 그 할머니는 세월호에서 손녀를 잃고서 광화문에 있는 동료 할머니를 찾으러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할머니와 함께 광화문으로 간다. 한편 딸은 엄마가 서울에 왔다는데 연락도 되지 않아서 걱정만 하다가 TV 화면으로 광화문에 있는 엄마를 확인하고 광화문으로 간다. 그리고 둘은 광화문에서 만난다.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얘기가 없지만 그 과정에서 세월호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하여 세월호 이후에 그 유족들의 아픔, 그 유족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아픔까지도 조망하고 있다. 그리고 세월호에서 잃은 손녀의 이름과 주인공의 딸의 이름이 모두 '미카엘라'라는 점에서 아픔을 동일시할 수 있도록 작가는 배치하였다.

     

    「슬」은 원시시대에 공동체나 국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재난과 같은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코끼리를 사냥하는 원시인의 이야기이다. 공동체가 있었지만 아이를 임신한 아내를 두고 갈 수 없어서 무리에서 떨어진 채로 먹이를 찾아 헤매는 주인공은 마침내 늙은 코끼리를 만나고 사투를 벌이지만 잡지 못하고 부상만 당한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부상당한 자신의 다리를 잘라서 돌아간다. 자신의 다리를 자르는 장면이 좀 충격적이지만 어느 누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살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처절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재난 소설에서 무슨 원시시대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이는 마치 국가나 공동체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재난 상황에서 홀로 생존하도록 버려진 소외된 사람들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재난을 다룬 소설이지만 재난의 순간을 맞는 인간을 다룬 것이라 대부분이 재난 이후에 우리 사회가 그 재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재난의 피해자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를 다루고 있다. 결국 재난 자체는 재난이 끝난 시점에 끝나지만 그 피해자들의 아픔과 후유증은 깊고 넓게 퍼져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회와 국가와 공동체가 이들의 상처를 얼마나 잘 치유하는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고, 소설은 그것을 묻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시리즈에서는 작품에 대한 해설을 해설과 평론의 형태로 썼었는데, 이번 시리즈에서는 엮은이들이 대담의 형태로 실어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해설을 넣는다는 큰 틀은 변하지 않지만 그 방식은 변화를 주어서 단조롭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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