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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1] 코리안 티처: 어떻게든 버티기행간의 접속/문학 2021. 6. 12. 21:26
책이름: 코리안 티처
지은이: 서수진
펴낸곳: 한겨레출판
펴낸때: 2020.07.
명문 대학교의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이야기이다. 이런 곳을 배경으로 무슨 특별한 할 얘기가 있을까 싶은데,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들의 일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봄 학기의 선이는 처음으로 신규 강사가 되었다. 순종적이면서 열심히 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베트남 특별반을 맡았는데, 원장이 베트남 쪽의 입학생을 갑자기 늘려서 채용된 경우이다. 다른 강사들과 어울리려고 해도 경력이 없는 것이 드러날까봐 어울리지도 못한다. 그러다 자신의 학생이 자신을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놓고 희롱하는 것을 보고 갈등하다 주변의 부추김으로 경찰서까지 갔지만 고소는 하지 않았는데, 학생을 고소했다고 소문이 퍼져서 학생들과 사이가 벌어지고, 학생들은 집단 결석을 한다.
여름 학기의 미주는 인정으로 봐주지 않고 원칙을 강조하고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의롭지 않은 일에 당당히 맞서는 인물이다. 사람들한테 '그렇게까지 해야겠니?'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대학 때 동아리 연합회장의 성추행을 공개해서 사퇴시킨 적이 있고, 다른 어학당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다른 강사를 대신해서 항의를 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연애 감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니카가 사실은 여자였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가을 학기의 가은은 언제나 강평 1위를 받을 정도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인정받는 강사이다. 하지만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불행은 운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일본인 학생 유토와 썸을 타면서 사귈지 말지를 고민하는데, 사람들한테는 연애를 하기 때문에 유토를 승급시켜주었다고 소문이 나있다. 마음은 있지만 유토를 받아들이지 못해 갈등한다.
겨울 학기의 책임강사 한희는 어느 정도 지위가 있기 때문에 갑질을 하기도 하면서 위로부터는 갑질도 당한다. 학회 발표에서 만난 제이콥과 동거하며 임신을 해서 쉬고 있다. 일을 계속 쉬면 자신의 자리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어학당에 대한 신경을 쓰다가 겨울 단기 학기를 책임강사로서 강사 끌어모으고 준비를 맡겠다고 한다. 그 와중에 제이콥이 영어유치원이 폐업되어 임금과 퇴직금도 못 받자 노동위 감독관을 찾아가지만 뒤통수만 맞고 이어서 변호사를 만나서 소송도 준비하다가 조산을 한다.
겨울 단기는 다시 선이다. 여름학기까지 다니다 학생들이 빠져 나가자 해고되었지만 한희의 연락으로 단기를 맡았다. 한강 뚝섬에서 현장학습을 하고 불꽃을 사서 보여준 후 선물로 주었는데,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불꽃을 터뜨리다 화재가 나서 사망자까지 생긴다.
각각의 인물이 친하지 않으면서도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이야기가 부드럽게 흘러 가고 있다. 선이 가을 학기에서 가은과 만나기도 하고, 겨울 학기의 한희가 선이에게 단기를 제안하기도 하고, 가을 학기의 가은이 인정받는 장면에서 미주가 비교되기도 하는 것 등이 그런 것이다.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맛볼 수 있다.
등장하는 강사들은 신분이 다 불안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언제든지 잘릴 수 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고 버티려고 안간힘 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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