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로 대천해수욕장을 다녀왔다. 대천 해수욕장은 내가 어렸을 때 다녀온 곳이기도 하고, 대학 수련원, 교육청 수련원 등이 있어서 몇 번 갔던 곳인데, 우리 가족과 함께 간 것은 처음이다. 날짜는 아이 학원과 유치원 방학 기간에 잡다 보니 피크 시즌은 8월 1~3일로 잡았고, 숙소는 대천항 너머에 있는 통나무 펜션으로 잡았다.
숙소를 처음에는 한화콘도를 신청했으나 탈락했고, 교육청 수련원도 탈락했고, 해수욕장 주변은 너무 모텔 같았고, 해수욕장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었지만 가격도 만만하고, 무엇보다도 수영장이 딸려 있어서 좋았다. 어차피 해수욕장 근처에 숙소를 잡을 수 없을 바에는 놀기 좋은 곳으로 하자는 생각이었다.
1일차
아침 먹고 9시 30분 정도에 출발해서 2시간 30분 정도를 예상했지만, 경기도를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걸려서 도착하는 데에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도착해서 배 모양의 칼국수집에서 칼국수를 먹고, 콘도에서 김치를 사고, 마트에서 고기와 부식거리를 사고, 숙소에 들어가니 3시 정도였다.
날이 너무 더워서 입실하자마자 옷부터 갈아입고, 펜션에 있는 수영장에서 놀았다. 얕은 풀과 깊은 풀이 있었는데, 지하수로 쓴다고 하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이미 미지근해 있었다. 아무튼 놀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미끄럼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약간 무서워했다. 깊은 데로 바로 빠지다보니 물 먹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6시 넘어서까지 놀고, 7시 정도에 숯불로 고기를 구워서 저녁을 먹었다. 조금 넓고 비싼 방은 테라스에 숯불 시설을 놓을 수 있지만 좁고 싼 방은 따로 내려와서 야외테이블에서 먹어야했다. 우리가 그 경우였는데, 더운데 불 옆으로 음식 나르고 하는 것보다 에어컨 틀고 방에서 먹기로 했다. 대신 고기는 밖에서 숯불로 내가 구웠고. 원래 목살을 사서 구울 생각이었는데, 목살이 너무 커서 그나마 적은 삼겹살로 샀더니 기름이 숯에 떨어져서 그을음만 생기고 잘 구워지지 않았다. 은박지를 가져와서 불판에 씌워서 불 조절을 해서 구웠어야 하는데.... 아무튼 저녁도 잘 먹었다.
저녁 먹고 정리하는 데 정전이 되었다. 물어보니 에어컨을 다들 많이 틀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설겆이만 간단하게 하고 바닷가로 나가기로 했다. 방에 있어봤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대천 바닷가 근처에 차를 댈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조금만 돌다 보니 댈 만한 곳이 있어서 세워두고, 바닷가를 산책했다. 저녁에는 물이 많이 들어와서 조금만 가도 물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 작년에 왕산해수욕장에 갔을 때에는 폭죽도 터뜨리고 놀았는데, 여기는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폭죽 터뜨리면 과태료가 5만원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폭죽 터뜨렸으면 큰일 날 뻔했다. 머드 광장까지 걸어가서 광장 구경도 하고, 카페에서 팥빙수랑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아이들이 걷기 힘들어 해서 돌아왔다.
정전은 해결이 되었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숙소는 작은 방이었지만 2층 다락방이 있어서 아이들은 거기서 놀고 잘 수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숙소였다.
2일차
2일차 일정은 해수욕이었다. 아침 먹고 바다로 나갔고, 가장 큰 관건은 주차였다. 공영주차장에 세우면 짐을 들고 너무 많이 걸어야 했고, 바닷가 근처는 자리가 별로 없었는데, 한 바퀴 정도를 차로 돌아보니 운 좋게도 주차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할 일은 짐을 내리고 그늘막 텐트를 치는 것. 동시에 아이들에게 모래놀이를 쥐어주고 바닷가로 보내는 것. 그늘막 텐트는 원래 소나무숲에 칠 수 없고, 모래사장에 쳐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두 숲에 쳤길래 우리도 거기에 쳤다. 주변 안전요원이 숲에 그늘막 치면 과태료 10만원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래도 일단 쳐놓고 단속이 오면 그 때 상황봐서 옮기든지 하기로 했다.
그늘막텐트 치고, 새로 산 캠핑 의자도 설치하니 바람이 살살 부는 것이 더위를 잘 느낄 수 없었다. 아이들과 모래놀이하다가 튜브보트 불어서 타고 놀았다. 파도풀이 아니라 진짜 파도라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점심은 중국집에 시켜먹었다. 짜장면, 볶음밥, 탕수육. 잘 놀고 먹으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근처 식당도 알아봤는데, 시켜먹는 게 그나마 가장 편했다. 애들이 자기 손으로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니 밥 먹는 시간도 그렇게 고생스럽지 않았다. 거기다가 간식 안 주고 적당히 굶기면 더 잘 먹었다.
