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구본준
펴낸곳: 서해문집
펴낸때: 2013.2
건축은 삶의 공간으로서 인간들의 희로애락을 품고 있다. 그 희로애락을 품은 건축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기쁨에서는 이진아기념도서관을 뽑았는데, 사실 건립 취지는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다. 사업가의 딸이 교통사고로 죽자 그 사업가가 딸을 기리기 위해서 지은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쁨이 될 수 있는 것은 슬픔을 넘어선 기쁨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분노에서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들고 있다. 전세계가 알고 있는 이 건축물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건축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서 결국 건축가가 중간에 작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후 다른 건축가들이 그 대신에 건축을 했지만말이다.
슬픔에서는 봉하마을 묘역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이니 슬픔을 담은 것은 당연한데, 그 건축의 양상이 노무현 대통령의 성품과 뜻을 그대로 담았기 때문에 빛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한 번 가보고 싶다.
즐거움에서는 문훈발전소를 들었다. 문훈이라는 건축가의 사무실인데, 점술집 같이 붉은 색과 검정색이 있고, 내부도 좌식이고, 그렇지만 건축가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즐거움이 잘 표현되었다.
그밖에 다른 건축물들도 있는데, 지은이가 희로애락과 연결시키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도 있었다. 도동서원이 분노라고 하는데, 오기를 분노로 연결시킨 것도 그렇고, 충재가 즐거움이라는데, 너무 정적인 즐거움이라 공감하기 힘들었다. 건축에 대해서 깊이 이해하면 그렇게 연결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약간 생각이 갸우뚱했다.
읽으면서 건축가는 정말 인문학은 기본이고 모든 분야에서 박학다식해야 함을 느꼈다. 건축에 담긴 그 이야기들을 역사가들만큼 알아야 하고, 공간을 거니는 사용자들의 심리도 파악해야 하고, 엔지니어로서 기계역학과 물리도 알아야 하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글까지 잘 쓰는 경우도 있고.... 생각이 있어서 글을 잘 쓰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