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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26] 잠실동 사람들: 나와 다르지 않으니까....
    행간의 접속/문학 2021. 5. 30. 22:23

    책이름: 잠실동 사람들

    지은이: 정아은

    펴낸곳: 한겨레출판

    펴낸때: 2015.02.

     

    잠실동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교육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학부모, 교사, 교장, 학습지 교사, 원어민 교사, 어학원 상담원, 과외 교사, 교사 출신 카페 사장, 파견 도우미, 대학생 등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다각적으로 전개하여 현실을 드러내는 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고, 총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서로 얽히고 설킨 구도를 제시하여 그 매듭을 풀면서 퍼즐을 맞추는 재미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소설이다.

     

    인물들의 외모에 대한 묘사가 감각적이다. 남자든 여자든 인물들의 현재 상황을 외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생김새와 옷 입는 것, 머리 스타일과 표정 등 거의 한 인물에 한 번씩은 인물에 대해서 묘사를 하는데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감각적이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곳과 가까워서 자주 가봤던 장소들이 소설 속에 등장하고, 그 장소에 대한 설명을 할 때 금방 머리 속에 그릴 수 있어서 이야기가 더 생생한 느낌이었다. 

     

    1. 학부모 집단

     

    박수정: 지환 엄마. 불광동에 살다가 지환이 교육을 위해 잠실로 이주. 해성 엄마, 태민 엄마와 어울리며 축구시키고, 영어 시킴. 경제적으로 뒤쳐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 해성 엄마와 태민 엄마가 떠나고 난 후엔 교회에 다니면서 교회에서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다시 팀 짜서 학원을 보냄. 

     

    장유미: 해성 엄마. 남편은 변호사. 영어를 잘 하고 육감적인 외모. 집안이 부유하여 이를 지키기 위해 판사와 결혼하지만 남편이 판사를 그만 두고 변호사가 되자 친정의 재산이 자신에게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감. 태민 엄마를 부추겨서 등교 거부를 주도하지만 나중에는 흐지부지됨.

     

    심지현: 태민 엄마. 남편은 불법과 합법 사이의 경계에 있는 도박 사이트 운영자. 돈은 많지만 남편이 대학을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음. 아이가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유학을 보낼 생각도 있음. 해성 엄마의 부추김으로 등교 거부에 앞장서지만 담임교사의 자살 미수로 곤궁에 빠지고 잠실을 떠남.

     

    강희진: 경훈 엄마. 의사 부부. 의대에 다닐 때에는 남편보다 훨씬 우수했고, 의사로서도 뛰어났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아프자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의사를 그만 두고 페이 닥터로 전향함. 사교육을 많이 시키지 않으면서 집에서 홈스쿨링으로 아이 가르치기도 함. 아이의 친구 관계를 위해 불편하지만 다른 엄마들과 교류함. 등교 거부에 반대 의견을 내놓고 학교에 보냄. 

     

    허인규: 지환 아빠. 외국계 회사 영업팀장.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대학생 서영과의 섹스로 해소하려 함. 

     

    고성민: 해성 아빠. 외향적인 성격의 변호사. 판사로 임관되었다가 서류 더미에 묻혀서 재판하는 것이 지겨워 3년 만에 그만 두고 변호사로 로펌에 들어감. 변호사로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가운데에서 즐거움을 느낌.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즐긴다.

     

    2. 교사 집단

     

    김미하: 초등학교 교사. 원칙을 중시하고 학생들에게도 엄격해서 남학생 학부모들과는 갈등하는 경우가 많음. 해성 엄마와 태민 엄마와의 갈등으로 아이들이 등교를 거부하자 학교를 벗어나 방황하다 옛 제자 서영을 만나기도 함. 서영의 아빠인 장환을 짝사랑하기도 했음. 

     

    지윤서: 어학원 상담원. 고등학교 때 왕따의 경험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가 대학을 간신히 졸업하고 제약 회사에 입사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함. 이후 정신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사람들과의 접촉이 적은 어학원에 입사하여 상담원으로 일함. 