오후에는 아내가 아이들과 놀고 내가 텐트를 지키고 있는데, 실제 단속이 떴다. 그늘막 텐트 걷으라고 방송만 할 줄 알았는데, 제복 입은 사람들이 무전기 들고 다가와서 걷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결국 혼자서 텐트를 뽑아서 낑낑 대고 모래사장으로 옮기고 더운데 땀을 뺐다. 그리고 그늘막 텐트는 걷고, 적당한 숲에 돗자리만 깔고 놀았다.
아이들은 모래놀이를 하면서 성을 만들었는데, 오후가 되면서 물이 점점 들어와서 만들어놓은 성이 허물어질 것 같았다. 저 멀리서 둘째가 이쪽으로 뛰어오다가 나를 못 찾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길래 불렀더니 다짜고짜 사진 찍어야 한다고 해서 성이 무너지는구나 직감하고 사진기를 긴급하게 챙겨서 달려서 모래성에 갔더니 간신히 찍을 수 있었다. 물이 들어오는 속도가 엄청 빨랐다. 여유있을 줄 알았는데, 모래성이 금방 무너지더라.
나머지 오후는 너무 뜨거워서 펜션 수영장에서 놀았다. 어제는 갖고 놀지 않았다. 튜브보트를 타고 노니까 또 새로웠다. 수영장의 어린이 미끄럼은 작년 베트남의 리조트에 있었던 미끄럼과 비슷해서 그 때 생각이 나기도 했다. 여기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면 둘째가 물 속에 바로 빠져서 물을 먹기 쉬운데, 첫째가 그 밑에서 잡아주니 재미있게 탈 수 있었고, 엄마 아빠는 편하게 손놓고 구경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물 위로 올려주는 것도 첫째가 다 도와주고. 일일이 부모를 부르지 않는다.
오늘 저녁은 간단히 먹고 씻고 잤다.
3일차
3일차 일정도 바닷가에서 놀다가 머드박물관에서 머드 체험하는 것이었는데, 알고봤더니 머드 체험은 하지 않고 샤워실만 오픈했었다. 머드박물관 때문에 아래쪽 끝에 구역으로 온 것이었는데..... 아무튼 주차도 운좋게 할 수 있었다. 해수욕장의 아랫쪽 끝이라 차들이 그렇게 붐비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간 것이 약간은 적중한 것 같다. 다른 쪽으로 돌았을 때에는 자리가 거의 없었는데, 아래쪽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제도 오늘도 주차를 운좋게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마 사람들이 너무 더워서 안 왔기 때문인 것 같다. 8월 초 성수기에 해수욕장으로 드나드는 차량 때문에 주변도로들이 다 막히는 것이 일상인데, 너무 수월하게 움직인 것은 결국 폭염 때문인 것이다. 에어컨이 제일이라는 것. 덕분에 우리는 나름 잘 놀았다.
오전만 하고 점심 먹고 갈 예정이라서 그늘막텐트는 안 치고 돗자리만 깔았다. 아내가 아이들과 모래놀이와 튜브보트를 타고 놀았고, 나는 자리에서 우산 쓰고 쉬었다. 그리고 오늘도 단속하는 사람들이 떴다. 돗자리는 상관없어서 여유있게 단속을 구경했다.
점심은 피자를 시켜먹었다. 간편하게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시켜서 먹다보니 너무 뜨거워서 나름 불편했다. 식은 다음에 먹었으면 괜찮았는데...... 점심 먹고 약간 더 놀다가 머드박물관에서 샤워하고 구경하고 아이스크림 먹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 차가 막혀서 중간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고, 경로도 네비로 안내하는 곳이 아닌 서수원-의왕-학의로 빠지는 경로로 왔더니 조금 수월하게 올 수 있었다. 경기 남부와 남서부 쪽은 잘 다니지 않다가 이번에 다니다보니 이쪽도 고속도로가 많이 만들어져서 다니기 수월할 것 같았다.
바다를 오니 비용이 저렴했다. 숙박비와 부식비만 들었다. 워터파크에 왔으면 하루에 입장료 10만원, 식비 10만원 정도 썼을텐데, 그 돈으로 2박 3일을 놀고 오니 참 싸게 놀고 온 셈이다.
내년에는 동해를 가볼까 생각중인데, 파도가 세서 아이들이 잘 놀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면 서해로 한 번 도 가보는 거지. 태안반도 쪽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