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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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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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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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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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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암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수목은 울창하지 않으나 계곡이 깊고 산세가 웅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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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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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에 다녀왔다. 원래는 아침 일찍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요새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방학이라고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아무튼 대략 10시 정도에 김밥 2줄 사가지고출발했다.
등반 코스는 지하철 7호선 맨 끝에 역인 장암에서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락산역에서 시작했지만 그 쪽으로 가면 의정부쪽을 포기해야 하므로 장암에서 시작했다. 산행 시각은 대략11시 30분 정도에 시작한 것 같다.
올라가다보니 노강서원이라는 작은 서원이 있었는데, 대원군의 서원 정리 때에도 없어지지 않은 서원이라고 한다. 박세당하고 관련이 있다는데 자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석림사라는 절이 나왔다. 석림이라는 말이 귀에 익었다고 느꼈는데, 생각해보니 중국 윈난에 있던 석림이 생각났던 것이었다. 둘의 관련은 없고, 중국의 석림은 돌로 된 숲이라는 뜻이고, 수락산의 석림사는 돌과 숲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석림사 옆 쪽으로 난 조그만 등산로로 들어가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계곡을 따라가는 등산로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아서 바위 위에 눈이 그대로 있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닌 곳에는 반질반질하게 얼음도 있었다. 계곡의 물도 꽁꽁 얼어서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계곡을 따라 대략 1시간 정도를 올라가니 의정부 쪽과 장암역 쪽이 훤히 보이는 전망대가 나왔다.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었고, 안내판에는 사진 촬영소라고 되어 있었다. 올라가는 군데군데에 전망이 좋아 사진 찍을 만한 넓은 바위들이 많이 있었다. 집에서 나올 때는 쌀쌀한 편이었는데, 산행을 하다보니, 또 해가 뜨다 보니 땀이 많이 나서 속에 내피와 목도리 겸 마스크는 벗어야 했다. 거기서 15분 정도 올라가서 수락산 주봉에 도착했다. 장암 쪽에서 올라오는 코스는 나름대로 가파른 편이었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내 체력이 향상이 된 것인지 아닌지 기술이 늘은 것인지 아니면 수락산의 기운인지는 모르겠다.
수락산 주봉에는 여러 큰 바위들이 널려 있어서 여러 군데에서 사람들이 사진도 찍고 밥도 먹고 있었다. 바위 틈 사이의 구멍을 다니면서 소원도 비는 사람들도 있고... 정상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마도 수락산 쪽에서 올라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장암 쪽에서 올라올 때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 말이다. 정상에서 전망을 보며 호기를 느끼다가 바로 아래 숲 언저리에서 김밥 두 줄을 까 먹었다. 그 밑에는 약수터와 매점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높은데에 있는 약수터는 물이 어떻게 나오는지 신기했다. 지하수가 이 산 위에까지 올라온다는 얘기인가? 물이 어떻게 산을 오르지?
밥 먹고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코스는 능선을 따라 가다가 당고개 역쪽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잡았다. 내려가는 코스마다 마치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러 바위들이 있었다. 하강바위, 치마바위, 그리고 이름을 확인하지 못한 어떤 바위들이 수락산에 없었으면 다른 산의 정상급의 풍모를 하고서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내려가는 길인데도 내려가는 느낌이 들지 않고, 새로운 정상으로 가는 느낌이었다. 특히 하강바위로 가는 길은 바위 틈 사이로 난 밧줄을 타고 바위 위를 건너뛰어야 갈 수 있었는데, 재미있었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 중에서 능선으로 가는 길도 있었지만 가끔 계곡 쪽으로 가는 길도 있어서 생각 없이 앞 사람들을 따라가다보면 남양주 쪽으로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능선에서 능선으로 가려고 했다.
아래 사진은 치마바위 틈에 자리 잡은 나무의 모습이다.
내려오면서 뒤돌아보니 내가 내려오면서 거쳤던 수락산의 정상급 바위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풍모를 뽐내고 있었고, 내가 저기를 거쳐서 내려왔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했다.
그렇게 수락산을 내려오는데, 사람들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나의 길과 어긋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만히 보니 나는 당고개로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사람들의 흐름은 수락산역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다. 어떻게 알았냐 하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불암산을 지나가는 불암터널 부분과 수락산을 지나가는 수락터널의 연결 부분 쪽이 당고개 방향인데, 사람들은 그 쪽으로 가고 있지 않았고, 당고개 방향의 능선은 저 왼쪽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능선이 갈라지는 곳으로 되짚어 올라갔고, 사람이 다니는 등산로 중에서 갈림길처럼 보이는 곳에서 대략적인 방향을 다시 잡고 그 방향으로 내려왔다. 그 방향으로 3분 정도 내려가니까 용굴암이라는 암좌가 보였고, 그 밑에는 당고개로 가는 길을 표시하는 이정표가 보였다. 수락산의 곳곳에는 이정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상세하게 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서 별 표시를 안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가고 싶은 길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측면이었다. 용굴암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학림사가 나왔고, 학림사를 더 내려가면 주택가가 나와서 당고개역까지 금방 내려올 수 있었다. 내려오는 데에는 대략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수락산을 산행하면서 내가 느낀 것 중의 하나는 내가 정말 길 찾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로 갈 수도 있었을텐데,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내가 직접 찾아서 알아내서 간다는 것은 분명한 즐거움이었다.
오다가 겨울 등산복 상하의를 구입했다. 겨울에는 산에 안 다니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겨울에 산을 다닐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산은 언제나 새로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