     

    김승필: 과외 교사. 통번역 대학원 입시에서 연거푸 떨어지자 낙담하던 중 옛 애인이 통역사로 명성을 떨치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서 재기하기 위해 K대 영문과, 대치동 W어학원 출신이라고 허위 경력을 지어내고, 잘 생긴 외모를 내세워서 잠실에서 과외교사로 승승장구하다 허위경력이 밝혀져 몰락한다. 삼성동이 개발되기 전부터 살았음.  

     

    지미 더글러스: 원어민 강사.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해성엄마 장유미의 눈에 들어 어린이 영어 원어민 강사로 일하면서 어떻게 하면 엄마들이 자신을 쓸 수밖에 없는지를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자신의 위상을 높여감. 밤에는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면서 쾌락적인 삶을 추구함.

     

    차현진: 학습지 교사. 재개발되기 전의 잠실 주공 2단지에서 성장했음. 부모는 서울역 근처 판자집에 살다가 철거되면서 잠실 주공 입주권을 얻어서 살다가 엄마의 암으로 집을 팔게 됨. 돌고돌아서 건너편 신천에 살게 됨. 재개발되기 전의 잠실을 생각하며 도달할 수 없음에 좌절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팀.

     

    최정상: 초등학교 교장. 학부모들의 등쌀에 힘겨워 함.

     

    3. 그외 집단

     

    이서영: 대학생. 학비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결국에는 몸까지 파는 지경까지 이르게 됨. 집을 나와서 신천동의 반지하에서 거주함. 

     

    최선화: 파견 도우미. 해성이네와 지환이네 일을 도와주는 파견 도우미. 고등학교 때 장환을 만나 큰 딸 지영을 갖게 되고, 잠실 주공에서 살며 장환이 전파상을 하면서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하지만 가전제품 회사가 AS까지 맡으면서 일을 찾지 못하자 하남으로 다시 밀려남. 둘째 딸 서영은 집을 나감.

     

    이태용: 카페 주인. 재개발된 잠실에서 살면서 강남의 사립 고등학교 독일어 교사를 하다 기타 과목 교사로서 대우받지 못하는 것에 염증을 느껴 연금이 나올 때까지만 버티다가 그만 두고 집 팔아서 잠실 상가에서 카페를 차림. 다행히 잘 됨.

     

    박수진: 카페 주인. 여유를 누리는 아파트 여자들이 부러웠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서 살아감. 

     

    나도 초등학생 부모이고 작년에 육아휴직하면서 애들 등하교와 등하원을 시켜본 적이 있어서 애들 학교 보내고, 학원 보내고, 스케쥴 관리하는 내용들이 우리 얘기와 많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학기 초에 학원 스케쥴 짜기 위해 인터넷으로 여기 저기 알아 보고, 아이 학원 레벨 테스트를 위해서 알아보고, 테스트 결과 상담 받고, 다른 학원과 저울질 하고, 셔틀버스 노선 고려하고, 평판이 어떤지도 살펴보고, 차 막혀서 복잡한 대치동의 학원으로 차 끌고 애들 태우고 다녔는데, 그런 얘기들도 고스란히 있다. 나야 아빠라서 애들 보내놓고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것은 하지 않았지만 아내 얘기를 들어보면 그 자리에서 많은 정보가 오가기 때문에 빠질 수는 없지만 편한 자리가 아니라고 하더라. 단지 애한테 도움이 되는 정보와 아이의 친구 관계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렇게 엄마끼리 네트워크를 만들어놓지 않으면 애가 놀 친구들이 없다. 다들 엄마들끼리 연락해서 팀 짜고, 그 팀 중심으로 공부하고 놀러 다니는 그룹이 만들어지니까.... 엄마가 끼지 못하면 아이도 끼지 못한다. 그러니 엄마들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 몰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다니는 것이다.

     

    이런 나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읽으니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인물들의 속물 근성과 이기심을 마음 놓고 비판할 수는 없었다. 나도 다른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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