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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6] 사생활의 천재들: 독특한 형식의 인물 에세이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8. 6. 2. 23:04
책이름: 사생활의 천재들
지은이: 정혜윤
펴낸곳: 봄아필
펴낸때: 2013.03
참 독특한 책이다. 인물에 대한 에세이인 듯 싶다가도 책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인물에 대한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그 내용이 좀 짧고, 거기에다가 지은이가 직접 소개하는 말투가 아니라 대상 인물의 서술로 되어 있으니 녹취록인 건가?
구성은 이렇다. 인물에 대해서 알 듯 말 듯한 이야기를 지은이가 한다. 그 사람과 관련된 힌트가 될 만한, 혹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기 좋은 화두를 앞 부분에 실으면서 인물을 소개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한다. 중간 부분에서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싣는다. 지난 삶의 이야기, 일상적인 작업에 대한 이야기,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 등 그 사람이 그 사람일 수 있는 이야기를 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말한다. 구어체로 되어 있어서 읽기도 편하다. 그리고 뒷부분에 그 사람의 이야기에서 느낀 점, 공감되는 점, 생각한 것 등을 지은이가 자신이 읽은 책과 연관시켜서 얘기한다. 그리고 다음 사람으로 넘어간다.
인상적인 얘기들을 뽑아본다. 자연다큐멘타리 감독 박수용의 이야기이다.
내겐 꽃 이름을 아는 것보다 어디선가 꽃이 피고 있음을 잊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걸 느껴야 합니다. 낙엽 하나가 떨어져도 낙엽이 떨어지는 걸 느낄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간은 자연의 흐름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같다. 그런 자연의 흐름을 얘기하는 사람이 또 있다. 야생영장류학자 김산하의 이야기이다.
자기 것에 사로잡혀있지 않거나 자기 것을 갖고 있지 않아야 딴 걸 볼 수 있습니다. 생물은 매일매일 인풋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잘 먹는 사람도 일주일 치를 한꺼번에 먹고 일주일 동안 뱃속에 저장한 것으로만 살 수는 없습니다. 생물에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게 있습니다. 들어가고 나오고 또 채워지고 비워지고 정체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이디어의 원천인 셈이고, 이 흐름이 표현의 의지를 키우고 생명력이 됩니다.
채우고 비우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생명력이 된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생명력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생명력은 이 자연의 흐름 속에서 존재한다.
인물들의 면면을 보니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들이다. 영화감독 변영주, 만화가 윤태호, 청년운동가 조성주, 사회학자 엄기호 등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건강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고, 실제로 나왔다.
그런데 이런 형식의 글은 처음이다. 분명 인물에 대한 이야기인데, 인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 사람을 통해서 지은이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인물이 좀 묻히는 느낌이다. 거기다가 지은이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타일이 좀 추상적이라서 계속 생각을 해야 하고, 나와 공통적인 부분이 무엇인지 계속 안테나를 높여야 한다는 점이 어려운 것 같다. 쉽게 말해서 독서력이 받쳐주어야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질 것 같다.
시도는 신선한데, 공감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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