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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9] 한국이 싫어서: 한국과 호주를 비교하자면...행간의 접속/문학 2021. 6. 6. 20:59
책이름: 한국이 싫어서
지은이: 장강명
펴낸곳: 민음사
펴낸때: 2015. 05.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떠난 젊은이의 이민 이야기이다. 주인공 계나는 홍대를 나와서 W종금에 취업했다가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한국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판단하여 호주로 이민을 간다. 현지 교민이 운영하는 유학원의 소개로 랭귀지 코스를 밟고, 회계학 대학원을 마치면서 생계를 위해, 옷 가게, 웨이트리스 등의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 과정에서 두 명의 외국인과도 사귀다가 헤어진다. 한편 한국에서 사귀다가 헤어진 남자 친구인 지명과는 영주권을 받고, 시민권을 받기 전에 잠시 한국에 귀국했을 때 동거를 하지만 여전히 한국과는 맞지 않다고 판단하여 홀로 호주로 돌아온다. 영주권을 시민권을 받는 과정에서 현지에서 만난 미국 친구가 계나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바람에 보증금도 못 받고 아파트에서 퇴거를 당해서 그동안 모은 재산을 다 잃었다. 다시 꾸린 셰어 하우스에서는 위조 수표 유포 혐의로 재판까지 받고 간신히 무죄로 풀려났다. 그리고 조그만 한국인 유학원의 회계 일을 하다가 호주의 철거 전문 건설 업체에서 회계 업무를 맡고 생활한다. 그리고 시민권을 얻어 호주에 정착한다.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유학원과 회계학 대학원을 함께 다니다가 막판에 요리사로 방향을 틀었던 유학원 동기 재인, 불법 체류하는 채로 한인 교회만 다니던 형서, 거주지 헬스 클럽에서 만나 사귀었던 댄, 대학원에서 알게 되어 사귀었던 인도네시아 기업가의 아들 리키, 걸즈 밸리라는 옷 가게에서 일할 때 알게 된 만능 스포츠 우먼 앨리. 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영향을 주고 받고, 새로운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에 있었을 때와 가끔 한국에 돌아갔을 때 만났던 친구들도 있다. 대학 졸업하고 다시 수능 봐서 약대를 다니는 경윤,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시어머니와 갈등하는 은혜, 회사에서 상사와 갈등하는 미연, 여전히 계나를 사랑하면서 방송국 사회부 기자가 된 지명 등과 얽힌 이야기들도 중간 중간 끼어들어가 있다. 호주로 이민 갔다고 해서 한국에 아예 안 돌아오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면서 호주의 삶에 대해, 한국의 삶에 대해 갈등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들이 있었는데,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전망을 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 보는 장면이 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여러 개 꼽아보고나서 그게 전부이고, 이걸 꼭 하고 싶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이 전망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명과의 동거를 끝내고 시민권을 위해 호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자신이 호주로 가는 이유는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 얘기는 한국에서는 자신이 행복하기 힘들지만 호주라면 행복하기가 조금은 더 쉬울 수 있을 거라는 얘기이다. 그 얘기가 그 얘기인 것 같지만 처음 호주를 갈 때에는 행복 같은 것은 생각해 볼 수조차 없이 한국이 싫었던 반면에 나중에 호주를 갈 때에는 호주에서는 행복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찾았기 때문에 가겠다고 한 것 같다. 그리고 한국과 달리 호주에서는 사람 대접을 해주는 것도 가려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고....
마지막 작가의 말에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참고한 자료들을 열거했는데, 호주 이민과 관련한 서적, 블로그, 교민 카페, 유학생 카페, 워킹홀리데이 카페, 현지 교민과 유학생들의 인터뷰 등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어떤 에피소드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어떤 에피소드는 누구의 실화이고.... 등과 같이 그 출처를 밝히니 훨씬 현실감이 있는 느낌이었다.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한 비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보다는 호주에 대한 비교를 통해서 문제를 들춰내는 방식이 효과적이었고, 1인칭의 주관적 고백으로 서술을 해서 같이 동조하면서 몰입할 수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렇게 보면 재미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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