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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4] 가슴 뛰는 소설: 사랑은 만만하지 않더라행간의 접속/문학 2021. 6. 28. 10:54
책이름: 가슴 뛰는 소설
지은이: 최진영 외
엮은이: 김동현 외
펴낸곳: 창비교육
펴낸때: 2020.08.
사랑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소설들을 엮은 것이다. 사실 사랑을 다루고 있는 소설들은 많이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삶과 사랑을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으면서 청소년 수준에 맞는 2000년 이후의 최신 작품들은 그렇게 많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국어선생님들이 사랑에 관한 소설 작품을 뽑아서 엮은 이 책은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작품들은 청소년들의 첫사랑, 대학생들의 사랑, 직장인들의 사랑, 결혼한 이후의 사랑, 이혼과 사랑,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사랑, 노년의 사랑, 죽음 이후의 영혼의 사랑 등을 담고 있다. 거의 연령대별, 상황별 사랑이 골고루 담겨 있다. 그 중 인상적인 작품을 뽑아보았다.
최민석의 「괜찮아, 니 털쯤은」은 자신이 원숭이라고 생각해서 열등감에 빠져 있는 남자의 사랑이다. 웃기는 것은 그런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니 몸짱이 되고, 지식도 쌓게 되고, 여러 여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근본적으로 자신이 원숭이라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하는데, 여자는 털이 많은 것은 괜찮다고 하면서 그렇지만 다른 것으로 인해 사랑을 거절합니다. 결국 남자는 원숭이라는 사실에 더이상 열등감을 갖지 않고, 스스로 '괜찮다, 내 털쯤은'이라고 생각하면서 힘을 낸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고 사랑을 해야 함을 얘기하고 있다.
정세랑의 「웨딩드레스 44」는 이전의 정세랑 작품집에서 읽었던 작품이다. 사랑을 다룬 작품들 속에서 읽으니 또 새롭다. 결혼 후의 여러 현실적인 상황들이 잘 드러나 있고, 마무리가 여고생들의 코스튬이었던 것이 새롭다.
권여선의 「봄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사랑을 담고 있다. 수환은 류마티즘이 심해 몸이 비틀어지고, 혼자 움직일 수 없고,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항상 자살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영경은 알코올 중독자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둘은 동거를 하다 몸이 안 좋아져서 요양병원에 함께 들어왔다. 영경은 술을 마시기 위해 정기적으로 외출을 하고, 보호자인 수환은 이를 허락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그 사람을 위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영경도 수환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알콜성 치매로 모든 기억을 놓쳐 버리게 되는데, 수환이 죽기 전까지 그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하는 사랑을 의지로 보여준 것이다. 이 장면은 토지에서 월선이 용이를 기다리며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 버티고 있는 장면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정은의 「대니 드 비토」는 영혼의 사랑이다. 유라는 죽은 영혼이고, 유도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유라는 항상 유도의 옆에 있으면서 함께 만날 날을 기다린다. 즉, 유도가 죽을 날을 기다린다. 그래서 자동차 사고를 내도록 하기도 하지만 유도는 살아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그러면서 시간은 흐르고 유라는 여전히 그 옆에서 그를 지켜보며 기다린다. 유도의 아내인 미라도 떠나고, 유라도 유도를 떠나려고 마음 먹는다. 그리고 유도의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유도는 유라를 기억해낸다. 죽어서 이 둘의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 작품 제목이 미국의 영화 배우 이름인지가 궁금하기도 한데, 작품 처음에 이 배우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고 마지막에 기억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이 배우의 이름을 기억하면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작품의 내용과 이 배우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앞에 시리즈인 『땀 흘리는 소설』은 작품이 끝나면 그 뒤에 바로 작품 해설이 붙어 있었는데, 이번 책은 맨 뒤에 붙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바로 뒤에 있는 것이 좋았을 뻔 했는데, 엮은이들은 여운을 좀 더 느껴보라는 의도에서 그런 것 같다. 노동의 문제보다는 사랑의 문제가 좀더 생각할 것이 많고 여운이 남으니까..... 아닌게 아니라 이 책의 내용들은 선명하지 않고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감정과 느낌들을 갖고 있어서 만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랑이 만만하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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