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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9] 노오력의 배신: 다시 청년의 미래행간의 접속/인문 2019. 7. 12. 21:09
책이름: 노오력의 배신
곁이름: 청년을 거부하는 국가 사회를 거부하는 청년
지은이: 조한혜정, 엄기호 외
펴낸곳: 창비
펴낸때: 2016.04
청년들의 삶이 이전 어느 세대보다 팍팍하다. 팍팍하다 못해 절망적이다. 모두가 문제라고 말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방안은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지은 책이다.
먼저 한국 사회의 잘 나가는 조직이 사람을 양성하는 방식의 문제에 대해서 얘기한다. 한마디로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전쟁터에 조직원을 보내놓고 살아돌아오면 써먹고, 낙오하면 버린다. 강하게 키우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건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무책임한 것이다. 결국 현재 청년 실업의 문제 중의 하나는 일자리의 문제가 아니 일터의 문화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혐오와 불공정함에 대한 얘기를 한다. 청년에게 닥친 문제들이 청년들에게 심어주는 감정은 체념을 합리화하기 위한 혐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이 받는 혜택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공공적인 것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 개인들, 특히 자신의 삶이 위태롭다고 느끼는 이들의 눈에는 사회적 불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조치들은 자기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아닌 한 모두 '부당한' '혜택'이다. 제도와 공동의 노력에 대한 불신은 자신을 이런 일체의 것들에 대한 '피해자'로 규정하게 만든다.
이런 부당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공정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예외없이 살벌한 공정함. 살벌하게 경쟁해서 이겨내어 살아남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이며, 그런 사람들이 누리는 것은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살벌함에서 면제되는 것은 당연히 부당한 것이고 인정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결국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은 공정함을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것으로서 정당화된다.
레드퀸 효과에 대한 얘기를 한다.
레드퀸 효과는 어떤 대상이 변화하게 되더라도 주변의 환경이나 경쟁 대상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뒤처지거나 제자리에 머물고 마는 현상을 일컫는다. 레드퀸 효과는 주로 진화론이나 경영학의 적자생존 경쟁론을 설명할 때 사용되다가, 최근에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항상 긴장하며 쫓기듯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우리는 앞서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출발선도 다르고 능력도 다른 상황에서 내가 앞서간다는 생각? 해본 적 없다. 뒤쳐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특히 부모님에게.... 내가 금수저는 아니더라도.....
한 가지 해결책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나름의 방향을 이야기한다. 노동과 비노동 사이에 존재하는 많은 '일'들을 사회적, 경제적으로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노동의 범위를 넓히자고 한다. 그리고 조직문화와 사회적 인식도 바꾸고...
말은 쉬운데, 그 노동과 비노동 사이의 일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 이런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 경제적 수입을 내기 힘든 일을, 사회적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인정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경제적 인정은 인식이 아니라 실물 경제로서 그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기재가 작용한다.
특히 권리는 인간과 시민으로서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 능력에 의해서 보장되는 것임을 소비자본주의 사회로 급격히 이행한 한국 사회에서 배운 바 있으므로, 노동 현장에서 '소비자'의 위치가 아닌 자신은 권리가 없는 존재이며 빼어난 인적 자본과 학력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겪게 되는 부당한 차별과 폭력들은 자신이 감내하거나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취약함'과 '위태로움'은 사회적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의 능력 문제로 치환되고, 그 안에서 '탈출'은 그들이 사회에 던지는, 비록 그것이 '침묵'일지라도, 나름의 저항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헬조선이라고 하면서 한국을 떠날 생각을 하고 실제로 떠난다. 그렇게 떠나면서 핀란드에서 경험한 것을 얘기한다. 록 콘서트장에 갔는데 표가 아주 비쌌다고 한다. 그런데 콘서트 옆에 커다란 모니터가 있어서 무료로 즐길 수도 있게 해놓았다. 공연을 보고 싶어도 돈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는 모두가 똑같이 고액의 입장료를 내야만 한다는 '강박적 공정함'에 대한 강요가 아니라, 그 고액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호혜적 평등주의'에 대한 감각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정과 환대의 원리로 삶을 조직하는 사회 속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런 호혜와 나눔의 감각이 있는 사회와 독점과 경쟁 원리로 삶을 조직하는 사회를 상상해보자. 자원이 급격하게 고갈되는 시대에 어떤 나라가 더 살아남을 확률이 높을지를 물어보면 답은 자명하다.
그리고 갭이어 제도도 이야기한다. 갭이어 제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을 하지 않고 1년 동안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제도이다. 여행이나 경험을 통해서 자신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미래를 탐구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또한 부모 세대로부터 독립하여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인격체로 나갈 수도 있다. 이를 현실에 적용할 경우에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비용의 문제이다. 넉넉한 집안의 아이들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겠지만, 부족한 집안의 아이들은 생존을 위한 아르바이트에 치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년 수당처럼 국가에서 지원을 하는 것도 있을텐데 어떻게 분배하느냐도 또 문제일 것이고.... 제도는 좋은데, 보완할 점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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