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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7]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나쁜 일이 없어서 행복하다행간의 접속/문학 2018. 8. 31. 14:22
책이름: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지은이: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옮긴이: 이영의
펴낸곳: 민음사
펴낸때: 1998.09
소련의 반체제 인사로 실제 수용소 생활을 경험했던 노벨 문학상 작가 솔제니친의 소설이다. 제목 그대로 이반 데니소비치 소호프가 수용소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가 아주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침에 눈 뜨고, 옷 입고, 밥 먹고, 작업하고, 점심 먹고, 작업하고, 저녁 먹고, 점호하고 자는 것이 하루의 일과이지만 그 사이사이에 수용소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서 아주 친절하게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식당에서 배급하는 방식이라든지, 작업지시에 있어서의 반장의 중요성, 작업 전후 인원 점검하는 경호대의 모습, 소포를 챙기는 줄을 대신 서주는 것 등....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더 빨리 차지하기 위해 죄수들이 펼치는 치열한 눈치싸움, 그리고 때로는 다른 반과의 경쟁에서 앞서려고 팀워크를 살려 단합하는 모습까지 약간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는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편하려고 하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읽으면서 군대 생활이 생각났다. 점호하고 작업하고, 단체 식사를 하고, 개별적인 이동이나 움직임은 금지되고.... 자유가 없는 그 생활이 수용소의 생활과 참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없이 갇혀 있는 것도 그렇고.....
인상적인 부분은 마지막 부분이다. 그의 하루를 마감하고 잠들면서 소호프는 거의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정말 아무 일이 없었던 것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의 삶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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